'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부결된 진짜 이유는?

2015. 3. 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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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들]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부결…

반대한 의원 보다 기권한 의원이 더 많아

CCTV가 해결책일까? 근본적 방법 찾아야

"당장 반대한 국회의원들을 낙선운동 하겠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법안(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엄마들은 들끓었습니다.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여자아이의 뺨을 내리치던 교사의 영상이 아직도 생생했습니다. 여론에 힘입어 무난하게 본회의에서 통과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찬성 83표로 의결 당시 출석인원(171명)의 과반수인 86표에 미치지 못한 겁니다. 반대한 의원(42명)보다도 기권한 국회의원(46명)들이 많았습니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들(124명)은 더 많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법안이 부결된 지난 3일을 전후한 모든 맥락을 총정리해봤습니다.

■ 모두가 통과될 줄 알았던 법안

CCTV 설치를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일찌감치 여야가 본회의 상정에 합의한 사안이었습니다. 여야 어느 한쪽이 반대하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월초 당정협의를 열어 어린이집 CCTV 설치안을 내놨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1월22일 동의하는 당론을 냈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법을 검토한 끝에 상임위를 통과했기에, 본회의에서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습니다.

막상 3월3일 열린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되자 가장 당황한 것도 의원들이었다고 합니다. 사죄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3일 본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7시45분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합의하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법률안이 부결되어 유감스럽다"며 재입법을 약속했습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부결에 대해 책임지고 아동특위 간사를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학부모를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KBS는 "'CCTV법' 반대표 던진 의원들은 누구?…여당<야당"(새누리당 10표, 새정치민주연합 28표)이라는 보도를 내보내며 야권의 책임을 따지기도 했습니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등 어린이집 원장들의 조직적인 로비에 국회의원들이 넘어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민간어린이집연합회 등 이익단체들만큼이나 여론과 학부모단체 등이 좌우하는 '표심'에도 의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합당한 이유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의원들이 하나같이 '나 하나쯤이야'하고 방심한 것이 부결된 이유라는 평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예 표결조차 불참해 버린 의원은 새누리당 74명, 새정치민주연합 48명이었습니다.

이날 본회의에서 영유아개정법안에 앞서 논의된 법안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받기 어렵도록 하는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통과 직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만약 반대했다가는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274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이 법이 통과(반대 4표, 기권 17표)되자 의원들이 점차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본회의 표결 때 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것은 낯선 일은 아닙니다. 연말에 법안 처리 과정이 밀려 있을 때면 7시간이 넘는 장시간 표결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의원들은 본회의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표결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영유아보육법은 이날 논의된 79개의 법안 가운데 76번 법안이었습니다. 거의 본회의 마무리 때 논의된 셈입니다. 71번이었던 김영란법은 이날 오후 3시 본회의가 시작된 뒤 표결 순서가 앞당겨져 오후 5시15분께 처리됐습니다. 하지만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순서대로 하다보니 오후 7시께가 되어서야 논의됐습니다. 71번에서 76번으로 가는데 2시간 정도 걸린 셈입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논의될 때까지 10여차례 이상의 표결(일괄투표 포함)이 있었습니다. 점점 의원들이 자리를 떴습니다. 끝까지 남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한 것은 171명이었으니, 100여명이 자리를 비운 셈입니다. 다른 일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긴 본회의에 지쳤을 수도 있습니다. 섣불리 찬성이나 반대, 기권으로 이름을 올리기보다 불참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본회의 길어지고… 바뀐 개정안 모르고…

남아 있던 의원들이 바뀐 법안 개정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법안 발의 초기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송돼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주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거부감을 갖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네트워크 카메라 조항은 본회의 직전 열린 법사위 검토 과정에서 삭제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논의된 개정안에는 네트워크 TV가 아닌 폐쇄회로 CCTV로 바꿔 정보유출 피해 우려를 최소화했다.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었는데, 의원들이 내용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도 "CCTV 법안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나머지 중요한 안전 대책이 많았는데 안타깝다"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막상 부결되자 심지어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펼친 정진후 정의당 의원조차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국회 관계자에 의하면 "찬성 여론이 높아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우려해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것인데 막상 부결되자 놀란 듯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11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안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4월 개정안에는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 제한 등 근본적 해법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CCTV 반대하면 '공공의 적'

지난 10년간 4번이나 CCTV 설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발의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우윤근 원내대표(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박인숙 의원(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새누리당) 등이 과거 비슷한 안을 내놨습니다.

가장 먼저는 2005년 우윤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예산소요는 당시 26억880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과 아이들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위협하고, 감시장치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며 무산됐습니다. 반대는 여야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013년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의무화 법안을 제기했을 때도, 같은 당의 신경림 의원과 김희국 의원이 보육교사의 인권과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올초 폭행 사건이 터지고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이 불거졌습니다. 정부는 황급히 'CCTV 의무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CCTV에 반대하면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폭행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CCTV 도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조선일보>는 2년 전 비슷한 법안 논의 과정에서 CCTV 100% 의무화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겨냥한 보도를 여러 차례 내보냈습니다. <조선비즈>는 2013년 유사안 발의 당시 반대했었던 의원들을 각각 "이화여대 간호학과 출신"(신경림 새누리당 의원),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 "민주화 운동을 했다"(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고 쓰며 비판했습니다.

항의가 쏟아지면서 신경림 새누리당 의원은 공식 해명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CCTV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CCTV를 설치하고도 아동학대 문제가 일어나는 만큼 보육교사의 인성과 자질 검증, 아동학대 예방교육, 보육교사의 처우와 보육환경의 개선 등 본질적인 접근을 해야한다"고 반대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채널A, TV조선 등 종편에 '반대론자'로 단골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보육 환경 개선이 먼저'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가 이어지자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찬성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법안에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책을 함께 담는 전략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2월24일 보건복지 상임위에서 확정된 개정안 안에는 CCTV 의무화 말고도, 보조교사를 둘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으니 다른 반대하는 의원들도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중파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인터뷰 할 때는 모자이크 처리에 음성변조를 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조선일보가 지목한 세 사람은 모두 본회의에서 이번 영유아보호법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 CCTV 반대하면 어린이집 원장 편?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CCTV만 설치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정국을 몰아가고 있다는 점을 꼽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 해결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과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을 우수한 점수로 통과했고 CCTV도 설치돼 있던 어린이집이었습니다. CCTV는 아동학대 예방책이라기보다는 사후 처벌 근거에 가깝습니다. 처벌만 있고 보육환경 개선은 없다면, 보육교사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오히려 갈등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밭 매준 공은 있어도 애 봐준 공은 없다'는 속담처럼, 보육은 단일한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받는 '업무'와는 다릅니다. 완벽한 답이나 '정석'도 없고, 가정마다는 물론 한 가정 내에서도 양육자간 보육 방식이 제각각이라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어린이집 학대 고발이 줄을 이었던 지난 1월말, 경남 창원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 26개월 아이를 11차례에 걸쳐 구석에 따로 앉혀놨던 보육교사가 불구속 입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도 바로 아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어 편리한 CCTV('네트워크 카메라')의 경우, 보육교사 뿐 아니라 아이들의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도 큽니다. 지난해엔 어린이집에서 엄마들을 위해 공개하는 사진들을 특정한 의도로 모아둔 '수상한' 카페 (▶관련 글 : 어린이집 개인정보 무방비 노출)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에 한번 확산된 개인정보는 유포도 빠르거니와 완벽한 삭제도 어렵습니다. 내 아이의 얼굴과 행동 패턴이 다른 엄마는 물론,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유출될 위험은 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은 대체로 'CCTV 의무화 여론'을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CCTV 의무화가 유일한 대안도 해결책도 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말 못하는 아이, 믿지 못할 어린이집에 지칠대로 지쳐있던 엄마들은 '그나마 CCTV라도 있었기에 나중에라도 밝혀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보육교사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는 있겠으나, 자기 방어가 불가능한 0~5살 아이들의 인권이 더욱 보호해야 할 권리라는 주장입니다. 또 이미 CCTV를 설치한 환경에서 일하는 편의점 근로나 경비원 업무 등의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보육교사들이 CCTV와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CCTV가 반드시 교사에게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안전사고 책임 논란에서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낼 수도 있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전국보육교사총연합회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지지했다고 합니다. 원장이 교사 겸직을 하면서 자기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다른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나눠 맡기는 등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CCTV를 통해 그런 부분이 투명하게 드러나 고쳐질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 '스마트폰 생중계' 네트워크 CCTV는 어떻게 법안에서 삭제됐나

네트워크 카메라 조항이 본회의에 부쳐진 최종 개정안에서 삭제된 것을 두고도 '후퇴한 것 아니냐' 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애초 2월24일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가결한 안에는 폐쇄회로 CCTV뿐 아니라 네트워크 카메라도 설치 지원 대상이었습니다. CCTV라고 하면 흔히 두개로 나뉩니다. 첫째로 설치시설의 저장장치에 영상을 저장하는 폐쇄회로 CCTV로 대부분 우리가 접하는 보안용 CCTV입니다. 둘째가 통신망에 연결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입니다.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 다수는 폐쇄회로 CCTV를 설치했고, 네트워크 카메라는 6%(3108대) 선에 그칩니다.

소관위에서 법안 가결을 마치면, 해당 법이 기존의 법과 충돌되는 사안은 없는지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쳐집니다. 3월3일 본회의가 열리기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법사위에서 바로 이 '네트워크 카메라' 조항이 문제가 됐습니다. 의원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 네트워크 카메라의 경우 실시간으로 영상이 공개되는데, 한국 근로자 중 실시간으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는 근로자가 없다. 기본권 침해의 문제다.

- 네트워크 카메라의 경우 영유아의 성장발달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OO는 영리한데 OO는 그렇지 않다' 등이 엄마들끼리 비교하는 등 사생활이 침해될 것이다.

- 학교,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행동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갈 수도 있는 문제다. 보육교사 뿐 아니라 아이의 초상권, 개인 사생활 정보노출이 잘못 유출돼 벗기기 식 보도가 이뤄지면 평생 고통과 상처가 될 수 있다.

- 개정안에 영상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지만, 실시간 전송하는 네트워크 CCTV의 경우 영상이 유출될 수 밖에 없어 체계상으로 맞지 않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네트워크 카메라 조항을 삭제한 뒤 본회의로 넘기게 됩니다. 하지만 본회의 직전 개정안에서 이 조항이 빠진 것을 모르는 의원들도 있었고, 인권 침해 및 사생활 노출 우려를 염려해 왔던 의원들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반대·기권 78표 가운데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 의원의 표가 4분의 1이 넘는 22표나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일보는 "지역 어린이집의 로비로 법안이 부결됐다는 지적과 달리 인권침해를 걱정하는 표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분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 여론이 찬성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익단체의 압력을 받았다면) 차라리 불참하거나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드러내고 반대 뜻을 표한 의원들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뜻을 지켜 온 소신파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에서는 CCTV 영상을 저장장치에 60일간 저장하는 한편 영상열람권한을 제한해 기본권 침해 논란 및 유출 위험을 최소화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열람 주체가 제한된 데 대해 불만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원래 CCTV의 경우 본인 외에도 불특정다수가 촬영되는 까닭에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있어 현행법상 경찰관을 입회해야 조회가 가능합니다.

■ 문제는 뿌리깊은 '불신'

전문가들은 시시티브이의 효용성을 부정하진 않으나,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CCTV는 증거 확보라는 사후 처리 수단이지 학대 예방책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를 반대하면 어린이집 학대를 방조한다는 비난을 받는 분위기"라며 "인성과 경륜을 갖춘 교사들이 계속 남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들이 민간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믿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민간의 경우 어디까지나 사업장입니다. 투자한만큼 원장도 '이윤'을 내야 합니다. 일부 원에선 부모에게 특별활동비를 과하게 걷거나 간식비, 학용품 구입비 등을 떠넘기기도 하고, 교사들의 월급도 최대한 적게 주는 등 보육환경 개선에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노동 환경도 열악합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1일 8시간 노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유일한 제외 대상('사회복지업')입니다.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어떤가요?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만1살(우리 나이 3살)은 5명(~최대 7명)을, 만2살은 7명(~최대 9명)을, 만 3살은 15명을, 만 4살 이상은 20명을 교사 1명이 책임집니다. 뛰고 넘어지고 통제가 안되는 3살짜리 아이들 7명을 보육교사 혼자서 돌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민간 원의 경우 그렇게 일하고 대체로 100만원~140만원을 받습니다. 호봉표도 없고 원장 마음대로 월급을 줘도 됩니다. 경력이 낮은 교사일수록 월급을 싸게 주고 부릴 수 있습니다. 자격기준만 간신히 채우는 신임 교사 위주로 뽑아 최대한 월급을 적게 주어 교사 월급에서 이윤을 취하는 것입니다. 자질과 경력이 뛰어날수록 외면받는 구조입니다. 그럴수록 교사의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전이될 위험이 커집니다. 보건복지부에 제출된 '영유아 돌봄기관의 영유아 학대근절 및 예방을 위한 상담서비스 체계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직무 스트레스(71%)와 과다한 업무(64%), 교사 정신건강(52.5%)을 꼽았습니다.

해결책으로는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최소 점심시간만이라도 보조교사를 두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됩니다. 하지만 많은 정부 예산이 들고, 당장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어렵습니다.

당장 정부는 보육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 어린이집 비용 보조조차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에 떠넘긴 상황입니다. 어린이집 비용 보조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비용 부담은 지자체가 지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만 해도 1조 2000억원이 부족합니다.

지자체의 불만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으로 우회지원할 방침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과 인천, 강원, 전북은 3월 들어 보육료 예산이 바닥났고, 경남과 충남은 4월, 경기도와 부산은 5월이면 바닥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근무 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고, 보조교사를 더 뽑는 데는 조 단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어린이집 CCTV 설치에 책정한 돈은 822억원(기획재정부 예산편성)입니다. '미봉책'으로 CCTV만 설치한 뒤 성난 여론을 진정시키고, 정작 필요한 국공립 확충 등 보육 환경 개선에는 입 닦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이유입니다.  

어찌 보면 어린이집 문제에 대한 대책은 차라리 예능이 적확하게 짚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JTBC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지난 2월 각국의 유아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마치는 등 엄격한 교사 채용을 거치는 호주, 교사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7시간50분 이상의 노동을 막는 프랑스 등의 자기 나라의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프랑스의 유아학교는 모두 공립입니다. 한국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전체 어린이집의 5.3%에 불과합니다.

정유경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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