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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근대문화 숨쉬는 양평 지평면

송고시간2015-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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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근대문화 숨쉬는 양평 지평면 - 1

(양평=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주민 수가 6천8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지역인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이곳은 면(面) 단위에서 보기 드물게 문화재청이 지정한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이 2개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0∼1940년대에 지어졌지만, 이제는 폐역이 된 '구둔역' 역사와 100년 가까이 전통 막걸리를 빚는 '지평양조장'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건축물이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옛 모습과 흔적을 간직한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상을 잠시 잊고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봄기운이 움트는 춘삼월, 지평면을 찾아가보자.

파릇파릇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은 덤이다.

◇ 목조양식 'ㅡ'자형 평면구조…구둔역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 제296호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둔역(九屯驛)은 지평면 일신리 마을 안에 있다.

<길따라 멋따라> 근대문화 숨쉬는 양평 지평면 - 2

대합실로 들어가면 폐역이 되기 전 사용한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다란 나무벤치, 매표창구, 열차 시간표….

역사가 문 닫기 전으로 시간이 멈춘 듯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둔이란 명칭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치려고 이 지역 산에 9개의 진지를 구축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구둔역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 4월 1일 청량리에서 강릉과 태백을 잇는 중앙선의 일반역으로 출발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서서히 이용객이 줄며 하루 세 번 무궁화호가 서는 간이역이 됐고 청량리∼원주 복선전철사업으로 기존 노선이 바뀌어 2012년 8월 폐역 처리됐다.

그러나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구둔역이 배경이 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영화로 '국민 첫사랑'이 된 수지가 연인 이제훈과 손을 잡고 철길 위를 걷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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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가까운 술 맛 전통 '국가대표급' 양조장

지평양조장은 지난해 7월 등록문화재 제594호로 지정됐다. 1925년 설립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 생산공장이다.

3대째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어 막걸리 맛을 유지하고 있다.

양조장 건물은 2층 목조건축물로 2층에는 환기를 위한 높은 창을 내고, 벽체와 천장에는 보온을 위해 왕겨를 채웠다.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 프랑스 대대의 지휘소로 사용되기도 해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일본강점기 양조장이 대부분 일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것과 달리 지평양조장은 한식목구조 바탕에 일본식목구조를 접합해 대공간을 구성한 절충식 구조다.

당시 막걸리 생산공장의 기능적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이제 막 생산된 막걸리 향이 코끝을 자극하지만 아쉽게도 주조과정을 직접 볼 수는 없다. 위생과 불순물 혼입 등 이유에서다.

대신 한 쪽에 마련해놓은 작은 전시관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과거 한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막걸리로 채워졌을 법한 손때 뭍은 대형 술독(400∼500ℓ), 지평양조장이라고 적힌 빛바랜 나무 현판 등은 추억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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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된장·간장 담가 보세요."

예로부터 정월에는 장 담그기가 집마다 중요한 행사였다.

지평면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원료로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가서 먹을 수 있는 체험행사가 매년 열린다.

지평면 월산리에 있는 전통장류센터는 음력설을 지낸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직접 장을 담그는 체험행사를 연다.

지평농협이 1989년부터 장류사업과 함께 해오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단체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올해는 1천5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농협은 예상했다. 참가 신청은 지평농협 전통장류센터(☎031-771-9403)로 하면 된다.

직접 담근 장은 장류센터 내 자연환경 속에서 8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메주 5.5㎏로 장을 담그면 된장 14kg, 간장 3.6ℓ를 만들 수 있다. 11월께부터 택배로 보내준다.

체험자 표식이 달린 수백개의 항아리가 줄지어 놓인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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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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