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친구에게 이런 말 들어야 합니까?"

입력 2015. 3. 11. 18:31 수정 2015. 3. 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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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원 항소심 3차 공판] '진혁이 엄마'의 진술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항소심이 시작된 1월 20일,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소중한

10일 오후 6시 31분 광주고등법원, 막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신문을 끝낸 재판장 서경환 형사5부 부장판사가 평소처럼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술권을 줬다. 유족 쪽 변호사는 "단원고 2학년 8반 고 최진혁 학생의 친구 송아무개군이 발언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선원들의 재판과정에서 생존자나 유족들이 아닌 사람이 피해자 진술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변호사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사람은 '진혁이 엄마' 고영희씨였다.

"18살짜리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없답니다. 피고인들 보고. 왜 그런 줄 아세요? (피고인들) 하는 말이 다 똑같으니까.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는 게 똑같으니까. 18살짜리 아이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가만히 얘기를 듣던 서 부장판사는 "송군 한 번 일어나보시죠"라고 입을 뗐다. 방청석에 있던 송군은 살짝 난감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복차림이었다.

"저는 최진혁 친구 송아무개다. 제가 원래 오늘 재판을 보고 할 얘기가 있었는데, 방금 피고인(이준석 선장)의 말을 듣고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아예 상식이 통하지 않아서…. 제가 말씀드리려는 건 좀 상식적인 얘기였는데, 방금 (피고인과 변호인을) 보니까 이 상식이 필요 없는 것 같아서 말을 안 하려고 했다."

그는 선원들의 변호인이 법정에 나온 생존자 윤길옥씨를 몰아세웠다고 비판했다. 윤씨는 사고 당시 3층 매점에 있다가 안내데스크 쪽으로 이동, 사무부 소속 승무원 강혜성·박지영씨와 함께 있던 사람이다. 변호인들은 윤씨에게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 사무부원들의 선내 대기 방송을 중단시키거나 ▲ 연락이 없으면 사무부원들에게 조타실에 한 번 가보라고 해야 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신문을 지켜본 유족들은 "왜 그걸 승객에게 묻냐"며 항의했다. 송군 역시 "사고 당시는 재난 같은 상황이라 이성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너무 당황해서 생각도 제대로 못한다"며 "증인도 자기는 당황했고 다친 상태였다는데, 변호사님은 왜 계속 '그때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냐고 하냐"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검사님이 천천히 질문하는 건 잘 못 알아들었다면서 변호사님이 저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빠르게 긴 문장 얘기하면 잘 알아듣더라"고 꼬집었다.

'진혁이 엄마'는 그런 송군을 보며, 세상에 없는 아들을 떠올리며 또 한 번 가슴 아파했다.

"이 아이는 우리 진혁이가 있는 하늘공원에, 안산분향소에 밤 11시, 12시에도 옵니다. '어머님, 아버님 어떻게 지내세요. 아프지 마세요. 제가 진혁이 몫까지 다 할게요.'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내 아들이 아닌, 진혁이 친구한테 이런 말 들어야 합니까? 우리는 봄이 오는 게 싫습니다. 꽃 피는 자체가 싫습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에서, (단원고 2학년) 10개의 반이 다 사진을 찍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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