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예산 돌려막아도 한계..'누리과정 포기' 태세

입력 2015. 3. 9. 20:20 수정 2015. 3. 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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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예산집행 미루는 새…또 닥친 보육대란

서울 등 6개 시·도 교육청"어린이집 예산 이달 바닥"

"무상보육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고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책임져야 할 곳 역시 정부다. 기획재정부의 목적예비비 집행 보류는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장휘국 광주시교육감)

"4월 하순이 되면 누리과정 사업을 반납할지, 포기할지 중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광주광역시 등 6개 시·도 교육청이 9일 '4월 이후 예산이 바닥나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학부모가 자비 부담을 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불씨를 안은 채 미봉됐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보육대란'이 다시 눈앞에 닥쳤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2개월치 누리과정 예산(120억원)을 편성했던 광주시교육청은 가장 먼저 예산이 바닥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는 25일에 3월분 어린이집 보육교사 급여 등을 주려면 20일 이전까지 60억원이 필요한데도 이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9일 밝혔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누리과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기자들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들이 추가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없는데도 정부는 알아서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정부에서) 4월까지 해답이 나와야 한다"고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유치원과 어린이집 동일하게 4.5개월분씩 3903억원을 편성했다.

3월까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한 전북·강원·인천·서울 쪽 상황도 비슷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1~3월 보육료 202억원을 편성한 전북도교육청 정옥희 대변인은 "4월 이후에는 대책을 세울 수가 없는 형편이다. 학부모가 자비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176억원도 3월 말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강삼영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정부의 국고 지원과 법령 개정 약속만 믿고 공무원 인건비를 가져다 어린이집 보육료 3개월치만 편성해뒀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어린이집 보육비 예산을 3개월치(459억원)만 편성했다. 이 때문에 당장 다음달부터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어린이집 예산을 3월 말까지만 편성해둔 상태다. 정부의 국고 지원이 늦어질 경우엔, 이론적으론 1년치 전액 편성된 유치원 예산으로 돌려막을 수 있지만 이것도 7월까지만 가능하다.

서울은 3월·경기는 4.5월만 편성광주교육청은 이미 예산 바닥나국회통과한 예비비 지급도 미뤄정부 "교육청서 우선 부담" 태도교육감들 "곧 중대 결정 내릴 것"학부모들 "우려가 현실돼 불안"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학부모들과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광주시어린이집총연합회는 지난달 26~27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1000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어 정부에 항의했다. 이 단체 박신애(55) 회장은 "15일까지 기다려도 국고 지원이 없으면 집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어린이집에 4살 자녀를 보내는 손아무개(34)씨는 "보육대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짜증스럽다. 어린이집이 술렁이고 보육교사가 불안하면 결국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아니냐"고 혀를 찼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11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만 3~5살 어린이의 무상보육 예산을 두고 벌인 책임공방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는 '누리과정은 지방예산으로 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은 '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결국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3조9622억원 중 1조7657억원이 미편성됐다. 특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광주시교육청이 2월까지, 서울·인천·강원·전북·제주 등 5개 시·도 교육청이 3월까지 지원하는 '시한부 안'을 짰다.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회가 어렵사리 협상안을 내놓으며 보육대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때 정부와 국회는 "부족 예산 1조7000억원 가운데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하겠다.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 2월 지방채 발행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법률 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정 논의를 4월까지 미뤘다.

정부는 여전히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여야가 합의한 '누리과정 우회지원' 명목의 목적예비비 5064억원의 지급을 미루는 가운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누리과정 소요 예산을 우선 배정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승융배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누리과정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기재부에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집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지방채 규모가 확정되고 나서 집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목적예비비를 어떻게 배분할지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예비비 지원과 지방채 발행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보육대란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돌리기 위한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이수범 기자, 전국종합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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