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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색다른 길 '제주 수월봉 지질트레일'

송고시간2015-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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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 트레일 걷는 탐방객들 <<연합뉴스DB>>

수월봉 트레일 걷는 탐방객들 <<연합뉴스DB>>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의 서쪽 끝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광경은 아름다움을 넘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성산일출봉이 제주 최고의 해돋이 명소라면 수월봉은 그에 못지않은 멋진 낙조(落照)를 자랑한다.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인 제주 수월봉의 인기가 뜨겁다. 전국적인 걷기 열풍과 함께 좀 더 색다른 길을 접해보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만8천년 전 수월봉의 생성과정과 지역에 얽힌 전설, 주요 관광 코스 등을 살펴본다.

◇ 화산학의 교과서 수월봉

온 종일 제주를 비추던 태양이 섬 한 바퀴를 돌아 수월봉 서쪽 수평선과 부딪치며 붉게 타오른다.

뜨거운 기운의 마그마가 차디찬 바다와 만나 폭발하듯 태양을 삼킨 바다는 불덩이를 토해내며 하늘을 온통 빨갛게 채색한다.

석양의 붉은 빛은 수 만겁 긴 세월 주름살처럼 패인 해안절벽을 비추며 1만8천년 전 뜨겁고 격렬했던 화산활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르르 쾅 쾅!'

제주 전역을 뒤흔들 만큼 커다란 폭발음이 지금의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에서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해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땅속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지하수 또는 바닷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폭발한 것이다. 폭발과 함께 터져나온 화산재들은 화산가스, 수증기와 뒤엉켜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지표면 위를 훑고 지나며 쌓이고 쌓여 커다란 봉우리를 이뤘다.

오랜 세월 강한 바람과 파도에 깎이면서 화산체 대부분이 사라지고, 1.5㎞에 이르는 해안절벽만이 병풍을 두르듯 남아 지금의 수월봉이 만들어졌다.

수월봉 화산재층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층리의 연속적인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질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에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2015년 1월 현재 세계 34개국 111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고 국내에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제주도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이듬해인 2011년부터 제주의 독특한 지질특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지질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월봉 일대에서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국제트레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트레일이란 기존의 수직적인 등산로 개념에서 벗어나 편하게 산림 속 주변을 걸어가는 친환경적 탐방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수월봉 지질트레일은 엉알길 코스(해경 파출소∼용암과 주상절리∼갱도진지∼엉알과 화산재 지층∼수월봉 정상∼검은모래해변∼해녀의 집), 당산봉 코스(거북바위∼생이기정∼가당산봉 마우지∼당산봉수), 차귀도 코스(자구내 포구∼차귀도 등대∼장군바위) 등 다양한 코스로 구성돼 탐방객들이 특이하게 형성된 제주도 지질의 진면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역사·전설·자연이 한 자리에

4.6㎞에 이르는 수월봉 엉알길 코스 가운데 위치한 수월봉 정상 절벽 밑 '엉알'이라 불리는 곳은 화산재 지층이 가장 잘 발달해 있다.

엉알길은 벼랑·절벽 등을 뜻하는 제주어 '엉'과 아래쪽을 이르는 '알'이 합쳐진 말로 '벼랑 아래 있는 길'을 의미한다. 이곳은 수월봉 화산 분출 당시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분출물이 쌓인 화산재 지층이 약 70m 두께로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다.

층층이 쌓인 수십, 수백 겹의 지층은 두툼한 화산학 교과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돼 보는 이들을 경탄하게 한다.

엉알길 코스를 지나다 보면 일제시대 당시 만들어진 일본군 진지도 볼 수 있다. 수월봉 갱도 진지는 태평양 전쟁 때 미군이 고산지역으로 진입해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 전함을 공격하는 자살특공용 보트와 탄약 등이 보관돼 있었다.

수월봉에는 또 너무나 애틋하고 슬픈 어린 남매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

수월봉 트레일 걷는 탐방객들 <<연합뉴스DB>>

수월봉 트레일 걷는 탐방객들 <<연합뉴스DB>>

옛날 병을 앓던 어머니를 보살피던 수월이와 녹고 남매가 있었다. 이들 남매에게 지나가던 스님이 100가지 약초를 구해 어머니를 구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남매는 백방으로 약초를 캐러다닌 끝에 99가지 약초를 구했으나 마지막 한 가지 오갈피를 구하지 못했다. 수월이는 수월봉 낭떨어지 절벽 아래 있는 오갈피를 발견하고 홀어머니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을 내려가다 떨어져 죽었다. 동생 녹고도 누이를 잃은 슬픔에 17일 동안 눈물을 흘리다 죽고 만다. 녹고의 눈물이 절벽 곳곳에서 솟아나 샘물이 됐다고 한다.

마치 절벽이 매일 눈물을 흘리는 듯한 모습에 사람들은 녹고와 수월의 전설을 진짜처럼 믿었고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 이 언덕을 '녹고물 오름'이라 불렀다.

그러나 실제 녹고의 눈물은 해안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흘러내려가던 빗물이 진흙으로 구성된 불투수성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지층 옆으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이외에도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풍경은 안면도 꽃지해변과 강화도 화도면 장화리 등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일몰로 꼽힌다.

수월봉 지질트레일의 또다른 코스인 당산봉은 수월봉과 마찬가지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마그마의 폭발적 반응에 의해 형성됐다. 3.2㎞에 이르는 이 코스에는 거북바위와 당산봉 가마우지, 당산봉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자구내 포구에서 2㎞ 떨어진 차귀도는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장군바위 등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무인도다. 섬에는 다양한 수목과 양치식물 등 82종의 식물이 서식,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차귀도 일대는 1년 내내 배낚시 체험도 가능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차귀도는 옛날 중국 송나라 사람인 호종단(胡宗旦)이 이 섬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며,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은 뒤 중국으로 돌아가려 하다 갑자기 한라산신이 날쌘 매로 변해 날아와서 이들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탐방객 해마다 늘어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인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을 찾는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수월봉 탐방객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400% 가까이 증가한 탐방객이 몰리면서 명실상부 제주지역 최고의 트레일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공식 집계자료는 아니지만, 수월봉에서 처음으로 제1회 세계지질공원 국제트레일 행사가 시작된 이후 2011년 약 1만명(행사 3주간 집계), 2012년 7만7천300명(9월∼12월), 2013년 8만5천890명(연간) 등으로 꾸준히 탐방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지질공원 해설사가 수월봉 정상 탐방안내소와 엉알길 등에서 탐방객을 공식 집계한 이후 2014년에만 30만4천576명이 수월봉을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월봉 탐방객수는 2014년 1월 5천293명, 5월 3만2천333명, 8월 3만8천416명 등 점차 불어나 도보여행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 10월에는 4만7천80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증가 추이는 올해 1월 주간 수월봉 탐방객 현황을 보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5년 1월 첫째주(1월1일∼6일)에만 지난해 1월 한 달 탐방객수(5천293명)에 가까운 5천150명(전년 대비 447.9% 증가)이 수월봉을 다녀갔다.

이어 둘째주(1월7일∼13일) 5천453명(359.8% 증가), 셋째주(1월14일∼20일) 5천725명(310.7% 증가), 넷째주(1월21일∼27일) 5천902명(395.5% 증가), 다섯째주(1월28일∼2월3일) 4천987명(449.2% 증가)으로 이달 3일까지 탐방객 누적인원이 2만7천217명나 된다.

이는 같은 기간 5천619명에 견줘 384.4%나 증가한 것이다.

수월봉이 이처럼 주목받는 데는 전국적인 걷기 열풍과 함께 좀 더 색다른 길을 접해보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화산재 지층과 화산탄 등 화산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형이 해당 지역과 얽힌 다양한 전설, 수려한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도보여행객의 발길을 끌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해설사가 매일 제주도 선사문화 전설과 마을의 역사, 주변의 생태 등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들려주고 있어 탐방객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전용문 지질학박사는 "아름다운 경관, 화산학적으로 의미 있는 독특한 지질구조와 더불어 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들이 합쳐져 보존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곳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지질공원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제주의 수월봉"이라고 말한다.

그는 "수월봉의 낙조와 수월봉 엉알길 화산재 지층은 제주에서 최고로 뽑을 수 있는 경관"이라며 "이처럼 화산이 만들어낸 지층이 잘 보존된 지층을 가까이서 연속성 있게 볼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수월봉은 제주공항에서 승용차로 약 1시여간 거리에 있다. 또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행하는 서부 일주도로행 버스를 타면 한경면 고산1리 육거리정류장까지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는 1시간가량 걸린다. 문의 = ☎ 064-740-6971(제주관광공사) ☎ 064-773-1943(고산1리)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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