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뢰' 김성균 "삼천포 이미지, 다행히 많이 희석됐죠"(인터뷰)

김수정 2015. 3.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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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김성균(34)은 늘 보란 듯이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11), '이웃사람'(12),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13)에서 섬뜩한 악역 연기를 선보여 '범죄자' 이미지로 굳히나 싶더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는 삼천포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성블리'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12일 개봉을 앞둔 '살인의뢰'(손용호 감독, 미인픽쳐스 제작)는 연쇄 살인마 강천(박성웅)에게 아내(윤승아)를 잃고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사라진 승현(김성균)이 3년 후 전혀 다른 인물로 나타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성균은 이번 작품에서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승현 역을 맡아 또 한 번 자신의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 연기를 펼쳤다. 극도의 고통과 분노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승현은 김성균이라는 날개를 달고 스크린 안에서 날아든다. 한 작품 안에서 지극히 평범한 남성부터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껍데기만 남은 인물까지 양 극단을 오가야 했던 그는 피폐해진 피해자의 감정을 떠올리며 자연인 김성균의 삶 속에서도 이따금 눈물을 흘리곤 했다.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 지난 4년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살인의뢰'에 이어 옴니버스 영화 '여름에 내리는 눈'(전윤수 감독)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촬영 중인 조성희 감독의 '명탐정 홍길동'을 비롯, 3월 중순 크랭크인을 앞둔 '무녀굴'까지. 올 한 해도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배우는 쉬면 곧 무직이다"며 대중이 불러주는 한 바쁘게 배우 김성균의 바퀴를 굴릴 것이라는 그. 스크린 안에서 또 어떤 새로운 얼굴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 기대가 모아진다.

다음은 김성균과 일문일답.

-3년 전과 후 변화를 주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김상경 선배가 원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나. 나 같은 경우는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가장 크지. 나는 조금 더 건강해진 정도랄까

-극초반 캐릭터가 엄청 소심하고 나약해 보이더라

원래는 더 나약했다. 천식 환자라서 내내 기침하는 설정이었다.

-사형제도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감독님이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을 때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다큐를 보셨다더라. 다큐 속 유가족들은 피해자가 죽고 난 이후에도 예전처럼 똑같이 밥상에 밥을 올리고 먹었다더라. 피폐해진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살인의뢰'를 시작하게 됐다더라.

-'살인의뢰' 찍고 난 후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이 변했나

아무래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과연 가해자는 법적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뉘우치고 반성하며 지낼까란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가 형을 모두 살고 나왔을 때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을 법적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

-가해자 연기를 할 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가

하하. 그렇다. 가해자 연기를 할 땐 '이놈들의 정신세계는 과연 어떨까' 정도만 생각했지, 마음 한켠에서는 피해자에 대해 '내 일 아니다'고 생각했다. '살인의뢰'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도 울었던 건가

집에 가만히 있다가도 불쑥 불쑥 감정이 떠오르더라. 내가 실제 겪은 일은 아니지만 유사한 감정을, 경험해본 것 아닌가. 거기에 대한 충격이 있었나 보더라. '뽀로로' 보다가도 울었다. '이웃사람' 찍을 때는 살인이라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하다 보니 문득 내가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역할에서 못 빠져나오는 배우가 있다던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뭔가

매순간 힘들었지만 엔딩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승현이 얼마나 무력했을까를 떠올리며 많이 괴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아내가 셋째를 임신한 행복한 상황 아니었나

맞다. '내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게 참 몹쓸 짓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어느 면에서는 오히려 행복한 내 환경 때문에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도 있었다.

-영화 개봉 후 모방범죄에 대한 고민도 있었나

살인범을 미화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영화보다 현실이 더 끔찍한 것 같다.

-윤승아와 만나는 장면이 별로 없다. 아쉽진 않았나

너무 아쉬웠지. 두 장면 정도 같이 나오나. 소품 촬영 때문에 하루 정도 같이 지냈는데 정말 털털하고 가식도 없고 좋은 친구더라.

-도희('응답하라 1994'), 윤승아에 이어 '여름에 내리는 눈'의 성유리까지, 여배우 복이 많다. 비결이 뭔가

그 말은 여배우분들은 복이 없다는 건가? 으하하. 감독님들의 변태 취향 때문이 아닐까. 나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거지. 무엇보다, 상대 배우들과 인연이 닿아서 그런 것 아닐까.

-김상경, 박성웅 모두 주당 아닌가. 거의 매일이 회식이었을 것 같은데

다들 정말 많이 드시고 잘 마신다. 주량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마신다. 난 소주 두 병 정도 마신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다들 식단 조절을 해야 해서 술을 많이들 참았다. 김상경 선배는 칼로리까지 계산하며 식이요법을 했다. 전주 촬영 때 황태포에 술 한잔하려는데, 김상경 선배가 황태포 칼로리를 검색해 보더니 '야, 이건 못 먹겠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살인의뢰'는 기존 삼천포, 살인마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캐릭터다.

'응답하라 1994' 때는 다들 나를 삼천포로만 봤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했는데 다행히 삼천포를 많이 잊어주셨더라. 많이 희석됐지. 지금은 중간 정도로 봐주시지 않을까.

-8월에 셋째가 태어난다고

태명은 다복이다. 아이들이 태어날수록 점점 애정의 크기가 커진다. 낳으면 낳을수록 예쁜 것 같다. 만약에 셋째가 딸이면 머리 깎이고 방에 가둬둘 거다. 못 나가게.(웃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왜, 조니 뎁도 딸 보여주려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출연했다고 하지 않나. 나도 기회가 되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뭐가 좋을까. 후크 선장?(웃음)

-제안받아 본 적은 없지만 잘할 자신 있는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여배우와의 멜로다. 으하하. 서로 굉장히 열애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데 들어오는 작품 중엔 열애가 없어요 열애가.(웃음) 누군가가 김성균을 열렬히 사랑하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없어서 그런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후 쉬지 않았다

쉬면 안 되지. 딱히 다작 배우가 목표는 아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쉬면 무직 아닌가. 안 쉬고 꾸준히 하는 게 좋다. 그래도 1년에 한 달 정도는 집에서 쉰다. 물론 그 쉬는 기간은 육아다. 분명히 집에서 쉬는데도 힘들다.(웃음)

-대기만성형이다

나를 통해서 용기와 힘을 얻었다는 동료들이 있다. 누구나 다 자기 차례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너희들 차례도 곧 올 거다'라는 얘길 자주 해준다. 옛날 연극했을 때부터 날 지켜본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인지 아니까 나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 같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살인의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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