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물에 빠진 아이 구하고 두번 죽다

오세균 2015. 3. 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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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는 한 젊은이의 죽음을 놓고 그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인지 여부로 논란이 뜨겁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오후 허난(河南)성 푸양(濮陽)시의 시자오로우촌(西趙樓村)이라는 한 마을에서 발생했다. 이 마을에는 인공 호수와 함께 호수 중간에 수상 정자가 조성돼 있다. 그런데 이날 호수에서 올해 24살, 대학 3학년생인 멍루이펑(孟瑞鵬)이 물에 빠져 숨졌다. 당시 언론들은 이 젊은이가 물에 빠진 4살, 7살된 아이 2명을 구하고 의로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애석해했다. 당시 호수 주변에서 놀던 아이들이 부주의로 물에 빠지자 부근에 놀러왔던 '멍루이펑'이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들었고 결국 아이 2명은 구했지만 자신은 뭍으로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자인 멍루이펑은 집안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남을 위한 봉사정신이 남달랐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줄곧 모범생으로 생활했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이 그의 희생정신을 앞다퉈 보도했고 수만 명의 네티즌들이 젊은 영웅의 요절을 안타까워했다.

<멍루이펑은 착한 사마리아인일까?>

중국 대륙이 온통 '멍루이펑'의 희생정신에 감동의 박수를 보낼 때 돌연 반전이 일어난다. 일부 언론이 해당 파출소 경찰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부터다. 경찰은 멍루이펑이 아이를 구하다 희생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부주의로 실족사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멍루이펑이 정자 난간에 등을 지고 있었는데 힘을 쓰다 그만 난간이 부서졌고 두 아이도 옆에 있다가 3명이 함께 물에 빠졌다는 것이다. 의사자에서 일순간에 사고를 친 부주의한 젊은이로 추락하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더 충격적인 일은 구조된 아이들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남자가 와서 휴대전화를 들고 무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뒷걸음치다 난간 아래로 떨어졌고, 이때 자신들을 포함해 3명 모두 함께 물로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구조된 아이 부모 역시 멍루이펑은 어린 생명을 구한 영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부모들은 만약 멍루이펑이 발로 난간을 차지 않았다면 자신의 아이들이 물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의로운 죽음인가? 부주의한 실족사인가?>

이런 보도가 나가자 멍루이펑이 사람을 구하다 죽은 건지 아니면 부주의하게 실족사 한건지에 대한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당장 멍루이펑이 다녔던 화베이 수리수력발전대학의 웨이보에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목숨을 건진 아이의 부모를 비난하는 분노의 글들이 이어졌고 급기야 대학측은 변호인단을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멍루이펑의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영웅의 마음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응원의 글들도 이어졌다. 멍루이펑의 부모 역시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자 울분을 토로하면서도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지길 고대했다.

뜨거운 논란 속에 당시 진상은 멍루이펑의 여자 친구의 증언으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힌 당시 상황이다. 그녀는 사고 당일 경찰로부터 급하게 전화 한통을 받았다. 경찰은 다짜고짜 "당신은 누구냐?, 빨리 호수로 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호수로 급하게 달려가 보니 호수 정자 아래 벤치에 멍루이펑의 휴대전화와 옷가지가 놓여 있었고 경찰로부터 남자 친구가 호수에서 익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물에 빠진 남자친구는 인양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두 아이와 아이 엄마는 사라진 뒤였다. 그녀는 만약 그가 부주의하게 물에 빠졌다면 어떻게 휴대전화와 옷을 벤치 위에 놓고 죽을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네티즌들도 멍루이펑의 외투와 휴대전화, 지갑이 모두 정자 아래 벤치에 있었다며 만약 그가 실족사 했다면 어떻게 이런 것들이 벤치에 있을 수 있냐며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구조된 아이 엄마의 어이없는 거짓말, 왜?>

이런 의문들이 쏟아지자 당초 멍루이펑이 사람을 구하다 죽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한 경찰이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그는 언론이 내 말을 앞 뒤 잘라 보도해서 그렇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 뒤 푸양시(濮陽市) 공안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고 그 다음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멍루이펑이 두 아이를 구하려다 숨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아이 엄마를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멍루이펑이 자신의 아이들을 구조하다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녀가 뒤늦게 진실을 밝힌 이유가 너무나 놀랍고 뜻밖이다. 그녀는 구조자가 죽었으니 혹시 자신에게 배상해야할 책임이 있을까 두려워 아이들에게도 거짓말을 하도록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는데 난간이 갑자기 부서지면서 두 아이가 물에 빠져 소리 질러 구조를 요청했고 때마침 부근을 지나던 멍루이펑이 구조 요청을 듣고 달려와 물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한 젊은이의 의로운 죽음이 햇빛을 보는 순간이다.

목격자들의 증언도 잇따르면서 사고 당시 정황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목격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일 호수 중간의 정자 난간 위에 두 아이가 엎드려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이 곁에는 아이 엄마가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난간이 부서지면서 두 아이가 호수로 빠졌다. 당시 정자 부근에는 멍루이펑은 물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가 호수에 빠지자 당황한 아이 엄마는 비명을 지르면서 호수 가까이에 있는 집 안으로 달려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아이 엄마가 하이힐을 싣고 있어서 빨리 뛰지 못하자 다른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뛰었다. 잠시 후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물에 빠졌던 한 여자 아이는 이미 둔치에 있었고 또 다른 아이는 막대기를 잡고 끌려 나왔다. 그러나 함께 물에 빠져 있던 멍루이펑은 양손을 물 밖으로 뻗은 뒤 이내 물로 가라앉고 말았다. 이렇게 구조된 뒤 아이들과 아이 엄마는 그 자리를 바로 떴고 이후 멍루이펑의 여자 친구가 현장에 도착해보니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구조된 아이들과 엄마, 영결식장 찾아 '통곡의 사죄'>

어제(3일) 오전, 의사자 멍루이펑의 영결식이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친척과 친구, 학교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그의 의로운 죽음을 애석해하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영결식장을 찾았다. 그 중에는 멍루이펑이 구한 아이 둘과 아이 엄마도 참석해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그러면서 뒤늦은 사죄를 구하고 1만 위안(약 170만 원)을 조의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멍루이펑 부모는 단지 사과의 말 한마디가 필요했다면서 조의금은 받지 않았다.

자신을 희생해 남을 구한 멍루이펑의 선행이 하마터면 부주의한 실족사로 둔갑해 진실이 묻힐 뻔 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도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구해준 사람에게 고마워 하기는 커녕 어떻게 나몰라라 하고 심지어 부주의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구조에 나선 사람을 물에 놔두고 어떻게 아이들만 데리고 바로 자리를 뜰 수 있었을까. 가슴이 턱 막히고 먹먹해진다. 이날 중국의 양심도 분명 울었을 것이다. 죽음으로 사랑을 실천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제 2의 '펑위 사건'이라 불리는 이유?>

이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또다시 '펑위 사건(彭宇案)'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사건은 이렇다. 지난 2006년 11월 20일 아침 출근길, 중국 장쑤(江苏)성의 성도 난징(南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할머니가 번잡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막 버스에서 내린 펑위(彭宇)는 노파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달려가 부축했다. 곧이어 주변에 있던 또 다른 중년 남성도 달려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뒤 함께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당시 노파는 이들에게 고맙다며 몇 차례나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 노파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로 크게 다쳤고 적지 않게 치료비까지 내야 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치료가 진행되면서 할머니의 마음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병원까지 데려다 준 '펑위'를 대상으로 그 노파와 가족들이 사고를 낸 사람이라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듬해 9월,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양측 모두 잘못이 없다면서도 다만 공평의 원칙에 따라 사고 유발자인 '펑위'는 피해자인 노파에게 응당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손해의 40%인 45,876 위안(약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펑위로서는 정말 억울한 노릇이다. 쓰러진 노인을 도와준 것뿐인데 거액의 치료비까지 물어야하고 게다가 소송까지 치러야하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1심 판결에 불복한 '펑위'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쌍방이 서로 화해하고 소송을 철회하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펑위는 나중에 진실을 고백했다. 당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노인과 부딪쳐 노인이 넘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펑위 사건(彭宇案)'으로 불리며 당시 중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몰고 왔다. 특히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이 사건이후 주목할 만한 현상이 중국 사회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의 일에 절대 간섭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해도 응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모른 척 외면하는 것이다. 괜히 도와줬다가 자칫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멍루이펑 사건과 펑위 사건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중국 사회에 더이상 착한 사마리아인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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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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