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다시 깨어난 사랑의 광기

2015. 3.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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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일 일요일 흐림. 너에게 주문을 건다.
#147 Screamin' Jay Hawkins 'I Put a Spell on You'(1956년)

[동아일보]

미국 가수 스크리민 제이 호킨스의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 앨범 표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재밌지도, 심지어 야하지도 않다고 풍문으로 다 들었소. 그래서 안 봤소.

이 영화 OST 첫 곡이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란 것만은 아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블루스 곡이오. 1956년에 나온 이 노래. 60년간 이후 세대 젊은이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소. 1934년 이상의 '오감도'를 우연히 집어든 아이들이 지난 80년간 놀라 왔던 것과 어쩜 비슷하오. 이 노래 처음 지어 부른 스크리민 제이 호킨스(1929∼2000). '전설'이란 표현이 딱 적당한 아티스트요. 본명은 제이 호킨스. '비명 지르는'이란 예명이 앞에 붙은 게 이 노래 때문이오.

'내가 너에게 주문을 건다/넌 내 것이니까/하던 일을 멈추라.' 색소폰의 기계적인 스타카토가 주도하는 R&B 악곡에 맞춰 호킨스, 음산하게 노래하오. '으흐흐허허허헛!' 섬뜩하게 웃어젖히다 악을 내지르오. 신들린 부두교 주술사처럼 말이오. 스튜디오에서 잔뜩 취한 상태로 녹음한 탓에 이후에 본인도 녹음된 자기 노래를 따라 연습해야 했다 하오. 이 곡을 듣다 보면 노래엔 안 나오는 이런 스토리도 떠오르오.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 주인집 아낙을 사모하던 흑인 노예가 백인 가족들로부터 몰매를 맞아 죽임 당하고 땅에 묻힌 뒤 좀비가 돼 깨어나 주술사의 방울을 흔들면서 천천히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선 '스위트 드림스'로 유명한 영국 듀오 유리드믹스 출신의 애니 레녹스가 이 노랠 재해석했소. 지금껏 니나 시몬, CCR, 제프 벡과 조스 스톤, 메릴린 맨슨, 윌리 문을 비롯해 많은 후대 음악가가 불렀지만 원전의 기운에 도달 못했소. 풍성한 현악 편곡에 특유의 무심하고 중성적인 보컬을 얹은 재즈 가수 니나 시몬 버전이 그중 독보적이오.

호킨스는 이 노래 부르기 전 무대 위에 관을 준비했소. 전주가 나오면 관에서 벌떡 튀어나와 광기 어린 노래를 시작했소. 오른손에 쥔 지팡이 끝엔 불붙은 담배를 입에 문 작은 모형 해골을 달고. 지금 봐도 대단하오. 앨리스 쿠퍼, 메릴린 맨슨으로 이어진 쇼크 록(충격적인 시각 요소를 강조한 록) 계보 꼭대기에 바로 호킨스가 있소. 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참을 수 없어/네가 날 그런 식으로 깔아뭉개는 것/너에게 주문을 건다/넌 내 것이니까/너에게 주문을 건다/너에게 주문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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