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피플] '차줌마'가 된 배우 차승원, '삼시세끼'로 활짝 웃다

TV 속 다양한 연기와 입담으로 대중들을 웃고 울리는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인생 드라마는 존재합니다. TV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들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차줌마 너무 좋아 볼 수록 너무 좋아, 꽃보다 아름다운 차줌마 정말 좋아"

[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차승원을 보고 가수 태진아의 노래 '아줌마'가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다면, 그건 '차줌마'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차승원이 '아저씨'도 아니고 '아줌마'로 탈바꿈했다. 위아래 검은색 복장, 얼굴에 무성한 수염, 식칼을 든 포스는 영락없는 무장 강도 수준이지만, 그 누가 알았을까. 그 안에 못하는 요리가 없는 주방의 지배자 차줌마(차승원+아줌마)가 숨어있을 줄.

차승원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최근 출연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이하 '삼시세끼')에서 홍합짬뽕에 어묵, 그리고 빵까지 뚝딱 만들어 내는 차승원의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여기서 오해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은 차승원이 단순하게 요리를 잘 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방을 재배치하고, 핑크색 고무장갑을 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선을 해체하고 채소를 다듬는 모습 속에서 '주부9단'의 면모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유해진을 향해 잔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콩자반 반찬을 유해진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뚝딱 만들어 주고, 유해진과 손호준을 남기고 섬을 떠났을 때 쉬도 때도 없이 이들의 찬거리를 걱정하며 늘어놓는 잔소리에는 '그리운 엄마'의 향기가 나기도 한다. 키 188센티미터의 거구에 나영석 PD의 자막에 따라 '밀항느낌'이 물씬 나는 외모에서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니러니 하지만 말이다.

방송에 앞서 차승원의 '삼시세끼' 합류는 파격적인 캐스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들 중에서도 입담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차승원인 만큼 그동안 토크쇼에서 맹활약을 보여주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극한의 알바를 체험하면서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즉 예능출연에 부담감이 없는 만큼 차승원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얼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차승원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활약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열풍을 일으킨 건 무척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델 데뷔 27년차, 배우 데뷔 18년차인 차승원에게 대중들은 다시 한 번 그에게 빠져들었다.

"20대 땐 음식 만드는 게 구차하다고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그게 근사하고 섹시해" ('삼시세끼' 차승원 인터뷰 中)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인 2003년, 차승원은 배우 오지혜가 기자로 나서 진행했던 한겨례2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대충 마초'라고 정의했었다.

어느새 사춘기를 맞은 아들과는 대화 방법을 몰라 아들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고, 아내는 전형적인 '마누라'이며 그런 아내의 모습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던 차승원이었다. 그 당시 차승원와 인터뷰를 했던 오지혜는 그에 대해 '세련된 마초'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12년 후 그 세련된 마초는 만재도 아줌마가 돼 있었다.

그가 '삼시세끼'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끊임없는 잔소리 속에 따뜻한 인간미가 여과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큰 스케줄도 아니고, 딸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삼시세끼' 촬영 중 6시간이 넘는 뱃길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 차승원의 모습은 영락없는 '딸바보'이자 그만의 애틋한 부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는 12년 전 게임폐인이 된 아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를 위해 자유를 준다는 '아빠 차승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차승원의 부정은 그동안 많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이다. 아들 차노아 군이 마약과 성폭행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묵묵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던 차승원이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덩이들을 피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모습은 '아버지' 그 자체였다. 그랬기에 차노아가 차승원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대중들이 받는 충격과, 그 모든 논란 속에서도 의연하게 '마음으로 키운 자식'을 감싸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과거 영화 '아들'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내가 내 아들에 관해 얘기하는 걸 꺼려하는 것도 마치 내가 세일즈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처음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얘기도 하고 했지만 나중엔 불편해하더라. 그렇다면 그건 사랑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중략) 나야 배우가 직업이니까 괜찮지만 아들은 불편할 뿐이다. 같은 사적인 부분을 더 이상 얘기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차승원이었다.

'차보리'(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남의 아이를 친딸처럼 사랑하며 애틋한 모정을 보여주었던 여주인공 이름 '장보리'리에 차승원의 이름을 결합시킨 별명)로 불리며 많은 이들을 울린 부심에 자상한 살림꾼 면모까지 추가하니, '삼시세끼' 차승원의 모습에 어찌 안 반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내가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있는 차승원은 촬영이 끝나고 헤어진 후 '저녁 먹었냐'는 전화를 한다. 그 전화 한 통화가 그렇게 따듯할 수가 없다. 차승원은 말 한 마디에서 따듯함이 느껴지는 다정한 사람이다. 살면서 친구 만나기 어려운데, 차승원은 그런 사람이다"

(영화 '이장과 군수'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후 진행했던 유해진의 인터뷰 中)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진행됐던 스타뉴스와 인터뷰 당시 그와 만났던 기자는 '그를 처음 본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저라고 나이를 안 먹나요. 5년 전 가수 포지션의 '아이러브유'라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적이 있어요. 눈가 주름이 그때와 달라요. 저도 나름대로 피부에 좋다는 영양크림이랑 T존크림도 발라봤어요. 근데 스킨로션이 제일 좋더라구요. 세월의 흐름 앞에 장사가 없어요"라고 말했던 차승원이었다.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영락없는 그의 모습이 담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07년 영화 '아들' 촬영 이후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차승원은 "타고난 신체조건, 열의, 책임감, 인간성 이중에 성공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려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죠"라고 담담하게 답한 적이 있다.

"속이고, 속는 것을 아는 게 연기죠. 하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진짜'로 보여야하거든요. 그게 바로 진정성이에요. 삶에서 실제로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해야하는데, 나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때문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라는 차승원의 말은 현재 그가 다시금 인기를 얻게 된 이유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삼시세끼'를 통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차승원은 현재 국내를 넘어 홍콩에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홍콩 유력 매체들은 일제히 차승원이 출연 중인 '삼시세끼'에 관심을 보이며 국내 반응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빈과일보는 '"차승원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통해 알려졌으며, 주로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왔다. 하지만 '삼시세끼'를 통해 고유의 이미지를 깨버렸다"며 차승원의 변신을 소개했으며, 이스트 터치(East Touch)는 "차승원과 유해진이 오래된 부부의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차승원이 앞으로 더욱 요리 실력을 연마해 식당을 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해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게 했다.

차줌마가 된 차승원은 이제 곧 있으면 MBC 월화드라마 '화정'을 통해 개혁군주 광해군으로 분한다. 과연 차승원은 '차줌마'에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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