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VR이 오큘러스 리프트 보다 나은 다섯 가지 이유

봉성창 기자 입력 2015. 2. 28. 13:41 수정 2015. 2. 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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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IT기기를 경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IT기기만큼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 새로운 기술이 연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을 받아 들었을 때 감정은 설렘이 아니라 이전 제품 대비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를 숫자로 이해하는 정도다.

이러한 매너리즘 혹은 불감증을 한 방에 날린 제품을 최근 만났다. 바로 삼성전자와 오큘러스가 합작해 만든 '기어VR'이다.

▲ 삼성전자와 오큘러스가 합작해 만든 기어VR.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오래된 개념이다. 흑역사로 평가 받는 닌텐도 버추얼보이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동안 VR을 표방한 많은 제품이 있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소니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신제품을 리뷰 했을 때만 해도 눈앞에 아주 큰 영상을 뿌려주는 개인용 프로젝터에 불과했다.

'기어VR'과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머리의 움직임을 추적해서 눈앞에 화면을 빠르게 전환하는 헤드 트래킹(Head Tracking) 기술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헤드 트래킹 기술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머리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추적하는 센서 기술과 이를 빠르게 연산해내는 컴퓨팅 능력 그리고 이를 디스플레이에 빠르게 보여주는 응답속도다.

기어VR의 코어는 갤럭시 노트4 혹은 갤럭시 노트4 S-LTE다. 즉, 갤럭시 노트4는 이러한 조건을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강력한 모바일 프로세서 중 하나인 스냅드래곤 805·810이 탑재돼 있으며, 디스플레이 패널 중 가장 빠른 응답속도를 가지는 AMOLED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어VR이 탑재한 센서를 결합해 최상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앞선 사양은 PC용 오큘러스리프트나 혹은 VR for G3 혹은 구글 카드보드 보다 훨씬 향상된 VR 체험을 제공한다.

기어VR이 오큘러스와 협업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오큘러스가 내놓은 개발자키트(DK1, DK2)보다 더 주목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기어VR은 현존하는 VR 제품 중 가장 발전된 형태라는 이야기다.

기어VR이 오큘러스 리프트 DK2(이하 DK2)보다 나은 다섯 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기반의 VR 머신이 PC 기반의 VR 머신에 비해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분석했다.

QHD급 초고해상도 화면… 더 나은 현실감 제공

'기어VR'을 비롯한 오큘러스 리프트 제품군과 구글 카드보드는 모두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직사각형 디스플레이를 눈에 대고 그 사이에 볼록렌즈와 같은 확대경을 달아 실제 사람이 눈으로 보는듯한 시야각을 확보하는 것이다.

보통 5~6인치 디스플레이에서 해상도가 풀HD 정도만 돼도 흔히 '도트가 튄다'고 하는 계단 현상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대경이 달린 VR머신은 아무리 해상도가 높아도 계단 현상이 도드라질 수 밖에 없다. 계단 현상은 현실감을 저해하는 강력한 요소다.

게다가 사람의 눈은 두 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화면 분할이 이뤄진다. 각각의 눈에 별도의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입체감을 구현한다. 이는 3D TV 하고도 같은 원리다. 이 과정에서 해상도가 반으로 줄어든다.

▲ 기어VR의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갤럭시 노트4는 QHD 디스플레이로 더 세밀한 화면을 보여준다.

DK2에 사용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1920×1080 화소, 즉 풀HD다. 반면 기어VR의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갤럭시 노트4의 해상도는 QHD급인 2560×1440 화소로 더욱 세밀하다. 즉, 현실감 측면에서 기어VR이 훨씬 유리하다.

무선의 자유로움… 언제 어디서나 VR 만끽

DK2는 기본적으로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즉, 의자에 앉아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이 점은 기어VR 역시 마찬가지다. VR머신은 기본적으로 시야를 완전히 가리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쓸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활용성 측면에서 더 많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어VR은 침대에 누워서도 사용할 수 있다. 360도 영상을 볼 때는 누워서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지만, 기어VR에 탑재된 시네마 뷰 모드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를 침대에서 누워서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 기어VR은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선이 없어 활용성이 대단히 높다.

무엇보다 장시간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도 VR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DK2보다 기어VR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부분이다. 물론 기어VR이 갤럭시노트4의 배터리를 쓰는데다 AMOLED 디스플레이가 항상 켜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시간에 제약은 있다. 하지만 앱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1시간 이상은 충분히 쓸 수 있다.

자세를 가리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

무선이 주는 자유로움은 착용감과도 관련이 깊다. 무게 자체만 보면 440g에 불과한 DK2가 근소하게 가볍다. 기어VR은 갤럭시노트4 무게(176g)를 합치면 555g 정도 된다. 참고로 다른 VR머신에 비교하면 두 제품 모두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착용감은 단지 제품 무게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어VR은 머리를 움직일 때 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부자연스러운 목의 움직임을 한결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까지 기어VR이나 DK2 모두 시선에 따라서 방향만을 바꿔줄 뿐, 목을 앞뒤로 움직인다고 해서 화면이 더 커지거나 작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기어VR을 사용해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숙여지거나 뒤로 제쳐지기도 한다.

이때 DK2는 PC와 연결된 선이 다소 의식되며, 이는 불편한 착용감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DK2는 앞뒤로 몸을 움직일 때 이를 추적하는 포지셔닝 트래킹을 위해 별도의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PC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 기어VR은 이용자의 자세를 감지해 적절한 영상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기반의 VR기기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VR기기의 개발 방향은 단순히 머리의 움직임 뿐 아니라 몸 전체의 움직임을 읽어내 그에 맞는 화면을 제공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니가 개발중인 프로젝트 모피어스도 이같은 기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ms 낮은 지연율… 느껴지지 않는 멀미감

VR기기의 발전은 장시간 사용시 생기는 멀미를 어떻게 줄이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기어VR은 발전된 형태의 VR기기라고 해도 좋다. 그만큼 멀미 현상이 덜하기 때문이다.

VR기기 착용시 멀미감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맨눈으로 보는 시각정보와 VR기기에서 제공하는 시각정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VR기기는 시야를 옮길 때 맨눈으로 볼 때보다 미세하게 화면이 늦게 반응한다. 전문가들은 화면 지연율이 20ms 이하로 내려가면 대부분 사람들이 멀미를 느끼지 않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지연율은 기어VR이 DK2에 비해 근소하게 앞선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어VR의 지연율은 20ms로 표시하고 있지만, DK2는 20ms~30ms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PC사양에 따라 지연율에 차이가 있으며, 대체적으로 50ms 미만이라는 분석도 있다.

두 제품 모두 실제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지연율을 최소화했으며, 이는 구글 카드보드나 LG전자의 VR 포 G3와 같은 다른 VR기기와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유는 바로 응답속도가 빠른 AMOLED 패널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고집스럽게 갤럭시 노트4를 비롯한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계속 AM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해왔다. DK2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AMOLED다. 사양으로 미뤄볼때 갤럭시 노트3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응답속도가 느린 LCD 패널은 VR기기에 사용하기 적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가상현실 즐기기 위한 합리적 가격

DK2의 가격은 350달러(한화 약 38만8천원)이며, 기어VR은 199달러(한화 약 22만원)다. 국내는 세금을 포함해 24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4의 가격을 포함하면 기어VR이 훨씬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DK2 역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갖춘 고성능 PC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조건은 동일하다.

반대로 기어VR에 따르는 제약은 반드시 갤럭시 노트4 혹은 갤럭시 노트4 S-LT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한 번 더 뒤집어 생각해 보면 갤럭시 노트4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용자에게 기어VR은 가상현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가장 저렴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VR기어의 잠재력과 스마트폰의 미래

스마트폰 기반의 기어VR은 PC 기반의 DK2와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퍼포먼스를 낸다는 점은 향후 스마트폰 VR 시장이 급성장 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는 향후 갤럭시 스마트폰의 발전 방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5~6인치 스마트폰에 4K 해상도 디스플레이는 과분하지만 기어VR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 기어VR은 다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패널 경쟁에 있어 AMOLED와 LCD의 우위 논쟁도 이제는 불필요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역시 활용하기에 따라 VR과 좋은 궁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눈부시게 진화해온 스마트폰이 최근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니즈가 많은 부분 충족되었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서두르지 않는 측면도 있다. 기어VR은 다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다시 스마트폰의 발전을 채찍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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