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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산이 거룻배처럼 둘러쳐진 '춘천 문배마을'

송고시간2015-02-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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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문배마을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봉화산 해발 350m 지점에 있는 문배마을. 6만6천여㎡ 넓이의 분지에 자리 잡은 이 오지 마을에는 현재 9가구가 집을 짓고 산다. 2015.2.28
rae@yna.co.kr

아늑한 문배마을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봉화산 해발 350m 지점에 있는 문배마을. 6만6천여㎡ 넓이의 분지에 자리 잡은 이 오지 마을에는 현재 9가구가 집을 짓고 산다. 20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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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유학자이자 구한말 의병장이었던 습재(習齋) 이소응(李昭應)의 문집에 문폭유거(文瀑幽居·문폭에서 은둔해 살며)라는 제목의 한시가 있다.

"이곳에 문폭이 있으니(此地有文瀑) / 깊어서 은거하기 매우 좋구나(窈窕何其幽)/"

문폭은 강원도 춘천시 강촌 봉화산(해발 525.8m) 기슭에 있는 구곡폭포의 옛 이름이다.

구곡폭포 산책로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구곡폭포 산책로. 기암절벽과 큰 수목들을 옆에 낀 평탄한 산책로가 970m 정도 길게 이어진다. 2015.2.28
rae@yna.co.kr

구곡폭포 산책로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구곡폭포 산책로. 기암절벽과 큰 수목들을 옆에 낀 평탄한 산책로가 970m 정도 길게 이어진다. 20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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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홉 번을 굽이돌다 계곡으로 떨어진다 하여 구곡폭포, 혹은 구구리폭포라고 불리게 됐다.

이소응은 이 깊고 고요한 폭포 너머에 있는 한 마을로 우리를 안내한다.

"계곡물 따라 끝까지 가보면(逐流到窮源)/ 마을이 평지에 펼쳐진다(有村開平疇)/ 샘물은 달고 토지는 비옥하며(泉甘而土肥)/ 산은 거룻배처럼 둥글게 둘러쳤다(山環似巨舟)/"

벼랑 위에 느닷없이 펼쳐진 비옥한 평지. 산이 돛도 없는 작은 배 모양으로 별천지 촌락을 감싸 안은 곳.

춘천 문배마을 안내도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봉화산 매표소에 붙은 문배마을 산행 안내도. 매표소에서 시작해 구곡폭포를 지나 문배마을까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데는 40분 정도가 걸린다. 2015.2.28
rae@yna.co.kr

춘천 문배마을 안내도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봉화산 매표소에 붙은 문배마을 산행 안내도. 매표소에서 시작해 구곡폭포를 지나 문배마을까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데는 40분 정도가 걸린다. 2015.2.28
rae@yna.co.kr

이곳이 바로 '문배마을'이다.

오늘날 문배마을을 찾아가는 흔한 방법은 구곡폭포 관광지 매표소(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432)에서 시작하는 오솔길을 따라 폭포를 거쳐 문배고개를 넘는 방법이다.

총 거리는 1천480m, 40∼50분 정도가 걸린다.

먼저 구곡폭포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산책로가 970m 정도 길게 이어진다.

산간 계곡엔 아직 얼음이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구곡폭포 하류 계곡. 계곡물이 아직도 하얗게 얼어 붙어 있다. 2015.2.28
rae@yna.co.kr

산간 계곡엔 아직 얼음이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구곡폭포 하류 계곡. 계곡물이 아직도 하얗게 얼어 붙어 있다. 2015.2.28
rae@yna.co.kr

길 왼편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들이 병풍을 이루고, 하늘로 곧게 뻗은 수목들은 벌거벗은 한겨울에도 웅장한 기운을 내뿜는다.

아직 2월이라 계곡은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얼음 아래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등산객을 따라온다.

'우수 뒤의 얼음'이라더니 사방에서 이제 막 녹기 시작한 흙냄새도 풍겨온다.

바위 위마다 돌탑이 무수히 쌓인 길을 따라 천천히 15분 정도 걷다 보면 갑자기 골짜기가 좁아지고, 50m에 이르는 거대한 빙벽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장엄한 구곡폭포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구곡폭포가 높이 50m의 거대한 빙벽으로 변해있다. 왼쪽으로는 검봉산이 솟아있고, 오른쪽으로는 봉화산 하늘벽이 버티고 있어 그 위용을 더한다. 2015.2.28
rae@yna.co.kr

장엄한 구곡폭포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구곡폭포가 높이 50m의 거대한 빙벽으로 변해있다. 왼쪽으로는 검봉산이 솟아있고, 오른쪽으로는 봉화산 하늘벽이 버티고 있어 그 위용을 더한다. 2015.2.28
rae@yna.co.kr

왼쪽으로는 검봉산이 날렵하게 솟아있고, 오른쪽으로는 봉화산의 하늘벽이 수려하게 버티고 있어 그 위용을 더한다.

여름에 수량이 많을 때는 그 시원한 물소리가 산 아래까지 울리고,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강한 물기둥이 물보라를 일으켜서 무지개도 생긴다.

이곳 구곡폭포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잣나무와 전나무, 소나무 등 수목이 울창한 숲길을 올라간다.

산 응달에는 아직 하얀 눈이 소복한데 나무 틈 사이로 해가 비추는 등산로는 흙이 벌써 부풀어 있다.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숲 가에서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가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2015.2.28
rae@yna.co.kr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숲 가에서 겨울잠에서 깬 다람쥐가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2015.2.28
rae@yna.co.kr

여기저기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타다다닥' 나무 쪼는 소리도 들린다.

낙엽을 헤치고 다니는 다람쥐를 발견한 등산객들은 멈춰 서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 길은 대체로 큰 경사가 없는 등산로지만 끝에 가서 일명 '깔딱 고개'라고 불리는 문배고개를 넘어야만 마을이 보인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경사가 가팔라서 막판에 숨이 깔딱 깔딱 목에 걸린다는 뜻으로 그렇게 부른다.

고개를 넘어서면 비로소 한적한 분지 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감탄이 나오는 이유는 풍경이 별달라서가 아니라 벼랑 위에 이런 아늑한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고, 한편으로는 뜻 모를 안도감이 들어서일 것이다.

워낙 오지라 6·25 전쟁도 모르고 지나간 마을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포탄에 부상했다는 주민의 증언도 있으니 그만큼 외부와 동떨어진 산속 마을이라고만 이해해도 충분할 것이다.

마을이 앉은 모습을 보면 이소응의 한시처럼 산이 거룻배(돛이 없는 작은 배) 모양으로 촌락을 감싸고 있다.

이 때문에 배가 가라앉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옛날에는 펌프도 뚫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문배마을까지 올라오고 나면 큰 볼거리는 없다.

봉화산 숲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봉화산 숲길. 소나무, 잣나무, 낙엽수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15.2.28
rae@yna.co.kr

봉화산 숲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봉화산 숲길. 소나무, 잣나무, 낙엽수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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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옥을 고쳐 만든 토속음식점에서 허기를 달래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내려가는 게 다지만 그 정취를 느끼려고 한겨울에도 주말이면 400∼500명씩 다녀간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4대째 사는 주민 신동운(61)씨는 닭과 오리를 잡아서 백숙으로 삶아 팔고 있다.

신씨는 '신가네'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한 지도 벌써 21년째.

산채비빔밥, 감자부침, 오리탕, 칡 부침, 동동주 등 많은 음식을 상에 내놓으면서도 신씨가 가장 자신 있게 대접하는 음식은 두부와 도토리묵이다.

신씨는 "국산 콩을 내 손으로 갈아서 직접 두부를 만들고, 도토리묵은 수고스러워도 녹말가루를 내서 야들야들하게 묵을 쑤니까 맛이 아주 좋다"고 소개했다.

아늑한 문배마을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봉화산 해발 350m 지점에 있는 문배마을. 6만6천여㎡ 넓이의 분지에 자리 잡은 이 오지 마을에는 현재 9가구가 집을 짓고 산다. 2015.2.28
rae@yna.co.kr

아늑한 문배마을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봉화산 해발 350m 지점에 있는 문배마을. 6만6천여㎡ 넓이의 분지에 자리 잡은 이 오지 마을에는 현재 9가구가 집을 짓고 산다. 20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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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집을 둔 9가구 대부분 '이씨네', '장씨네', '한씨네', '김가네' 등 성씨를 간판으로 내걸고 토속 음식을 만들어 판다.

오전 10시쯤 나와 점심 장사만 하고 오후 6시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산채비빔밥이라도 한 그릇 맛보려면 때를 맞춰서 올라와야 한다.

신씨는 "옛날에 문배나무를 많이 심어놔서 문배마을이 됐는데 다들 농사를 안 짓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다 없어졌다"면서 "작고 달착지근한 배도 맛있고, 꽃냄새도 구수했는데 지금은 없지…"하며 아쉬워했다.

이제는 문배나무는 없지만, 그 꽃향기 같은 구수한 옛 정취를 찾아 이번 주말에도 수많은 발걸음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한편 춘천 시내에서 문배마을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봉화산 숲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봉화산 숲길. 소나무, 잣나무, 낙엽수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15.2.28
rae@yna.co.kr

봉화산 숲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문배마을로 넘어가는 봉화산 숲길. 소나무, 잣나무, 낙엽수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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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춘선이나 ITX청춘열차를 타고 강촌역에 내려 타박타박 걷기 시작하면 구곡폭포 관광지 입구까지 천천히 가도 40분 정도가 걸린다.

역 인근에서 50번이나 50-1번 버스를 타면 10분 정도 걸려 폭포 종점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쪽에서도 50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50분 정도 걸린다.

자동차를 타고 바로 가는 방법도 있다. 길게 뻗은 강촌천을 따라 강촌구곡길을 타고 오다 보면 주차장까지 5분이면 도착한다.

주차장 오른편의 구곡폭포 관광지 매표소를 거쳐 폭포를 지나 문배마을까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데는 40분 정도가 걸린다.

주차장 왼편의 봉화산 매표소를 거쳐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제1, 제2코스는 각각 50분 정도, 임도를 거치는 제3코스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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