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간통죄 위헌 맞춰 귀국? 그게 말이 되나

2015. 2. 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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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상관없는 자극적인 뉴스 범람… 고인된 신해철까지 끌어다 어뷰징 낚시질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헌법재판소가 62년 만에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는 국가기관이 사생활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번 판결의 본질은 외면한 채 간통죄와 연결된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이미지, 네티즌 반응을 이용해 황당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기사들에는 주로 과거 간통죄와 연루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다시 한 번 들추는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일부 언론은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 부부의 귀국 소식과 간통죄 판결을 연결시켰다. '모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구설에 오른 이병헌이 사실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내려진 날 귀국했다'는 것이다. 이병헌이 간통죄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불륜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데, 마침 불륜행위(성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간통죄가 폐지된 날 귀국했다는 내용을 억지로 끼어놓은 것이다.

더팩트 <이병헌,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男子…간통죄 폐지 '성공적'> 이투데이 <이병헌, 오비이락 귀국…"왜 하필 간통죄 폐지된 날 왔을까"> 아시아경제 <이병헌 귀국 "하필이면 '간통죄 위헌으로 결정된 날과 겹쳐"…신의 장난?>, 쿠키뉴스 <하필 간통죄 판결나는 날에…이병헌, 이민정과 함께 귀국 "깊이 반성중" 울먹> 등이다.

▲ 스포츠서울 기사 갈무리

은퇴한 배우 '정윤희'도 언론들이 간통죄 기사를 생산해내는 주요 소스가 됐다. 70년대 트로이카였던 정윤희가 과거 간통죄로 고소당했던 일을 다시 한 번 기사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데일리한국 <간통죄 위헌 연예계史 정윤희 사건 내막 봤더니…헉!>, 티브이데일리 <'여배우 트로이카' 정윤희, 간통죄 위헌결정에 주목받는 이유는?>, 매일경제 <정윤희, 간통죄 위헌 판결(결정)에 덩달아 화제 '왜?'>, 데일리한국 <간통죄 위헌에 화제된 정윤희, 리즈시절 파격적인 정사신을…아찔> 등이다. 언론이 스스로 화제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정윤희 뿐만이 아니다. 배우 최무룡, 김지미, 황수정 등 간통죄로 수감되거나 혐의를 받았던 연예인들도 다시 끄집어냈다. 스포츠경향 <간통죄 위헌 결정…간통죄 얽힌 유명인 누가 있나>, 텐아시아 <정윤희·옥소리·황수정·김지미 등…간통죄 연루 연예인 새삼 화제>, 데일리안 <정윤희, 구속됐다 무죄판결…연예계 들쑤셨던 간통죄>, 조선일보 <최무룡·김지미·옥소리·황수정, 국회의원과 전직 차관 아내까지…간통 때문...> 등이다.

채널A 박정훈의 뉴스 TOP10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 페이스북 '선이'

이런 기사들은 탁재훈, 옥소리 등 간통죄로 고소해 이번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는 기사와도 완전히 결이 다르다. 다시 한 번 연예인의 과거 사생활을 들춰내는 기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간통죄 폐지로 KBS2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위기라는 웃지못할 기사도 있다. 몇 안되는 네티즌 반응을 불륜이 드라마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 드라마와 묶어쓴 기사다. 머니투데이는 <간통죄 위헌… 불륜드라마 사라지나? "'사랑과 전쟁' 최대 위기">에서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누리꾼들은 불륜 소재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걱정(?)했다"면서 "누리꾼 @015B****는 '간통죄 폐지로 KBS '사랑과 전쟁' 제작에 최대 위기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 @Drea****** 역시 ''사랑과 전쟁'이 잠정 폐지에서 완전 폐지가 되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고인이 된 신해철까지 끌어내 간통죄 기사를 쓴 언론도 있다. 뉴스엔은 <신해철 사후 4개월, 간통죄 폐지는 현실이 됐다>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에 고(故) 신해철 생전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신해철은 생전 간통죄 폐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제 생각엔 위헌으로 될 것 같네요"라고 쓴 글로 기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새누리 김진태 의원 "간통죄 위헌 될 것" 예상>이다.

한편 간통이 위헌인 것과 별개로 간통이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불륜이 더 늘어날 거라고 우려도 근거가 부족하다. 헌재는 이날 "간통이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굳이 형사법인 간통죄가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청구, 이혼청구, 재산분할청구 등 민사법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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