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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호소 외국인 담요와 슬리퍼로 한겨울 나"

송고시간2015-02-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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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 차원 실태 보고서 "구금 외국인 생활 열악"인터넷사용이나 성소수자 등 상세 처우 처음 다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최근 공개된 대한변호사협회의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의 열악한 생활실태가 여실히 드러나있다.

23일 공익법센터 '어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여러 단체의 변호사들과 함께 화성·청주 외국인보호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수용 외국인과 공무원을 심층 면접해 민간 차원의 첫 구금 외국인 실태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난민 신청자들의 장기구금 실태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처우, 인터넷 사용과 직원 용역고용, 심리상담이나 의료통역 부분과 급식, 운동시간 등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대해 처음으로 상세히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소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수용됐을 경우 이에 대한 업무처리 지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련 업무는 보호소의 담당 공무원 재량에 맡겨져 있었다.

화성·청주 보호소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외국인이 2∼3달에 1명꼴로 보호되고 있었다.

외국인 보호 규칙에는 남성은 남성전용 방에, 여성은 여성전용 방을 사용하게 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이었다.

보고서는 외국인 입소 시 성소수자 여부를 확인하고, 성소수자에게 단체복 종류나 독방 생활 여부 등을 선택하게 하는 등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라고 제안했다.

전화와 함께 보호소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대표적 방법인 인터넷 사용은 대부분 자유롭지 않았다.

화성·청주·여주 보호소 세 곳 모두 인터넷 사용은 불가했다. 다만 여주 보호소의 경우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요청할 경우 '다문화실'이라는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또한 겨울용 침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불만이 외국인들 사이에 많이 제기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호소 세 곳은 봄·여름·가을에는 담요 2∼3장을, 겨울에는 이보다 1∼2장 많은 3∼5장을 지급하고 있었다.

외국인 면담 결과 담요를 1∼2장 더 지급하는 것으로는 한겨울을 나기 쉽지 않아 요청이 있을 경우 솜이불 등을 지급하고 난방시설을 개선하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한겨울에도 외국인들은 제복인 긴팔 라운드티를 입고 슬리퍼만 신은 채 추위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제복 이외에 점퍼 등의 겉옷을 입을 수 없게 돼 있어 장기 구금자의 경우 겨울용 겉옷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슬리퍼만 신은 채 겨울을 나고 있어 동상위험이 있다며 최소한 겨울철에는 운동화를 개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구금된 외국인의 처우와 직결될 수 있는 직원의 근무여건 문제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세 곳의 보호소 모두 8시간씩 3교대로 근무가 이뤄지고 있어, 공무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원 부족으로 외곽 순찰이나 면회를 비롯한 외국인 인솔업무 등 보호업무 일부에 대해서는 외부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경비대원이 업무를 하고 있었다.

화성보호소에는 93명의 공무원(공익근무요원 포함)과 47명의 용역업체 직원(경비대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청주보호소는 공무원 49명·용역직원 19명, 여수 보호소는 공무원 40명·용역직원 16명이었다.

정식 직원과 달리 용역직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공식 교육이 없고, 용역업체나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들에 의해 교육이 이뤄져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면접한 공무원들이 한목소리로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고 직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용역직원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하라고 제언했다.

또한 보호소 내에는 별도의 의료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화성보호소의 경우 의료통역이 없고 보호소 직원의 개인 역량하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까지는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기타 언어에 대해서는 다른 보호 외국인의도움을 받고 있었다.

청주보호소 역시 별도의 통역이 없었으며, 보호소 내 수용 외국인 중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국인을 통해 업무를 해결하고 있었다.

또한 조사대상 보호소 세 곳의 1인당 한 끼 급식비는 1천300원 안팎이었고 밥과 국, 김치, 반찬 1개가 제공되고 있었다.

운동시간은 주 2∼3회 각 30분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도 지적됐다.

조사에 참여한 이일 어필 변호사는 "이번 변협 보고서는 지난 2010년부터 특정시설과 특정 쟁점에 대해서만 조사하는 인권위 보고서와는 차별된다"며 "앞으로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제도 개선과 입법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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