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 남았는데 "나가라"..재벌 3세 '갑질'

김종원 기자 2015. 2.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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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LG 가문의 재벌 3세가 몇 년 전 강남의 빌딩을 한 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빌딩을 인수한 직후부터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세입자들을 내쫓으려고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조현아 씨의 땅콩 회항 때문에 가뜩이나 재벌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재벌 3세의 갑질 논란이 또 불거졌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덩치 큰 남성이 철물점으로 들어오더니 주인을 협박합니다.

[남성 : 거슬리게 하지 마라니까. (전세) 계약 기간까지는 내가 있게 할 테니까, (거슬리게) 하면 진짜. 다음에 내가 여기 한 번 더 들르는 날에는….]

계약 기간까지 있게 해 주는 게 마치 큰 선심인 듯 말하는 이 남성, 철물점 주인이 이 말에 발끈합니다.

[철물점 주인/1층 세입자: 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 무조건 (나가라는) 재판을 건 분이 누구시죠?]

[남성: 아니, 알았으니까, 알았으니까, 이 xx 진짜! 조심해 너 진짜. 너 xx 내가 불러서 진짜 묻어버린다, 진짜! 너 나 누군지 모르지, 너?]

[철물점 주인/1층 세입자 : 아니, 내가 잘못한 게 있어요?]

[남성: 아니, 그러니까 거슬리게 하지 말라고, xx! 그러다 너 진짜 나한테 죽어.]

자신보다 열 살도 더 많은 철물점 주인에게 욕을 해 대는 이 남성, 이 건물의 주인을 대신해 세입자를 관리해 주는 건물주의 대리인입니다.

철물점 사장은 3년 전 자신이 세들어 있는 이 빌딩의 주인이 바뀌면서부터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한 이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철물점 주인/1층 세입자 : 나, 이 사람(건물주 대리인)만 보면 울렁거려요, 가슴도 뛰고 막, 무서워서.]

건물주 대리인의 횡포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칼국수 집 주인/지하 1층 세입자, 현재 퇴거 : 장사를 하고 있는데 (건물주 대리인이) 간판을 철거해 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손님도 떨어지고 장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다 그냥 손들고 나 오는 거예요.]

이런 대리인을 둔 건물주는 누구일까?

LG가의 재벌 3세, 구 모 씨였습니다.

구 씨는 철물점과 칼국수 집이 아직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못 나가겠다고 버티자, 자신의 명의로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최광석/ 부동산 전문 변호사 : '임대차보호법'이 있어서 세입자의 (계약) 기간 이 보호된다는 부분을 (건물 주인이) 몰랐을 리 없거든요. (그런데도) 힘을 사용해서 귀찮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그걸 통해서 내보내려는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당연히 소송 결과는 '건물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고 나왔지만, 영세 세입자들은 1년 여 재판 기간이 무척 힘들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세입자에게 욕을 하고 간판을 떼는 등의 행위를 건물주 구씨가 직접 대리인에게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구 씨 측 대리인은 자신은 건물주가 법적으로 위임한 대리인이자 구 씨와 동업자 관계이기 때문에 세입자를 관리 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세입자들이 현 시세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으로 세 들어 있어서 현실적인 월세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은 건물주 구 씨와 접촉하려 시도했지만, 대리인 측은 구 씨가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서진호,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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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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