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올린 차례상.. 세월호 유족·비정규직의 설날 풍경

2015. 2. 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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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세월호 참사 유족과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거리에서 차례를 지내며 가슴 아픈 설 하루를 보냈다.

◇ 세월호 참사 후 첫 설날… "진실 밝히기 위해서는 올 추석도 농성할 것"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 20여명은 설을 맞은 19일 오전 10시 30분쯤부터 떡만두국 30인분을 끓여 농성장을 지나는 시민들과 나눠 먹었다.

국회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이어 세월호 인양 문제마저 지지부진한 상황. 농성장 천막 곳곳에는 '국회 진상조사위 인물을 중립적인 인사로 바꿔달라'는 내용의 노란 현수막이 나부꼈다.

이들은 오후 3시쯤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합동차례상을 올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던 세월호 참사. 차례상에 놓인 음식은 대부분 과자나 피자, 치킨, 초콜릿 등이었다.

차례상 너머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 복주머니 304개가, 차례상 주변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반별 단체 사진이 전시됐다.

단원고 희생 학생 오영석 군의 아버지 오병환 씨는 "도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노숙하면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저희는 추석이 끝나도 광화문에 있겠다. 국민들이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단원고 희생 학생 이민우 군의 아버지 이종철 씨도 "남들은 즐거운 명절인데 우리는 자식을 보내고 앞으로 해마다 아파해야 한다"며 "아픈 건 참을 수 있지만, 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됐는지 밝혀지지 않는 현실이 제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안산 합동분향소와 진도 팽목항 등에서도 동시에 합동차례상을 올렸다.

◇ "아버지 제사도 못 챙기고…" SK·LG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 어린 차례상

앞서 이날 오후 1시에는 서울 중앙우체국 앞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물 젖은 합동차례상을 올렸다.

지상에서 10일째 단식을 단행한 LG유플러스노조 김수복 양산지회장이 발언 도중 "고공농성 다음날이 내 아버지 제사였다. 고향에 가보지도 못하고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눈물이 난다"며 흐느꼈다.

함께 단식 중인 LG유플러스노조 임창호 영남권부지부장도 "집에서는 곡기를 끊은 줄도 모른다"며 "서울에 올라와서 투쟁하는 게 너무나 외롭고 힘들지만, 동지들의 얼굴을 보고 견딘다"고 눈물을 훔쳤다.

우체국 앞 광고탑 위에서 1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강세웅 씨도 이 광경을 지켜보다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강씨는 "감정을 잘 추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받친다"면서도 "기죽지 말고 더 당차게 싸우자"고 노조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 장애인·쌍용차 해고노동자·경마장 반대 시민들도… 길거리에서 올린 차례상

전국장애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집 앞에서 차례상을 차리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의문사한 A(28)씨 사건의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2011년부터 인천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던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전신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5일만에 경막하출혈로 끝내 숨졌다.

이날 A씨의 아버지는 "시설 측은 넘어졌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멍이 들었다, 자해했다며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 9월부터 4차례나 아들이 다쳐 병원에 옮겨졌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병원 기록을 찾았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서는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주민들이 합동차례상을 차리고 학교와 주택가 부근 도박장을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6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합동차례상을 올리고 회사와의 교섭이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기원했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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