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데 설은 무슨.."

유형근 입력 2015. 2. 19. 08:01 수정 2015. 2.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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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가족 가장 아픈 설 명절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피붙이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데 어떻게 설을 보내겠어요"

민족대명절 설인 19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는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이 10개월째 머물고 있다.

그들에게 설은 이제 달력에 표시된 명절일 뿐 시간은 지난해 4월16일에서 멈춰 버렸고 고통도 여전하다.

팽목항의 작은 임시거주지에서 버티고 있는 권오복(61)씨도 술이 친구가 돼 버린지 오래다.

팽목항 앞바다를 바라보며 소주 한잔을 들이키며 돌아오지 않고 있는 동생 재근(52)씨와 조카 혁규(9)군을 향해 넋두리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권씨는 대답없는 동생을 향해 "지난 추석 때도 팽목항에 있었는데 또 설을 맞이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 이놈아 형 목소리 들리면 꿈속에서라도 좋으니까 대답이라도 해주라"며 쓴 소주를 들이켰다.

권씨는 설을 앞두고는 임시거주지를 나오지 않았다. 팽목항을 거쳐 고향으로 향하는 수많은 발걸음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설, 웃으며 동생과 마주하며 소주한잔 기울였던 시간이 떠올라서다.

권씨는 "바쁘게 살다가도 명절때가 되면 우리집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물으며 남들처럼 살았었다"며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지금의 현실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소연했다.

한 때 수천명이 머물렀던 팽목항에는 이제 10명의 실종자·희생자 가족이 머물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색 종료 선언을 한 지난해 11월11일 이후 대부분 안산으로 돌아갔고 남은 가족들도 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받고 있다.

권씨는 팽목항에서 버티는 이유에 대해 "팽목항 마저 비워주면 동생과 연결된 마지막 끈마저 놓아버리는 것 같아 떠날 수가 없다"며 "몇명 없지만 같은 처지의 실종자 가족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의 뼛조각이라도 볼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세월호 인양 밖에 없다"며 "팽목항을 내주면 정부가 실종자들의 요구는 전혀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 지키고 있는 것이다"고 긴 한숨을 토했다.

어느덧 권씨의 손에 들려 있는 소주 한병은 바닦을 드러냈다. 그리고 권씨의 손에 쥐어진 마지막 잔은 바다에 뿌려졌다.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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