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보다는 해외출장.."설 연휴 근무가 편해요"

김남이 기자 2015. 2. 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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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근 수당에 직장에 생색까지 낼 수 있어..미혼 직장인들은 '잔소리' 피해 근무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특근 수당에 직장에 생색까지 낼 수 있어...미혼 직장인들은 '잔소리' 피해 근무]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설 연휴. 모두가 떠난 빈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설 연휴 당직이 정해지자 동료들은 그에게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막상 사무실을 홀로 지키는 사람의 마음은 웃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마지못해 근무를 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내를 감춘다. 그래야 동료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모 차장(41)은 설 연휴 첫 날 당직 근무를 선다. 서울 토박이인 김 차장은 근무가 편하다. 집에 있으면 아내의 등쌀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오히려 음식 준비에 방해된다며 나가 있으라는 말까지 듣는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학생이 된 아들 녀석은 연휴에도 얼굴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아버지보다는 친구 만나는 일에 더 바쁘다.

김 차장은 "설을 서울에서 보내니 딱히 갈 곳도 없고 특별히 찾아올 친척들도 없어 굳이 집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명절에 출근하면 특근 수당도 나오고 동료들에게 생색도 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최모 부장(여·43)은 몇 해 전부터 명절 연휴 겹치는 해외 출장을 모두 도맡아 가고 있다. 외국계 회사다보니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인데 미국 본사의 일정에 맞추다보니 설이나 추석 연휴에 출장이 겹치는 경우가 꽤 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명절은 항상 피하고 싶은 존재다. '시월드'(시댁)보다는 시차적응도 안되고 상사와 며칠씩 함께 붙어 다녀야하는 해외출장이 더 낫다.

"시댁에서 음식 장만에 철없는 친척 애들까지 보려면 혼이 다 빠지죠. 거기다 평소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은 왜 시댁만 가면 딴 사람이 되는지. 얼굴도 보기 싫어질 때가 많아요. 오히려 명절에 싸움이 더 잦아지죠."

해외 출장은 명절 시월드를 피할 수 있는 좋은 핑계다. 국내에서 일하면 마음이 찔릴 때가 많은데 해외에 있으면 그런 마음도 좀 누그러진다. "시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명절 끝나고 따로 인사가기로 남편과 얘기를 했어요."

명절 빈 사무실을 지키는 직장인들 속에서 혼기가 꽉 찬 미혼 남녀들도 있다. 이들도 연휴 당직자를 모집하자 손을 들고 자청했다.

올해로 서른한 살이 된 직장인 이모 대리(여)는 명절 친척들을 피해 근무를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십대 후반부터 시작된 결혼에 관한 질문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남자친구는 언제생기냐'로 시작한 질문은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 많지?', '이제는 시집갈 때가 됐잖아', '주변에 아무 남자나 잡아'로 점점 세지더니 지난 추석에는 '이러다 나중에 애 갖기도 힘들어'로 정점을 찍었다.

이 대리는 "요즘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져서 제 나이 또래에도 아직 결혼 안한 친구들이 많은데 어른들은 옛날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또 막상 그런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이러다 진짜 결혼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겁도 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어른들의 걱정도 이해가 가지만 명절 연휴에 며칠 동안 그런 얘기만 계속 들으면 스트레스가 너무 쌓인다"며 "차라리 사무실을 지키는 게 속편하다"고 털어놨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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