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어묵' 사건 피의자 어머니의 사죄

박은하 기자 2015. 2. 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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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속 기소된 '일베 어묵' 사건 피의자 김모씨(20) 어머니 조모씨(49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에게 보내는 사과문을 15일 공개했다. 조씨는 편지 공개에 앞서 경기도 안산에 있는 유가족 대표단 일부를 만나 사과했다.

조씨는 이날 공개한 사과문에서 "유가족 분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다"며 했다.

조씨는 "아이와 함께 다시 (유가족을) 찾아뵙고 제대로 사과를 드리고 사과문도 쓰게 하려했는데 기각이 되어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고 했다.

조씨는 아들 김씨와 가정사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며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큽니다.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아들 김씨는 지난 1월26일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에 '친구 먹었다'는 제목으로 어묵을 먹는 인증사진을 올렸다. 단원고 교복 차림의 김씨는 사진에서 오른손으로 일베를 뜻하는 표식을 만들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교장, 일반인들 고발로 수사에 들어간 안산 단원경찰서는 지난 9일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부모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진 출두해 수사를 받았다.

조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엔 유가족에게 사과하려고 (안산을) 무작정 세차례나 찾아가 아무나 붙잡고 말을 했다. 내가 너무 서툴렀다. (이후) 어찌할지 몰라 언론사에도 사과문을 보냈다가 언론을 이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 직접 유가족을 찾아가 사과문을 전달하고 거듭 사과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유족 만남 뒤 경향신문에 다시 사과문을 보냈다. 경향신문은 세월호 가족대책위 동의를 얻어 사과문을 공개한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사죄드립니다.

저는 얼마 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군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사건을 알고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허둥대다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제라도 뉘우치는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하지만

갈수록 상황은 어려워지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오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지만

그런 것들을 말씀드리며 핑계 삼지 않겠습니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반듯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자식을 키운 제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아이 아빠와 이혼하며 서로를 비방하고 다투고 하며 어른으로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고

그 후 혼자 키우면서, 하는 일도 없는 아이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정하게 들여다봐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항상 대화를 원했는데

저는 "그런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소리 좀 해라" 라며 소통을 막아버렸습니다.

우리의 처지를 푸념하며 마음의 부담이나 지워주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부모와 사회에 반항하는 심리를 그렇게 비뚤게 표현한 아이가

처음엔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암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정말 달라져서 자신이 한 행동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이 면회를 갔을 때 "나가게 되면 그 분들께 다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풀려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재판을 기다릴 수 있다는

구속 적부심을 신청하고 혹시라도 받아들여져 나오게 되면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아뵙고 제대로 사과를 드리고 사과문도 쓰게 하려했는데

기각이 되어 그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라도 사죄를 드리자며 계속 찾아 �지만

그것 또한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란 게 느껴져

더 이상은 막무가내로 찾아뵐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당사자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드리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이 글을 어디에 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무턱대고 써봅니다.

유가족 분들. 이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 질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모두 다 모여계신 자리에 가서 사죄를 드릴 수는 없을까

그렇지 않으면 한분 한분 찾아뵙고 마음을 풀어 드릴 방법은 없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런 일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유가족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알던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시고 실업급여로 버티시는 분들. 대출까지 받으며 버티시는 분들

수많은 오해와 외면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팽목까지 힘들게 걸으며 애쓰시는 분들

그 분들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걸 보면서

스스로는 평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편이라고 생각 해 왔는데도

알려진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누군가는 '자식이 잘못한 걸 부모가 무슨 죄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큽니다.

탈 많은 남자 아이니 애 아빠 주지 왜 여자 혼자 키우려하냐며

차라리 혼자 살라는 주위의 말도 저에겐 비수였고

그럴수록 아이에겐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바깥세상은 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개인적이 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렇게 야박하게 보는 세상에

혼자 아이들 거두고 키우는 것 만해도

이만하면 잘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선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부모의 덕은 언젠가 자식에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잘못된 길을 걸을수록 제 탓이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 가정부터 바로 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헤어진 전 남편을 포함해 저희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죄 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실하게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이 되어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글이 되고 말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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