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음모론·동성결혼·동물권… 10가지 ‘위험한 생각’읽음

한윤정 선임기자

▲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캐스 스타인 지음·이시은 옮김 | 21세기북스 | 344쪽 | 2만1000원

[책과 삶]음모론·동성결혼·동물권… 10가지 ‘위험한 생각’

저자는 시카고대·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응용 행동경제학자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장(2009~2012)을 역임했다. 현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인 서맨사 파워 하버드대 교수와 결혼하면서 세계 10대 파워커플 5위로 꼽히기도 했다. 옆구리를 쿡 찔러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원리를 밝힌 책 <넛지>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음모론과 다른 위험한 생각들’이란 원제의 이 책은 그가 쓴 논문 가운데 논쟁거리 혹은 화제가 된 10편을 모아놓았다. 특히 ‘왜 음모론이 들끓는가’ ‘우리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가-제2권리장전’ 등의 글이 회자되면서 보수 성향의 텔레비전 진행자 글렌 벡으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어떤 글이기에?

9·11테러 여파로 쓴 ‘음모론’은 타 국민이 미국에 관한 허위 음모론을 믿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폭력사태와 테러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관점이나 정보는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 받아들여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절름발이 인식’을 갖고 있기에 음모론에 취약하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음모론을 믿는 척하는 평판의 압력도 한몫한다. 더구나 정치와 정부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간접적이며 근거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음모론의 전파 방식에 초점을 맞춘 글이 논쟁 대상이 된 것은 ‘인지적 침투’라는 ‘절름발이 인식’에 대한 대응책 때문이다. 웹사이트나 블로그에서 저자의 글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집단이나 국내 보수세력에 침투하려는 계획”으로 오도됐다.

‘제2권리장전’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4년 교육, 의료, 사회보장, 일자리 등의 권리에 대해 발의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권리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으며 2010년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 역시 이런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저자는 “진정한 기회가 존재하려면 정부가 민관의 독점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제2권리장전을 해석했다. 그러나 이 글 역시 루스벨트를 의심하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왜 제2권리장전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와 급여, 주택,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죠”란 역풍을 일으켰다.

‘동물권’이나 ‘동성결혼’에 대한 주장도 미국 사회에서 논쟁적이었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동물이 당한 피해를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 그런 보호에 대한 윤리적 요구권을 넘어 “동물에 대한 가혹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동물권 강화 주장은 경제적 이권이 걸린 반대론자들의 저항을 불렀다. ‘동성결혼’ 역시 “결혼이 법적 범주에 속하는 한, 동성결혼의 허용을 막을 적법한 근거가 없음”을 주장한다. 국가는 오로지 ‘시민결합’과 ‘계약’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공공정책과 관련, 많은 이해관계의 충돌과 조정을 경험한 저자는 책의 마지막 2장을 할애해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최소주의는 의견 불일치가 심한, 거창하고 이론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당면한 특정 사안만 해결하고자 노력하자는 것이다. 합의가 불가능한 문제는 합의에 이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중간주의는 문제를 미결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 유용한 방식이다. 상반되는 입장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저자는 “최소주의나 중간주의를 통해 일을 진전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워싱턴 DC에서 매우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