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도 동성부부 탄생?… 시부야區 허용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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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의회 통과땐 4월부터 시행… 2030 “동성결혼 찬성” 70% 달해

일본 도쿄(東京) 도 시부야(澁谷) 구가 동성(同性) 커플에 대해 ‘결혼한 것과 다름없음’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발급하는 안을 일본 지자체 중 처음으로 추진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어 온 동성결혼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첫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이번 시부야 구의 조례 발의를 계기로 전통적 가족제도의 개념을 재정립할지 주목된다.

1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시부야 구는 동성이 파트너임을 인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조례 안을 다음 달 구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회를 통과하면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올해 안에 첫 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구는 조례 안에 남녀평등과 다양성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동성 간에 ‘파트너십을 증명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시부야 구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동성 커플로 서로 상대방의 후견인이 되겠다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 시부야 구는 부부가 이혼하듯 동성이 커플 관계를 끝낼 때에 대한 내용도 조례안에 넣을 예정이다.

일본 헌법 24조는 결혼에 대해 ‘양성(兩性)의 합의’에 의해 성립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성 결혼은 법률상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례는 일본 전통에 ‘반기’를 드는 셈이다. 다만 조례는 법률과 달라 구속성이 없다. 이 때문에 시부야 구는 구민이나 구내 각종 사업자에게 “증명서를 지닌 동성 커플을 부부와 마찬가지로 대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조례가 의회에서 통과됐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자는 이름을 공표해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내 동성 커플은 법률이 정한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나 병원 면회 등에서 제한을 받았다. 시부야 구가 조례를 만들면 적어도 시부야 구에선 동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부야 구의 조례 제정 움직임은 동성애에 대해 달라진 일본 내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론조사회가 지난해 실시한 결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의견(52%)이 찬성(42%)보다 높았다. 조사 대상을 20대와 30대로 한정하면 찬성이 70%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영국과 프랑스가 동성 결혼을 법제화한 데 이어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동성 결혼 금지는 위헌’이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근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미 앨라배마 주조차 동성결혼을 허용해 논란이 됐다.

교토산업대 대학원의 와타나베 야스히코(渡邊泰彦·민법) 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일본에서 지자체가 나서서 동성 파트너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먼저 지자체가 파트너십 제도를 만들었고 국가 차원으로 확대됐다. 일본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부야 구 의회에는 이번 조례 안이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뒤흔든다고 생각하는 의원도 많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조례 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동성부부 조례#시부야#동성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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