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세월호.. 배 버린 선장에 고작 16년형

송옥진 2015. 2. 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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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르디아호 셰티노 선장 선고 공판

2012년 암초 충돌 32명 사망… 앞서 검찰 구형보다 10년 줄어

"사망 1인 당 형량 반년이라니…"

"32명이 죽었는데 고작 16년 형이냐. 죽은 사람 한 명당 형량이 반년인 거냐."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초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건 당시 승객과 배를 버리고 달아난 프란체스코 셰티노(54) 선장에게 11일 징역 16년이 선고되자 배에서 목숨을 건진 프랑스인 승객 안느 데크레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구명보트를 내리려고 배에 남았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유람선 웨이터 케벤 로벨로의 형제 러셀은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잊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람선 업체 등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이날 토스카나주 그로세토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셰티노 선장에게 징역 16년 1개월을 선고했다. 승객 3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10년, 유람선 좌초를 초래한 혐의에 5년, 4,200여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탄 배를 버린 혐의에 1년이 각각 선고됐다. 1개월은 항만당국에 허위통신을 한 혐의에 대한 형이다.

법원은 셰티노 선장에게 도주 위험이 있어 즉시 구속시켜 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대체로 항소 절차가 끝나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구속 집행이 되지 않는다. 앞서 검찰은 승객 다수의 사망을 초래한 혐의에 14년, 유람선 좌초에 9년 등 총 26년 3개월을 구형했다.

셰티노 선장은 선고 전 최후진술에서 자신이 이번 사건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삶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내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며 흐느꼈다. 셰티노 선장은 미숙한 승무원이 방향을 잘못 잡아 유람선이 좌초했고 승객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유람선을 해안 근처로 이동시키는 것은 회사 정책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또 유람선이 기울어져 떨어진 것이지 도망친 게 아니라는 등의 주장을 하다가 "겁쟁이 선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타수 등 승무원 5명은 수사 초기 검찰과 사전형량조정을 해 최대 2년 10월의 형이 정해졌으나 실제 수감된 사람은 없다. 유람선 운영사 코스타 크로시에르는 2013년 벌금 100만 유로(12억4,500만원)를 내는 것으로 형사처벌을 면했으나 구조된 승객들과 유람선이 좌초된 토스카나 지역 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콩코르디아호는 2012년 1월 13일 승객과 선원 4,229명을 태우고 가던 중 토스카나 질리오섬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해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셰티노 선장은 승객이 모두 대피하기 전에 배를 버리고 도망쳐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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