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첫 ‘성소수자 재단’ 퇴짜 또 퇴짜

박용하 기자

서울시·인권위·법무부도 “미풍양속 저해” 설립 불허

“소수자 차별 행위” 반발

국내 최초의 성적소수자 공익재단이 정부로부터 법인 설립을 거절당했다. 재단 측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에 사단법인 설립을 신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와 인권활동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재단은 공식 출범 전인 지난해 1월9일 서울시 복지정책과에 법인 설립을 문의했지만, 해당 부서는 “미풍양속에 저해된다”며 난색을 보였다. 재단 측은 행정과 및 인권과에 다시 문의했지만 “인권단체 법인 등록은 국가인권위가 주무관청이다. 그쪽으로 가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재단은 같은 해 3월 국가인권위를 방문해 법인 신청을 검토받았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법인 설립을 신청해봐야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된다”며 “그래도 제출한다면 서류 수정에 1년 이상 걸린 뒤 유보될 수 있다. 소용없으니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재단은 지난해 11월 법무부에 법인 신청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가로막혔다. 법무부 측은 “(우리는) 보편적 인권을 다루는 곳이므로 한쪽에 치우친 주제를 허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재단 측은 “사회적 소수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인권운동인데, ‘보편적이지 않다’며 법인 허가를 안 해주는 건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성소수자 법인 설립을 거부하는 것은 ‘성소수자 운동’ 반대 진영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인권헌장 사태에서 보듯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서는 워낙 반대 집단의 목소리가 강해 서울시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성적소수자를 위한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인권활동가와 연구자를 위한 장학금 지원이 주된 목적인데, 정부에서 법인 설립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이는 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로, 향후 법적인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학술, 종교, 자선 등 비영리단체는 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법인으로 지정되면 관청의 감독을 받아 예산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상 혜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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