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스미스 그래미 4관왕… “날 버린 그 남자에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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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그래미상 시상식
흑인피살 항의 ‘쏘지마’ 퍼포먼스… 오바마 “성폭력 중단” 메시지 등 ‘묵직’

인종차별과 폭력 반대 메시지가 두드러진, 차분하고 진지한 시상식이었다.

9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7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미국 사회 안팎의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듯 캠퍼스 성폭력과 인종차별 논란에 관한 언급이 시종 분위기를 주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상식 중간에 “성폭력은 중단돼야 한다”는 동영상 메시지를 전달했고, 가수 겸 프로듀서 패럴 윌리엄스는 축하공연 중간에 댄서들과 함께 ‘손들었으니, 쏘지 마’ 퍼포먼스를 했다. 이는 지난해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흑인 가수 존 레전드와 커먼은 마틴 루서 킹과 ‘피의 일요일’을 다룬 영화 ‘셀마’(2014년) 주제곡인 ‘글로리’를 불렀다. 22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셀마’의 흑인 여성 감독과 주연 배우가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오스카상은 너무 백인 중심적’이란 비판이 나왔다. 가수 프린스는 시상자로 나와 “앨범의 가치는 책이나 흑인들의 삶처럼 여전히 중요하다”며 흑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주요 트로피는 미국과 영국의 백인 싱어송라이터들 차지였다. 지난해 데뷔앨범 ‘인 더 론리 아워’를 낸 영국의 남성 솔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23)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 최우수 팝 보컬 앨범까지 네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커밍아웃을 한 스미스는 수상 소감에서 이별한 남자친구를 언급하며 “내 맘을 아프게 해줘 고맙다. 당신 덕분이다”라고 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벡(45)이 ‘모닝 페이즈’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최우수 록 앨범상도 벡이 가져갔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은 “샘 스미스의 다관왕은 뜻밖”이라면서 “늘 백인에게 우호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그래미가 이번에도 취약점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미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26)는 수상에 실패했다. 기대를 모은 영국 가수 에드 시런, 호주 가수 시아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다관왕을 기대한 비욘세와 패럴 윌리엄스는 각각 세 개씩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축하무대는 노장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호주 베테랑 밴드 AC/DC가 화끈한 록으로 막을 열었고, 마돈나(57)는 투우사로 분해 춤췄으며, 폴 매카트니(73)는 리애나, 카녜이 웨스트와, 스티비 원더(65)는 어셔와 무대를 꾸몄다. 시아는 객석을 등진 채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열창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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