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몬트대학이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학생을 위해 학적부에 남성(男性), 여성(女性)과 함께 중성(中性ㆍNeutral)이라는 항목을 두기로 했다. 또 중성으로 구분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원할 경우 그들을 부르는 대명사도 영어의 ‘그’(He), ‘그녀’(She)가 아닌 별도의 호칭을 사용키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버몬트대 학생 로코 지젤만(21)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 대학이 지젤만 같은 학생들을 위해 8만달러를 들여 학교 전산망을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바뀐 전산망은 성별을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대신, 제3의 성(性)인 중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지젤만은 성 정체성이 여성인 파트너와 동거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레즈비언이나 성전환한 ‘남성’ 대신 새로운 성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대학 당국이 전산망을 바꾼 덕분에 성을 ‘중성’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버몬트대는 또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성 정체성에 따라 스스로의 이름을 바꾸고, 호칭도 기존의 대명사 대신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젤만도 대학에서는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 대신 로코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 ‘그녀’ 혹은 ‘그’라는 대명사 대신 많은 중성(中性)들이 사용하는 ‘그들’(They)이라는 대명사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다.
신문은 버몬트대의 사례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매우 드문 경우지만, 인류의 성을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대신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려는 추세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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