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김치녀, 오크녀..온라인 여성혐오 표현 심각한 수준"

2015. 2. 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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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김치녀', '오크녀', '성괴', '상폐녀', 이런 단어들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들입니다. 이런 여성 혐오 표현들이 대형 포털과 유명 사이트 게시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어느 유명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에 이런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로 일상생활에까지 퍼지고 있다는 건데요.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내신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손경미 활동가와 관련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우선 이번 연구보고서,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사실 온라인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들이 등장한 것은 오래 전부터입니다. 여성들은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지 고민해 왔었습니다.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여성 혐오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알릴 방안을 찾기 위해서 전문가 자문단 인지캠페인을 했었고요. 그러다가 보다 구체적인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두 달에 걸쳐서 디씨인사이드, 다음 아고라 토론방, 네이버 뉴스 댓글, 일간베스트, 네이트 판 등을 모니터링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김치녀', '오크녀', '성괴', '상폐녀', 대충 뭘 얘기하는 건지 느낌이 오는 단어들이긴 한데 말이죠. 정확히 어떤 뜻을 가진 건지 설명해 주세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사실 수년 전부터 '개똥녀'나 '된장녀'처럼 여성들을 낙인하고 혐오하는 그런 표현들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표현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건데 '김치녀' 같은 경우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로 확대된 거예요. 김치가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잖아요. 그래서 한국 여성들, 특히 한국의 젊은 여성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이들이 이기적이고 돈도 흥청망청 쓰고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여성들이라는 걸 지칭하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크녀'는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오크녀'는 얼굴이 못생긴 여성을 비하하는 건데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괴물 캐릭터가 '오크'잖아요. 여기에서 OO녀 그런 걸 합성해서, 단순히 못생긴 것만이 아니라 못생긴 여성이 예쁜 척을 하거나 못생긴 여성이 예쁜 여성을 질투할 때도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성괴' 이거 성형괴물 말하는 거죠?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예. 맞습니다. 성형수술이 굉장히 확산되면서 성형에 대한 비난을 한국 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하고 있는데요. 성형을 한국 여성의 특질로 간주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상폐녀' 이건 뭐예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많은 분들이 좀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 '상장 폐지녀'라는 말입니다. 주로 노처녀를 비하하는데요. 나이가 많은 여자들은 팔리지도 않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표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주식에서 쓰는 단어인데 말이죠. 이렇게 쓰고 있네요. 혹시 들으시면서 좀 불편한 청취자 분들도 계실 텐데 사실 또 이런 단어들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구분도 해내고 또 자녀들이 쓰고 있다면 그 잘못을 지적도 할 수도 있어서 저희가 이렇게 설명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좀 양해해주시기 바라고요. 아무튼 어떻게 이런 말들을 만들어 내는지 참 대단들 해요. 근데요, 보면 주로 외모를 소재로 하는 경우가 참 많이 있어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혐오 표현들도 외모를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성을 주제로 한 게시물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외모에 대한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댓글들을 보면 예쁘면 예쁜 대로 '성형을 했다', 혹은 속된 말로 '싸 보인다'. 이런 댓글이 달리고 못 생기고 뚱뚱하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성형괴물'이나 '오크녀' 같은 표현을 보면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해서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여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요, 선생님. 이런 식의 커뮤니티 활동에 집착하는 남성들의 심리는 뭘까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입시나 취업으로 인한 압박감, 박탈감이나 좌절감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힘겨움에 대한 비난의 대상을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로 겨냥하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우리 사회 구조에서 승리하거나 성공한 사람들도 사실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소용없는 일이거나 어려운 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비난과 혐오, 비하의 말들을 하면서 안도감을 찾는 것입니다.

남성들 같은 경우 특히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권한들이 여성들로 인해 줄었다고 생각하면서 여성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 같은데 또 이러한 심리가 익명성을 보장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여과 없이 분출되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온라인상에서의 여성 혐오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인가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국에서도 빈번한데요.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유명 블로거가 굉장히 활동을 잘 하고 있다가 페미니스트로서의 목소리를 내니까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격을 당한 사례도 있었고요.

특히 포르노그래피 같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한 여성에 대한 비하와 혐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는 인종이나 국적 등 다양성 문제가 일찍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제가 법으로 좀 갖춰진 편이고 사회적 분위기도 이 같은 논의가 활발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걱정이 되는 건 여성 혐오 문제가 이제 온라인에서만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이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온라인은 게시글이나 댓글을 통해서 여성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공고히 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것이 다시 오프라인에서 편견이 가득하거나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서 오프라인에서 공동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문제 해결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어려운 질문인데요. 우선 온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거기에 초점을 맞추자면 이런 표현들은 되게 장난이나 유머로 여기는 경향들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주 어려서부터 온라인을 접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들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전부터 그 말들을 쓰게 되는데 문제가 좀 있죠.

그래서 이런 혐오 표현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고 특히 사이버 공간이라는 특수성에 부합하는 접근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보고요.

또 하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엽기 사이트를 심의하고 있기는 한데요, 이게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아니고 신고를 기준으로 불법 정보를 판단하기 때문에 신고가 많은 사이트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의 문제가 단순히 온라인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성평등을 위한 노력도 계속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정말 특정 사이트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오늘 말씀 듣고 보니까 참 심각한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손경미 활동가/한국여성단체연합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손경미 활동가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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