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에 활명수 복용한 A씨 초기대처 몇 점?

임한희 2015. 2.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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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급증, 생명 다투는 위급상황 대처요령 숙지해야

#. 의료기기 업체에 근무하며 평소 건강에 자신하던 김재영(51. 가명)씨는 서울 대림동에 거주하는 1인 가구다. 그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긴급 수술을 받고 생명을 건졌다. 그는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하루 전, 직장에서 오후 3시쯤 가슴부위에서 약간의 통증과 함께 속이 더부룩함을 느꼈다. 이에 회사근처 약국에서 활명수 2병을 구입해 1병은 바로 섭취하고, 나머지 한 병은 그날 저녁에 마저 섭취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또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낀 그는 회사 출근을 포기하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가족에 연락을 취해 병원에 데려다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시각이 아침 7시다. 극심한 가슴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에게 가족이 도착한 것은 2시간이 지난 오전 9시. 인근의 M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20분이다. M병원 의료진은 그가 급성 심근경색 환자임을 파악했으나, 그 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이에 M병원 의료진은 바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그를 병원구급차로 서둘러 전원시켰고, 서울 목동 E병원에서 바로 급성심근경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혈전(피떡)이 갑자기 막으면서 심장근육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생 직후 병원에 도착하기 이전에 환자의 3분의1은 사망하게 되며, 병원 도착 후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달한다.

이처럼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질환에서 다행히 생명을 건진 김씨에게 발병 이후 대처능력은 과연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우선 그는 발병 하루 전 가슴에서 약간의 통증을 느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활명수 2병을 복용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더욱이 활명수를 약국에서 구입하며 약사에게 가슴통증 등 중요한 증상을 전혀 설명하지 않아 급성 심근경색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도 볼 수 있다.

활명수를 복용한 이유도 어이없다. 속이 더부룩해 복용했지만, 활명수가 주로 진통성분이어서 가슴통증을 줄여 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된 의약품 관련 지식으로 화를 당할 수도 있었다.

발병 이후 대처에도 허점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참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수원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 아니라 먼저 119구급대 등 응급조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가는 방법을 취했어야 했다.

가족이 도착해서 병원으로 가기까지 2시간20분이 걸렸고 자칫 급성 심근경색으로부터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뻔 했다.

관상동맥은 완전히 막힌 후 6시간 내, 적어도 12시간 내에 다시 뚫어 주어야 기대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그의 경우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수술을 받기까지 거의 6시간이 걸렸으므로 이 시간 전부를 허비한 셈이다.

다행히 그는 처음 방문한 병원 의료진이 바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긴급 수배함으로써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생명도 건졌다.

과연 당신이라면 김씨의 대처상황에 몇 점을 주겠는가.

현재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처럼 위급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 가족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 지고 있다. 생명을 다투는 위급상황에 대한 올바른 대처 능력을 서로서로 갖춰나가야 한다.

헬스팀 임한희 기자 newyork29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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