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2014년이 안전?.. 안전처 보도자료 '마사지' 의혹

유원중 2015. 2. 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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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에서 흔히 쓰이는 비속어 중에 '마사지'라는 단어가 있다. 글을 원래의 내용과 다르게 고친다는 뜻인데, 사실(팩트)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표현이나 전개방식을 고치면(주무르면=마사지하면) 실제 내용을 전혀 다른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뭐 그런데서 나온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이 밖에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전남의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등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던 한 해로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린 극단적인 처방은 해경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에서 안전 기능을 떼어낸 뒤 다시 소방방재청과 합쳐 '국민안전처'라는 국무총리 직속의 대형 안전총괄부처(장관 1명, 차관급 3명)를 출범시켰다. 이렇게 생긴 국민안전처가 어제 보도자료 한 건을 내놨다. 제목은 <국민안전 통계, 안전의 시작입니다>이다.

내용은 이렇다.

이 보도자료의 결과를 놓고 보면 세월호 사건이 터진 2014년 해상조난사고만 평균적으로 12.2% 늘었을 뿐 대부분의 안전사고 발생이나 인명피해는 예년과 비교해 적었던 한 해로 평가할만하다. 국민들의 체감과는 매우 다르지만 '안전했던? 2014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대로 기사를 쓰기가 찜찜해서 각 부문별 통계를 낸 국민안전처 담당과에 문의해 이번 보도자료가 나오게 된 분야별 자료, 특히 화재와 해상조난사고의 연도별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 등을 다시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이런 자료가 나왔다.

이처럼 화재 사고로 인한 사망 숫자는 10% 이상 증가했다. 미증유의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2014년 해상조난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5년 동안의 사망.실종자 수를 합한 것과 거의 같고 최근 5년간 평균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국민안전처가 잘 '마사지'한 보도자료는 대부분 안전사고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게 해 2014년 안전사고 통계를 왜곡시켰다는 의심이 든다.

국민안전처의 이 같은 행위는 매우 의도적으로 자행됐다는 의혹까지 갖게 한다. 왜냐하면 안전사고 통계는 통상 최근 5년간 평균과 비교하는데 이번 화재 통계 보도자료에는 지난 7년간 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2007~2009년은 화재 발생 건수가 높았던 해여서 7년 평균값을 내면 2014년도의 화재 비율을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같은 안전사고 통계치 비교는 7년이 아닌 5년 또는 10년 평균과 비교해 왔으며 화재사고 담당 부서에서 만든 기초자료도 7년이 아닌 5년간 평균과 비교하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부서 자료는 2014년 화재 사망자와 재산피해가 크게 늘었고 '대형화재 발생이 화재 피해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까지 적혀 있었다.

안전 사회 구축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에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재난을 맞아 정부의 대응력은 취약했고 국민의 불신이 극대화 됐었다. 박근혜 정부는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확대 발족하면서서 뼈를 깎는 자세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이는 과거에 대한 깊은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한 국민안전처가 안전 통계나 '마사지'하며 안전과 관련한 문제에 '정무적'인 판단을 한다는 의혹을 받아서야 과연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질 정부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유원중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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