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광주 양림역사문화마을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어귀마다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아파트 숲에 밀려 사라져 가는 골목길은 아련한 추억을 불러낸다. 골목 어귀마다 깊이 각인된 세월의 흔적은 바쁘게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빛고을 광주에는 근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동네 양림동이 있다. 100여 년 전, 광주에서 처음으로 근대문화를 받아들인 양림동은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로 곳곳에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최근 건설된 사직공원 전망타워를 시작으로 양림동 길을 타박타박 걸어봤다.
전망타워에 오르자 무등산이 한 손에 잡힐 듯 시원하게 다가왔다. 하얀 소금탑처럼 무등산에 박힌 조선대학교 건물 아래로 광주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림동은 사직공원을 중심으로 우일선 선교사 자택, 수피아여고, 이장우 가옥, 오웬 기념각 등 곳곳에 근대 건축물들이 흩어져 있다.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양림동은 근대의 기억을 간직한 역사문화마을로 재탄생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직공원을 내려와 호남신학대학교로 발길을 꺾으면 개신교 선교사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1920년대에 지은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숲과 더불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아름다운 벽돌 건물은 시간을 잊은 듯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피아여고에 자리한 커티스 메모리홀 역시 전통적인 서양식건물로 눈길을 끈다.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걷노라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 일상을 잠시 잊게 된다.
호남신학대를 나오면 다형(茶兄) 김현승(1913~1975) 시인을 기려 만든 무인카페 '다형다방'을 만날 수 있다. 다락방에 올라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 구절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골목을 오가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양림동에서는 서구의 근대문화도 볼 수 있지만 전통 한옥도 만날 수 있다. 1899년에 지어진 이장우 가옥은 전통 상류가옥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곳 사랑채에서는 윤회매(輪廻梅)라는 독특한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가 다음(茶音) 김창덕 선생을 만날 수 있다. 윤회매는 밀랍으로 꽃을 만든 인조매화를 뜻하는데 조선시대 이덕무(1741~1793)가 처음 이름을 붙였다. 벌이 꽃가루를 채집해 만든 꿀에서 생긴 밀랍으로 다시 꽃을 만들어 불교의 윤회와 같다는 의미로 윤회매라는 이름을 얻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양림동에 가면 잊혀진 '우리'를 다시 만날 수 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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