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의 몰락.. 한류메이커서 천덕꾸러기로

안진용기자 2015. 1. 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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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시청률 저조.. 스토리 차별화 못해 외면받아

한류메이커라 불렸던 로맨틱 코미디(로코)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현재 방송 중인 배우 현빈 주연의 SBS 수목극 '하이드 지킬, 나'(사진)를 비롯해 비가 출연했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와 일본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내일도 칸타빌레'가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차별화 없는 드라마 시장의 안일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코는 그동안 한류를 주도한 장르였다. 일본 시장을 움직인 '풀하우스'와 '꽃보다 남자', '미남이시네요'를 비롯해 중국발 한류를 촉발시킨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 등이 모두 로코였다. 특히 중국 시장이 한류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로코가 앞다투어 제작됐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외면받았고 해외 시장도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저변에는 로코 만을 찾는 스타들의 편협한 사고가 깔려 있다. 차별화된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보다는 남녀 간 사랑을 강조하며 CF 수급에 용이한 로코와 판타지물을 먼저 찾으며 안전한 길을 추구한다. 하지만 '안전'과 '식상'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간과하곤 한다.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의 전작인 '시크릿 가든'의 아류작으로 불린다. 두 작품 속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판박이고, 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현빈의 연기력은 답보 상태다. 말끝마다 "여자 금지, 스킨십 금지, 흥분 금지"를 외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게 최선입니까?"와 같은 유행어를 낳기 위한 무리한 설정으로 보인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수많은 로코가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와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를 지향하지만 흉내내기에 급급하다가 대중의 외면을 받는다"며 "까다롭고 돈 많은 남성, 가난하지만 당찬 여성, 처음에는 갈등하지만 결국 사랑하게 되는 두 사람, 여성을 위해 희생하는 남성 등 천편일률적인 로코 중 1년에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2, 3편에 불과한데도 비싼 개런티를 고수하며 불나방처럼 로코만 찾는 스타들의 행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경향을 보면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미생'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펀치'와 '오만과 편견' 등이 호평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그 속에서는 한류 스타도 없다. 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관계자는 "러브라인이 없다며 '미생'을 거절한 지상파 방송사의 이야기는 업계 내에서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며 "로코에 발목잡혀 있다면 스타는 외면받고 내수와 한류 드라마 시장도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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