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에서 김애란까지 한국 대표 단편 101
[한겨레]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황석영 편저/문학동네·전 10권 15만원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10권)은 특별한 기획이다. 그 자신 작가로서 일가를 이룬 황석영(사진)이 선배 세대에서 동년배를 거쳐 자식뻘인 젊은 세대까지 망라하는 한국 작가 백한 사람의 대표 단편 하나씩을 골라내고 해당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직접 해설을 곁들였다는 형식에서부터 그러하다. 평론가나 국문학 연구자가 참여하는 비슷한 기획은 드물지 않았지만, 창작자가 주도한 기획으로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광수와 김동인처럼, 한국 근현대문학사를 쓸 때 으레 등장하는 초창기 대표 작가들을 생략하고 염상섭의 단편 <전화>를 첫머리에 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근대문학의 출현은 근대적 자아의 생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는데, 그런 점에서는 염상섭의 중편 <삼대>가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염상섭에 와서야 바로소 이전 시기의 애매모호한 계몽주의에서 벗어난 근대문학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29일 낮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와 함께 작품을 고르고 시기별 권말 해설을 쓴 평론가 신수정(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역시 "이광수는 계몽적 자아를 벗고 온전히 문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동인은 일본어 번역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근대문학의 기점으로 삼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작품에 대한 해설뿐만 아니라 작가의 생애를 소개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1960년대 초에 문단에 나와 반세기 남짓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몸으로 부딪친 동료 작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는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런가 하면 작가가 1989년 북한을 방문해서 들었던 임화·이태준·박태원·이기영 등 월북 작가들의 후일담은 국문학사의 주요 자료로 쓰일 법도 하다. 이 중에서 자신의 첫 부인 홍희담의 <깃발>을 소개하면서 쓴 해설의 마지막 부분은 객관과 주관을 자재로이 넘나드는 이 책 특유의 어조를 잘 보여준다.
"그이가 소설가 남편과 함께 전라도에 내려갔을 때는 1976년 서른두살이었고 서울로 돌아온 것이 2004년 예순살이었으니 광주에서 그이는 한평생을 보낸 셈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을 떠맡은 셈이었고, 내가 길을 떠나 새로운 것들과 대면하고 세계를 겪어가는 동안 그이는 '빈터'에 남아서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남겨진 이웃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뒷마무리까지 해냈다. 이것이 내가 문학과 인생에서 놓친 부분이며 그이가 채워놓은 부분이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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