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정 거짓 구조쇼', 결국 해경 상부 지시였나

2015. 1. 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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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정장 결심공판] '거짓 기자회견' 시인.. 검찰 "징역 7년 처해달라"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2014년 4월 28일 오전 11시 진도 서망항, 김경일 당시 목포해양경찰(현 해양안전본부) 123정장은 다른 해경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해 퇴선명령 (대공)방송을 했다"라면서 123정 조타실로 들어가 4월 16일 상황을 재연했다.

"승객 여러분, 전원 퇴선하십시오. 지금 바다로 뛰어 내려 전원 퇴선하십시오."

김 정장은 "선내방송을 하려고 했지만 심한 경사로 하지 못했고, 123정 스피커로 대공방송을 했다"라면서도 "대공방송은 선내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날 기자회견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이후 검찰은 그가 퇴선방송과 선내진입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가짜 기자회견을 했고 123정 함정일지까지 조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법정에 선 사람은 김경일 정장 한 명뿐이었다.

123정장 "기자회견은 상부 지시"... 결국 꼬리 자르기였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급)의 정장 김경일 경위. 사진은 지난 4월 28일 기자회견 당시 모습.

ⓒ 소중한

그런데 28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정장은 기자회견에 윗선이 개입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기자회견은 누구 아이디어였냐'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질문에 살짝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답했다.

"(기자회견) 전날 (목포해경)서에서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니까 진도 서망항으로 가라'고 했다. 가보니 (서해해경)지방청 홍보담당관이 있었고, 기자회견 내용은 제가 메모를 해뒀다가 그 내용을 숙지해서 말했다."

김 정장의 변호인 역시 "피고인이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했다"라면서 다른 증거를 제시했다. "김 정장이 '위에서 인터뷰를 하라고 한다, 난 말주변이 없는데'라며 인터뷰를 꺼렸다"라는 박아무개 123정 항해팀장의 진술이었다. 변호인은 박 팀장이 "인터뷰 직후엔 '김 정장이 헛소리할지도 모르니 데리고 오라'고 했다더라"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정장을 데려오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 전반에 그의 상부가 개입했음을 암시하는 얘기였다.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정장의 발언은 결국 해경의 부실구조 책임이 '꼬리' 한 사람을 자를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 상황은 김경일 정장 한 사람이 아니라 해경 전체를 문제 삼았다"라면서 "법정에서 나온 얘기는 해경 지휘부의 책임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결국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정장 변호인도 최후 변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하지 않았냐"라며 "다른 123정 해경과 지휘라인까지 올라가서 해경 전체의 잘못을 밝혀야 했는데 김 정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웠으니 변호인도 (혼자 짊어질 수 없다고) 항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정장의 변호인은 그의 대처가 미숙해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하진 못 했지만, 모두 13명이 타고 있던 100톤급 123정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정장이 기자회견 등에서 거짓말한 것은 반성하나 참사 당일 상황을 볼 때 123정에서 퇴선방송을 했어도 그만큼 효과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인의 항변 "국가도, 해경도 피고인과 멀어지려고 해"

▲ 박근혜 "책임자들, 약속 안지키면 자리 내놔야"

4월 17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진도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 이희훈

그는 끝으로 "국가도, 해경도 피고인과 거리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관련해 국가도, 해경도 피고인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정부로부터) 증거 수집을 위한 아무 자료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검찰이 낸 증거에 모두 동의했고, 그 증거대로 (법원의) 판단을 받길 원한다. 피고인은 처벌받아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병언과 그 가족의 세월호 도입과 증·개축, 청해진해운의 운영, 저질 선장·선원 채용, 부실한 안전관리업체, (정부가) 규제개혁을 내세운 것 등 여러 잘못에 비춰볼 때 근본 책임은 따로 존재한다."

김경일 정장은 28일 공판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할 자격조차 없다"라면서 "사고 이후 지금도 눈을 감을 때마다 더 많은 승객을 구하지 못한 저의 선택과 결정을 부끄러워한다"라고 말했다. 또 "구조활동의 문제를 감추고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했던 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라며 사과했다. 김 정장은 "죽을 죄를 지었다"라고 말한 뒤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재판부와 방청석을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반드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고, 죄를 은폐하고자 거짓 기자회견과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등 불법 정도가 너무 무겁다"라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 이 사건 공판을 전례로 삼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라면서 '징역 7년'이라는 양형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2월 11일 오후 1시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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