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삼관' 민무제 "떠오르는 신스틸러요? 과찬이죠"

인터넷뉴스본부 모신정 기자 2015. 1.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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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감독, 촬영현장서 '그레이트 하'로 불려"하지원·전혜진 두 톱여배우의 전 남친·남편 역할 영광

주연 배우인 하정우, 하지원은 그렇다 치고 조진웅, 정만식, 이경영, 성동일,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신스틸러들이 포진한 영화 '허삼관'에 유독 눈에 띄는 얼굴이 있다.

영화를 직접 본 관객들마저 하정우나 조진웅 같은 연기파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가 나왔다며 환대 일색인 그는 바로 '허삼관'에서 허옥란(하지원)의 전 연인 하소용 역을 연기한 민무제(37·본명 이경운)다.

민무제가 연기한 하소용은 6·25 전쟁 직후인 1950년대 미 군수물자를 몰래 빼돌려 팔아 호위호식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동네에서 가장 예쁜 허옥란을 애인으로 뒀지만, 허옥란의 집에 데릴 사위로 들어가겠다는 허삼관(하정우)에게 밀려 애인을 뺏기고 마는 캐릭터다. 아내 송씨 역의 전혜진과 더불어 '허삼관'의 유일한 악역이다.

영화 '허삼관'의 VIP 시사이후 충무로의 특급 감독들이 '저 배우는 도대체 대학로 어디에 있던 배우냐'고 궁금했을 정도로 하소용 역은 독특하고 신선했다.

드라마나 스크린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지만 연극 무대에서 십수년은 베테랑급으로 활약하다가 영상 무대로 옮겨왔을 법한 민무제는 중앙대 연극과 재학 시절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한 늦깍이 신인이다.

대학 재학시절 졸업작품인 연극 '카르멘'의 타이틀 롤에 발탁될 정도로 연기에서는 난다긴다하는 소리를 듣던 그였지만 프로젝트 연극팀 아리 코리아를 꾸려 전세계 순회 공연을 돌던 중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지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12년 넘게 관광가이드와 사업가로 지내던 중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하정우 감독의 제안에 단숨에 모든 걸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당당히 하소용 역을 따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제가 이탈리아로 떠난 후 7년인가는 하 감독과 연락을 끊고 지냈어요. 4~5년 전 한국에 왔을 때 갑자기 새벽에 전화를 걸었는데 두 말 없이 달려 나오더라고요. 그 이후 1년에 한 번씩 만나 안부를 전하곤 했는데 작년 2월 갑자기 오디션을 보러 오라더군요. 제 눈에서 연기를 향한 여전한 열망이 느껴졌대요. 오디션을 보고 나서 하 감독이 '민무제 하소용'이라고 씌어진 시나리오를 건네며 '합격입니다'라고 하는데 심장이 쿵쾅거리더군요."

하정우 감독은 극 중 상당한 비중을 지닌 하소용 역에 상업 영화 경험이 전무한 민무제를 캐스팅한 이유로 민무제만의 독특한 마스크와 맨 손으로 집안을 다시 일으킨 굳은 의지, 연기를 향한 한결 같은 꿈을 꼽았다. 하 감독은 민무제에 대해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지닌 새 재목이다. 그가 가진 재능이야 익히 알던 것이고 12년 동안 맨 땅에 헤딩하다시피 해 집안을 살린 걸 보면 연기도 충분히 해내리라 믿었다. 일락이가 처음 하소용 집에 찾아갔을 때 샤워 가운 차림으로 턴을 도는 장면을 찍으며 내 예상이 적중한 걸 깨달았다'고 했다.

하소용의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일락이와의 첫 대면 신에서의 턴 장면은 한 때 전미례 무용단에서 2년 넘게 무용수로 활약했던 민무제의 춤 솜씨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일락이가 창문으로 엿보고 하소용이 혼자 탱고를 추는 장면은 제 전체 촬영 중 가장 빨리 오케이 사인을 받은 장면이에요. 단 두 번 만에 오케이를 받았죠. 반대로 첫 촬영이었던 허옥란과 대화신은 15번도 넘게 촬영했어요. 하 감독이 크랭크인 전 영화 분량들을 40%이상 테스트 촬영할 때 카메라 연기에 대한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도 초반엔 쉽지 않더라고요."

민무제는 이번 작품에서 함께 하는 촬영 장면이 가장 많았던 하지원, 전혜진 두 여배우와의 호흡에서 국내 톱여배우들의 프로 근성을 철저히 느꼈다. 하지원이나 전혜진 두 여배우 모두 상대 배우에 대한 깊은 배려심이나 현장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배역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한 준비와 고민이 기본이었다는 것.

"영화에서 제 첫 역할이 하지원의 애인이라는 건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죠. 물론 꽃으로 얻어 맞고 또 제가 밀치는 장면들이 주요 내용이긴 했지만요. 하지원씨는 매우 섬세하고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배우에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늘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엄마 역할에 대한 고민을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가져가더군요. 숙소에서는 늘 운동을 하며 체력 안배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전혜진 선배는 처음부터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셨고 심지어 집에 초대까지 해서 이선균 선배와 1박 2일 동안 연기에 대한 토론을 벌인 적도 있어요."

대학 시절 선후배 사이로 만난 하정우를 감독과 신인 연기자라는 역전된 관계로 만난 소감은 어땠을까. 프로는 프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서로의 연기를 향한 깊은 열정을 남들보다 더 지근 거리에서 확인한 그들이기에 민무제는 하정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정우가 무명일 때부터 '저 친구는 뭔가 되겠구나' 했어요. 배역에 대한 접근 방법이 남달랐죠. 배역을 맡으면 그 캐릭터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서 꼭 대본 첫 장에 붙여두고 연습했어요. 대본 분석을 어마무지하게 하는 건 요즘 잘 알려졌지만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저는 다른 촬영 현장을 안 겪어 봤지만 이번 '허삼관' 촬영 현장에 대해 진웅이 형이나 만식이 형 같은 분들이 정말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 촬영했다고 칭찬하시더군요. 박일현 미술감독이나 윤성기 음향 감독님도 길에 난 풀 한 포기 그냥 허투루 보지 않는 하정우 감독의 디테일한 모습에 '그레이트 하'라고 칭찬들 하셨죠. 학교에선 제가 선배였지만 지금은 그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잖아요. 절대 음감을 가지고 어디서도 불협화음이 새 나오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인터넷뉴스본부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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