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원들 도망치듯.. 특위에선 정부·여당이 '발빼기'
가족대책위 "특위 규모 대폭 축소해 조사 활동 무력화 시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석태 위원장)가 출범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특위의 조직·예산이 비대하다"고 비판하고 여당 측 조사위원들이 동조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특위에서 발을 빼고 있다. 특위 조사위원들이 다수결로 합의한 조직·예산 문제를 정치쟁점화해 진상규명을 지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특위는 사무처 운영과 진상조사에 필요한 예산으로 산정된 241억원 규모의 예비비 사용 여부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었다. 특위 출범을 준비 중인 설립준비단도 여기에 맞춰 조직·예산을 편성하던 차에 난데없이 정치권에서 "세금 도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떼놓고 간 '노란 리본' 배지서울 반포동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 사무실 컴퓨터 위에 27일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철수하면서 두고 간 노란 배지가 놓여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지난 16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에서 특위 사무처 정원을 120명 이하로 규정했음에도 정원을 125명으로 하고 있다"면서 "고위공무원 4명, 3~4급 2명, 4급 15명에 과를 14개나 만든다.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더 큰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설립준비단에 따르면 특위는 1실·1관·3국·14과로 편성되며, 총원은 125명이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부처에서 파견되는 공무원(50명)보다 많은 75명의 민간인을 채용키로 한 점 등을 들어 특위 규모가 비대하다고 지적했다.
18일에는 새누리당 추천 몫인 황전원 특위 조사위원이 비판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그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정부에 요구한 예산이 241억원이라고 하는데 조사위원조차 듣지 못한 금액"이라며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은 닷새 전인 13일 비공개로 열린 조사위원 전원회의에서도 예산 규모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설립준비단을 상대로 지금까지 회의 내용과 정부에 요구한 예산 내역을 소상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1일에는 특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추천 몫인 조대환 특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설립준비단 해산 안건을 발의·상정했다. 이 안건은 부결됐지만 이튿날인 22일 해양수산부는 '공무원 지원 중지' 통보를 내렸고, 23일 곧바로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모든 공무원을 철수시켰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된 뒤 이석태 위원장(유가족 추천)과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을 만들어 조직 구성과 예산 책정, 시행령 제정 등 실무적인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2월 초 공식 출범을 목전에 둔 시점에 준비 작업을 지원해온 해수부 공무원들이 정부·여당의 지시에 따라 전원 원대복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는 27일 "정부·여당이 설립준비단 활동을 무력화해 특위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 실질적인 조사를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 방해가 매우 노골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비협조는 지난해 12월 말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이 사퇴한 뒤 가속화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유가족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복귀명령을 받아 복귀했다. 그쪽(특위) 부위원장님이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교형·박순봉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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