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특위 파견 공무원 전원 '일방 철수'

이혜리·김서영 기자 2015. 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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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지도부 "예산 많다" 제동, 여당 추천 특위 위원들 동조
해체안 부결되자 복귀 명령.. 유족 "설명도 안 하고" 분노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한 여당이 딴죽을 걸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무원들을 철수시키면서 특위 설립준비단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예요.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새 사무실로 옮겨갈 줄 알았는데…."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는 ㄱ씨 얼굴 너머로 텅 빈 자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ㄱ씨는 특위 설립준비단 일원이다.

휑한 사무실'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에 파견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모두 철수하고 민간위원들만 남아 27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 있는 준비단 사무실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 위치한 특위 임시사무실. 특위 출범 준비로 한창 분주해야 할 사무실은 소개령이 내려진 마을처럼 휑했다. 70평쯤 되는 사무실은 가운데 통로를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있다. 양쪽엔 각각 책상이 10개, 컴퓨터가 10대씩 놓여 있다. 자리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오른쪽과 달리 왼쪽은 텅 비어 있다. 메모지 몇 장이 벽에 붙어 있을 뿐 컴퓨터 전원도 꺼져 있다. 서류가 들어 있지 않은 결재판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선반과 서랍에 종이 한 장 없었다.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에서 특위 출범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 나왔던 공무원들 자리다.

설립준비단은 지난달 중순 민간위원 10명과 공무원 4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무원 4명과 새누리당 몫인 조대환 부위원장이 추천한 민간위원 3명은 지난 23일부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14명의 인원이 7명으로 절반 줄어든 것이다.

특위 출범을 앞두고 한창 바쁘게 일해야 할 때지만 설립 준비는 '올스톱' 됐다.

발단은 지난 22일이었다. 이날 조 특위 부위원장이 정부에 공무원 지원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자신이 특위 전원회의에서 설립준비단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체안을 발의했다 부결된 직후였다.

조 부위원장은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설립준비단의 적법성 시비 문제가 있고 일하면서 파견 공무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부에 소환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위의 조직·예산이 비대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터였다. 조 부위원장의 요청을 받은 해수부와 행자부는 속전속결로 소속 공무원을 원대복귀시켰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4반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가슴이 아프다기보다 분노가 치밀었다"며 "특위 설립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보니 출범을 하더라도 많은 제약을 받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가족들한테 한마디 설명도 안 해주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

특위의 한 민간위원은 "파견 공무원이 왜 철수했는지 우리도 모르고 위원장도 몰랐다"며 "정부·여당이 특별법을 반대할 때부터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박종운 특위 대변인은 "조 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그런 요청을 한 것 같다"며 "26일 해수부 등에 공무원들을 다시 보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특위의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

<이혜리·김서영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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