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애 안낳아 '인구절벽' 4050 지갑닫아 '소비절벽'

2015. 1.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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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가능한 산부인과 10년새 반토막치솟기만하던 교육비마저 하락 반전

◆ 기업 10敵 저출산 ◆

# "요새는 아예 분만을 안 하는 산부인과가 많아요. 분만하는 산모들이 거의 없는데 신생아실, 분만실 등을 운영하다 보니 적자투성이가 되거든요. 그래서 그냥 부인과 질환 치료만 하는 추세입니다."(경기 분당 B여성병원 관계자) # "우리 아버지 세대를 보면 노후 대비가 안돼 힘들게 독거노인으로 사는 분이 많거든요. 그걸 보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도무지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33만원씩 매월 연금저축에 넣고 있죠. 제 월수입이 300만원 정도인데 10% 정도를 연금에 쓰다 보니 다른 데 돈을 쓰기는 많이 팍팍합니다."(40대 중소기업 직장인 김 모씨) 한국의 소비계층이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계층이 줄어들고, 여기에 고령화 여파로 30~50대가 씀씀이를 줄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으로 인해 유아·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산업들이 휘청거리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 없어진 존재는 산부인과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병원·의원·조산원 등 의료기관은 2004년의 49.9%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산부인과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2013년 223.3%로 외과 등 다른 과목들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한 곳이 문을 열면 두 군데 이상이 문을 닫는 것이다. 모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도 시장논리가 있다. 산부인과 간판을 걸고도 돈을 벌려고 산모를 받지 않고 피부과 같은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병·의원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출생아 수가 줄어드니 유아용품 시장도 맥을 못 춘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아 조사 결과 작년 상반기 분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줄었고 기저귀 매출은 18.9% 감소했다. 급기야 1979년 설립된 국내 1호 유아복 업체 아가방은 지난해 중국 기업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32년간 유아복을 생산해온 베비라는 4년 전 파산했다.

저출산의 쓰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계의 소비지출 중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작년 3분기에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8%였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의 소비지출 중 교육비 비중은 2003년 11.0%에서 2009년 13.5%까지 계속 증가한 이후 2010년 13.0%, 2011년 12.3%, 2012년 11.7%, 2013년 11.4%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비중뿐만 아니라 교육비 지출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교육비 지출액은 연간 기준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계속 증가했지만 2011년 -0.7%, 2012년 -2.1%, 2013년 -1.8% 등으로 최근 3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에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분기당 평균 교육비 지출액이 30만4000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 30만1900원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출산만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로 인해 주 소비계층이 지갑을 닫고 노후를 대비하면서 소비가 줄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50대가 3.4~3.9%포인트가량 지출을 줄이며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대비를 위한 지출 때문인데, 30대와 40대의 보험 지출 증가율이 각각 45.4%, 49.8%에 달했다. 이들의 연금보험 지출 증가율도 136.2%, 144.1%에 달해 노후 불안으로 인해 소비가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노후를 포함해 미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30~50대도 이미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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