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청소년 이야기 다룬 두편의 뮤지컬 사춘기 & 바람직한 청소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26 16:56

수정 2015.01.26 16:56

성적 때문에 목숨을 끊고… 하룻밤 실수로 임신을 하고… 동성친구와 키스를 하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
충격이라고? 이것이 꾸미지않은 10대들의 삶
뮤지컬 '사춘기'
뮤지컬 '사춘기'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아놔 무조건 들어가야 됨. 일단 인서울 또는 수도권 또는 한반도. 나는 왜 작아지는 거임? 재수 안됨다, 삼수 안됨다, 절대 안됨다, 그러다 백수되는 거임다."

"대학 가고 싶다, 고3은 너무 지겹다, 지잡대(지방대학을 낮춰 부르는 말) 가긴 싫다, 재수는 더 하기 싫다. 여자 만나고 싶다, 많이 만나고 싶다."

뮤지컬 '사춘기'와 '바람직한 청소년'에 나오는 넘버의 한 소절들이다. 대학이 뭐길래. 대입 수능시험을 보다가 투신한 아이, 성적을 비관해 손목을 그은 아이, 안타까운 사연은 매년 나오지만 금세 잊혀진다. 청소년 사망 원인 중 자살 1위,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대입이 10대 고민의 전부는 아니다. 뮤지컬 '사춘기'와 '바람직한 청소년'은 요즘 10대들의 고민과 아픔을 그들의 요즘 언어를 살려 적나라하게 무대 위에 펼쳐놨다. 두 작품 모두 제목만 보면 청소년 교화용 캠페인성 뮤지컬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막이 열렸을 때 무대는 10대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기성세대의 가식과 위선에 대한 서슬 퍼런 비판을 가감없이 내뱉는다. 가볍고 유쾌한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두 작품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사춘기'는 전학 오자마자 전교 1등을 차지한 영민, 공부는 못하지만 춤을 사랑하는 선규, 성경만 읽는 모범생 수희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남모를 아픔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태어나 무관심 속에 비뚤어진 영민, 성적 스트레스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선규, 하룻밤의 실수로 임신을 하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수희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의 진짜 이야기다. 붉고 푸른 원색의 조명은 이들의 고통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강렬한 록 사운드의 라이브 음악이 처절함을 더한다. 표현주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1864~1918)의 희곡 '눈 뜨는 봄'(1891년)이 원작이다. 같은 원작을 토대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년)이 국내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더 유명하지만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사춘기'가 그보다 앞선 2008년 초연됐으며 두터운 마니아층으로 인해 재관람률이 높은 공연으로 손꼽힌다. 오는 2월 15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바람직한 청소년'은 곳곳에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한다. 과장이 아니고 치밀한 취재를 통해 10대들의 현실을 반영했다. 원작 연극의 작가로서 뮤지컬 각색을 맡은 이오진 작가는 각색 과정에서 고등학교 교사인 지인을 통해 청소년들의 수업 태도나 동성애를 향한 시선 등을 반영해 작품에 현실성을 더했다.
이 작가는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기에 너무 선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바람직한 청소년'은 청소년들을 위한 뮤지컬이기 때문에 실제 청소년의 삶과 닿아있는 살아있는 장면과 가사를 쓰는 것을 우선시 했다"고 말했다. 동성 친구와 키스하는 사진이 찍혀 강제로 커밍아웃을 당한 전교 1등 이레와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 경찰에 끌려간 일진 현신이 열흘간 함께 반성문을 쓰면서 사진을 찍은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선생님의 불륜, 교장선생님의 두 얼굴을 보여주며 '바람직한 청소년'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위선을 꼬집는다.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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