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재파일] '구급차 비켜줬다 과태료' 사건의 전말

김종원 기자 입력 2015.01.26. 10:06 수정 2015.01.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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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꼭 알려야겠다 싶었습니다. 더 늦어선 안된다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바로 '구급차 과태료 사건'의 전말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 "구급차 길 비켜주다 과태료를 끊었습니다"

글쓴이는 글에서 울분을 토합니다. '말이 되는 소리냐'고 묻습니다. 신호위반 과태료를 냈다는 겁니다. 뒤어서 달려오는 구급차에 길을 터주기 위해 길을 비켜준 건데 말입니다. 어찌된 경위인지 매우 구체적인 상황설명도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신호등 빨간불에 걸려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양 옆에는 커다란 트레일러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때 자기 뒤에서 구급차가 경광등을 울리며 달려왔다고 합니다. 자기때문에 진로가 막힌 구급차, 옆 차선으로 비켜주고 싶어도 트레일러때문에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어쩔수 없이 빨간불인데도 정지선을 넘어 좌측 트레일러 앞으로 차를 뺐고, 구급차는 갈 길을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으로 '신호위반 범칙금' 딱지가 날아왔단 겁니다. 빨간불인데 정지선을 넘어 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걱정이 없었습니다. 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당연히 면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웬 걸, 경찰의 답변은 황당했습니다. 범칙금을 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쓴이는 당시 경찰청 민원실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썼습니다. "양 옆 트레일러는 딱지가 끊기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민원인(글쓴이)은 몰랐기 때문에 안 됩니다."

● 법률구조공단 "범칙금은 피할 수 없습니다"

황당한 민원인은 위 내용 그대로 법률구조공단에 문의를 했답니다. 그런데 법률구조공단은 한 술 더 떴습니다. 글쓴이의 질문에 대한 법률구조공단의 답변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위 법률(도로교통법)에 의하면 긴급차량이 접근할 시 주변차량 운전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질문자와 같이 정지선을 넘는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아니하여 과태료 처분은 피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글쓴이는 이 쯤 써내려가고는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법이 선진국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다', '비켜줘도 과태료를 물리는 게 기분나쁘다" 등등 말입니다.

● "구급차 와도 길 안비켜 주렵니다" 공분

이 글을 읽고 참 황당했습니다. '모세의 기적'을 외쳐대며 소방차나 구급차 지나갈 때 길을 비켜줄 것을 그토록 홍보하더니, 정작 길 비켜준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린다는 게 말이나 되는 행정인가 싶었습니다. 저 또한 사회부 기자 생활 하면서 막히는 도로에서 꼼짝도 못하는 소방차의 현실을 여러차례 보도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저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여기저기 퍼나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SNS로,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포털사이트에는 '구급차'만 쳐도 '과태료'가 연관 검색이 될 정도였고, 보기만해도 안타까운 댓글들이 여기저기서 보였습니다. "이제 저는 사람이 죽어가도 법만 지킬 겁니다.", "구급차, 나는 안 비켜 주련다.", "과태료까지 물어가며 양보할 생각은 없습니다" 등등. 이때부터인가 언론들도 이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할 것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 보도에서는 이 사건을 소재로 기사를 쓰면서 교통 경찰관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앞서 법률구조공단의 답변처럼 "법에는 긴급차량이 다가올 경우 우측으로 피하라고 돼 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도로교통법에는 긴급차량이 올 경우 우측으로 피해라 라고 규정이 돼 있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은 '좌측으로는 절대 피하지 마세요, 범칙금 뭅니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이 운전자가 쓴 글은 참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 반전…"글은 허위입니다"

대단한 반전이었습니다. 그 어떤 반전 영화보다도 더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경찰청의 한 경찰은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 글때문에 진짜 고생했어요'라며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글쓴이를 찾아내야하는데 쉽지 않았답니다. 글쓴이가 그동안 쓴 글들을 다 뒤져가며 작은 단서를 하나하나 꼬리물기식으로 쫓았고, 글쓴이가 문의했던 법률구조공단에까지 문의를 해가며, 하룻밤을 꼬박새고서야 글쓴이를 찾아냈답니다. 억울함이라도 풀어줘야겠다 싶었던 경찰 담당자는 글쓴이의 교통법규 위반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무려 5년치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글쓴이가 얘기한 장소에서 글쓴이가 신호위반을 하는 장면이 잡힌 단속카메라 영상을 찾아냈는데, 글쓴이의 글에 등장하는 구급차도 트레일러도 이 영상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겁니다. 다만, 차 한대가 빨간불인데도 시속 54km의 속도로 왕복 7차선 교차로를 그대로 질주해 내 빼는 장면만 담겨있었습니다. 바로 글쓴이의 차였습니다. 실제 기자도 이 영상을 봤습니다. 지난해 10월, 울산의 대로에서 찍힌 단속카메라 영상이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구급차도 트레일러도 보이지 않았고 글쓴이의 차가 빨간불인데도 빠른 속도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나가는 장면만 찍혀있더군요. 이 영상대로라면 글쓴이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인 겁니다.

경찰은 글쓴이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얘기좀 하자"는 경찰의 전화를 받은 글쓴이, "일이 크게 번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대답만 남기고 끊어버렸답니다. 통화도 거부했고요. 그렇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구급차 비켜주다 과태료 끊은 사연' 글은 허위로 판명이 났습니다.

● 왜 이런 '거짓 글'을 썼을까?

그렇다면 글쓴이는 왜 이런 거짓말을 한 걸까요? 과태료를 안 내보기 위해서였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이미 신호위반 과태료를 납부한 뒤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찰이 글쓴이의 최근 5년 내 교통법규 위반 건수를 살펴보니, 이 신호위반 뿐 아니라 속도위반 등 건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도 연체된 과태료는 없었습니다. 단지 과태료를 내기 싫어서 생떼를 쓰려고 말을 꾸며낸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경찰은 조심스레 인터넷에서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추측합니다. 특히 이 글이 처음 올라온 '일베'라는 사이트는 사람들의 추천수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는데, 이걸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런 관심을 끌만한 내용의 글을 많이 올린다는 겁니다.

참 철없는 장난인데 그 댓가는 컸습니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SBS 8뉴스에서 보도된 이 뉴스에 달린 댓글 중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한 시청자는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구급차 비켜주다 과태료 낸 사연' 이야기가 나왔고, 친구들끼리 절대 구급차에 무리하게 길 비켜주지 말자는 얘기까지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으셨을겁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 글이 거짓이란 사실을 모르는 분들은 어쩌면 훗날 길에서 다급한 구급차를 만나도 기꺼이 비켜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한번 퍼진 잘못 된 정보는 다시 주워담기가 그만큼 어려우니까요.

● 그렇다면 '진실'

- 구급차 비켜주다 교통법규 위반하면? "무조건 면제!"

그렇다면 구급차 길 비켜주려다 교통법규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요? 진실은 이렇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글쓴이를 밤을 꼴딱 새며 찾아낸 경찰청 교통안전계의 조영호 경감은 단도직입적으로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차량 비켜주다 과태료를 물게 될 경우 무조건 면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자신의 차에 블랙박스가 없다,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짜피 단속카메라 영상은 5년간 보관이 되고, 이 5년 안에만 이의신청을 하면 무조건 면제가 된다는 겁니다. 그럼 단속카메라가 아닌 교통단속경찰한테 단속이 됐다면 어떨까요? 조 경감은 딱 잘라 말합니다. 구급차 비켜주는 차를 단속할 '정신나간 경찰'은 없다고요. 그러니까, 단속카메라에 찍혔다면100% 구제가 되고, 교통경찰한테는 아예 잡힐 일이 없단 겁니다.

- 무조건 우측으로만 비켜야 할 까? "아닙니다!"

그런데 또 하나 의문이 듭니다. 도로교통법 상 '긴급차량이 올 경우 우측으로 피하라'는 규정은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 법률구조공단은 이 규정을 이유로 들어 신호위반을 했으면 과태료를 피할수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정말 왼쪽으로 피하면 교통법규 위반일까요? 답은 '아닙니다' 입니다. 왼쪽으로 피하든, 오른쪽으로 피하든, 정지선을 넘어서 피하든, 후진으로 피하든, 구급차 길 터주기위해서라면 다 면제가 됩니다. 다만, 차들이 구급차 올 때 서로 엉켜버리면 오히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우측'이라는 기준을 뒀을 뿐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142조에서는 '응급환자의 수송 또는 치료를 위한 경우', '화재·수해·재해 등의 구난작업을 위한 경우'에는 과태료처분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궁금증은 풀렸습니다. 아직까지도 인터넷상엔 글쓴이가 처음 올린 잘못된 글이 퍼지고 있지만, 어찌됐든 진실은 밝혀졌고,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히기만을 기대해 봅니다.

● 법률구조공단의 '엉터리 답변'

그런데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의 답변입니다. 물론 애시당초 글쓴이가 '허위사실'을 놓고 질문을 한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이라면,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고 바로잡아줬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기능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범칙금을 피할수 없다'고까지 못박아버렸습니다. 글쓴이는 이 질답내용을 그대로 캡춰해서 올렸고, 이로인해 거짓 글이 더욱 신빙성을 얻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질문게시판에 답변을 다는 사람은 공단 소속의 변호사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변호사들, 시시각각 올라오는 질문을 실제 법률검토를 거쳐서 답변을 다는게 아니라는 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때그때 자기 생각대로, 자기 의견을 답변으로 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꼭 이번 건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많은 '오답'이 법률구조공단을 찾은 국민에게 퍼져나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 부분은 이제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