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결혼이야기' 고민정 조기영 부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2015. 1. 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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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주 기자]"천 년 후에도 남을 시집, 아직 반도 못 썼다.""'시인의 아내'라는 수식어 즐길래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대학교 엠티를 간 자리에서 만난 고운 후배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 1년간 가슴앓이를 했다. 후배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담해보였다. 1999년 2월 3일, 동아리 회장이 된 후배를 단 둘이 만나게 된 날이다. 그 뒤로 나는 그 후배의 곁을 지키게 됐고, 아내로 맞아 16년을 함께했다. 그 후배는 아직도 아직 긴가민가 하는 눈치다.

고운 손 글씨에 눈이 갔다. 볼수록 다정다감해 마음이 끌렸다. 알고 보니 한참 선배였다. 나이 차이는 무려 11살. 게다가 선배 곁에는 따르는 후배들이 참 많았다. 마음이 가고 있는 걸 느꼈다. 정리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그러다가 내가 동아리 회장이 됐다. 그 선배가 마련한 축하 자리에 초대를 받은 선배, 동기들이 다들 일이 생겼다. 혼자 나간다고 하면 선배의 상심이 클까봐 안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삐삐도 없던 그와 연락할 길이 없어 약속 장소에 나갔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사귀자' '좋아한다' 그 흔한 고백도 손도 한 번 잡아주지 않았던 무뚝뚝한 선배였지만 갈수록 더 좋았다. 그렇게 나는 그의 아내가 됐다.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은 애틋한 감정이 싹튼 시점이 서로 달랐다. 올해로 결혼 10년차. 조기영은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지만 고민정의 지극한 사랑으로 병마를 극복해냈고 첫째 아들 은산(4)이와 둘째 딸 은설(1)이까지 얻었다. 제 일을 묵묵히 해내는 고민정 아나운서와 일상 속에서 시를 써내려 나가는 시인 조기영. 이 조용한 부부와 인터뷰를 했다. 두 사람의 동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나운서와 시인의 만남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기사 인터뷰 요청도 많았다. 그때마다 고민정은 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조기영은 달랐다. 둘의 이야기는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이 많았고, 시인으로서 이룬 문학적 성과가 없었기에 무턱대고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동반 인터뷰는 매번 흐지부지 됐다.

이들이 결혼 10년 만에 동반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되는 KBS2 '결혼 이야기'를 위해서다. 실제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 두 사람은 공동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진행자가 아닌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 26일부터 4일간 배우 윤태웅과 민지를 통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방송된다.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 촬영을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을 만났다.

"공동 진행자 자리를 응한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드라마 주인공이라니 부끄럽더라고요. 진행을 하다 보니 저희가 언젠가는 사연의 주인공이 될 거라 예상했어요. '100회쯤 될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찍 와버렸네요(웃음). 후반 녹음을 위해 완성된 드라마를 같이 봤어요. '쑥스러웠지만, 참 감사하다' 생각했습니다."(조기영)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 할 얘기 참 많죠. 두 아이를 낳는 것도 쉽지 않았고. 배우들이 '민정아' '기영 오빠' 그러니까 '아 우리가 저랬나'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고요(웃음)."(고민정)

고민정이 남편과 공동 진행자가 되기로 한 건 11년차 베테랑 아나운서로서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시인 조기영도 아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고민정은 입사 5년이 넘어도 따라다니는 '시인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다. 어떤 이미지에 갇히는 것 같아 휴직서를 내고 1년간 중국에 다녀왔다.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와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두 권으로 해갈했던 그녀. 남편과 같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시인의 아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내라는 이미지에 갇혀버리면 어쩌나' 늘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생각의 전환을 했죠. 이 이미지야말로 나의 특징이자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요. 제가 그동안 소중함을 몰랐던 게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가족이니 그 색깔을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고민정)

"저처럼 병을 앓고 있는 이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데 초기에 발견하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희로 인해 병이 실제보다 더 무서운 것처럼 알려졌더라고요. 사실 처음 병명을 들으면 무척 무섭긴 하지만 초기에 관리만 잘해주면 괜찮거든요.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 없습니다. 또 하나는 일하는 여성들이 예술가와 결혼하면 가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걸 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여성들이여 일하고 싶으면 예술가와 결혼하라, 뭐 이런 뜻이 있어요, 제게는. (웃음)."(조기영)

11살의 나이와 편견의 차이를 극복하고 어렵게 결혼한 두 사람.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사랑과 행복으로 승화시켰다. 그 순간들은 조기영이 틈틈이 써낸 장편소설 '달의 뒤편'(출판사 마음의숲)에도 잘 나와 있다. 2007년 경까지 쓰려고 하면 자꾸 눈물이 나서 쓰지 못했단다. 드라마로 만나보는 추억은 어땠을까.

"윤태웅 씨는 독서모임 멤버라 원래 알고 지냈는데 남편 역할로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윤태웅 씨를 볼 때마다 '남편 대학시절 모습이랑 비슷하네' 생각했거든요. 각별한 인연을 가진 윤태웅 씨가 남편으로 출연하니 감정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웃음).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남편이 아팠던 것은 다 아는 내용인데도 장면마다 울컥하더라고요. 남편도 보면서 참 많이 울었어요."(고민정)

"병을 알게 된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를 들여다보는 게 여전히 힘들더라고요. 그때는 초기 관리를 잘 못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팠거든요. 지금은 거의 치유가 됐죠. 사랑으로(웃음). 살짝 아쉬운 건 제가 더 좋아했는데 아내가 그랬던 걸로 나오더라고요. 아내는 아직도 잘 모르는데 제가 먼저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웃음)."

대중들의 사랑이 있으면 미움도 섞이는 법이다. 그들 기사는 악플이 거의 없긴 하지만 몇몇은 둘의 사랑을 곱게만 바라보지 않았다. 고민정이 방송에서 집에서 시를 쓰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비난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고민정으로서는 봐주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두 사람은 대중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떨쳐낸 듯 했다. "그것은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들이 대중에게 바치는 세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저희를 참 좋아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십니다. 그런 만큼 저희를 오해하시고 미워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아내를 보면서 어느 순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지금은 어떤 시선도 다 괜찮습니다(웃음)."(조기영)

"저도 '시인의 아내'로 사는 게 부담이 됐어요. 아나운서로서 이루고 싶은 계획도 참 많았거든요. 11년을 마이크를 잡다 보니 아나운서 고민정의 모습도 시인의 아내라는 모습도 다 저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시인의 아내'라는 수식어…. 이제 괜찮아 보이네요(웃음). 남편만큼 저를 예쁘게 포장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다들 제가 아나운서가 될 수 없을 거라고 했을 때 이 사람이 제게 꿈을 만들어줬어요. 자기 글에 대한 확신이 있고 정진하기에 시인으로서도 존경합니다."

조기영은 아내의 칭찬에 화답하듯 자신이 갖고 있는 두 가지 꿈을 고백했다. 하나는 멋진 사랑을 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천년이 지나도 남는 시집을 남기는 것이다. "고민정을 만났으니 첫 번째 꿈을 이뤘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두 번째 꿈은 아직 한창 진행 중이다. 결혼 뒤 꿈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달의 뒤편'으로 소설은 이미 아내에게 바쳤으니 아내에게 바치는 시집도 죽을 때까지 하나 쓰고 싶단다.

"저는 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요. 요즘은 시를 쓰다 펜을 들고 이 사람 품에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어느 페이지를 펴도 다 좋은 시집 한 권을 꼭 내고 싶어요. 감동과 눈물로 꽉 채워져서 천년이 가도 오롯이 남는 시집을요. 시집 한 권이 대개 80편 정돈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아나운서와 시인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은 듯하다. 고민정은 다시 하고 싶었던 라디오 DJ가 됐다. 매일 새벽 3~5시 '더 가까이 고민정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올해 작가로서도 책을 한 권 더 낸단다. 한 잡지사에 2년간 연재했던 '고민정의 감성 육아 에세이'를 남편의 글과 함께 엮어낼 예정이다.

16년간 같은 추억과 시간을 공유해온 두 사람인데도 인터뷰 하는 내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했다. 오는 2월 3일. 만난 지 16년이 되는 날을 올해도 기념한단다. 천생 부부다.

"참 어렵게 결혼했어요. 그동안 느낀 것은 사랑은 눈물에 젖지 않는다는 거죠. 결혼한 지 10년이나 됐는데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아 닭살 멘트인 거 아는데 어쩔 수 없어요. 하하."

김은주 기자 gl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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