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티켓파워 연기파 배우…정 많은 게이 가수 앨빈 역 “연습량 많아야 떨리지 않아”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배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미덕”이라고 답했다. 같은 배역을 맡은 김다현과 이지훈의 ‘미모’와 경쟁할 수 없어 아줌마 스타일의 앨빈을 창조했다. 2012년 ‘라카지’ 초연 때만 해도 여성스러운 몸짓과 말투가 몸에 배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인터뷰 중에 종종 눈을 내리깔고 입을 가린 채 웃었다.
“어머니와 아내 등 주변 아줌마들을 연구해 (특징을) 갖다 쓰고 있어요. 배우 특유의 관찰력이 있죠.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 흉내를 잘 내 주변을 웃겼어요. 또 나를 감동시킨 사람들이 내 안에 들어와 어느 순간 내 것이 되어 있죠. 연기는 기억을 꺼내 쓰는 작업이에요.”
그는 작품에 깊게 개입해 연습을 진행하는 배우다. 1984년 토니상을 휩쓴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카지’ 번역 대본을 쓸 때도 참여했다. 연습실에 가장 먼저 나올 정도로 성실한 배우이기도 하다.
“조급증 때문이에요. 어느 정도 연습량이 있어야 무대에서 떨리지 않죠. 마음 속 깊이 주인공의 고민을 같이 나눠야 해요.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성찰이 사라지니까 되돌리기 위해 연습해야죠.”
지독한 근성 덕분에 지난해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10개월 동안 이끌어갔다. 딱 한 번 목감기가 심해 대타 가수를 무대에 세웠다.
“배우에게 실력 만큼 중요한 게 자기 관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술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참아야 했죠. 하지만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는 (단독 주연이) 당연한 겁니다. 그때 제 노래 문제점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뱃심으로 소리를 밀어냈는데 힘이 빠지니까 안 나오더라고요. 정확한 발성으로 바른 소리를 내야 오랫동안 공연할 수 있어요. 60대가 되어서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치열한 노력 덕분에 노래 울림이 깊고 묵직하다. 성악 전공자 만큼이나 목소리에 윤기가 흐른다.
“교회 성가대 중창단 활동을 했어요. 개그맨 시절에는 인천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테너 박종호 씨 노래만 줄곧 들었어요. 2시간 운전하면서 따라부르고 그 분 목소리를 흉내냈죠.”
1994년 SBS 개그맨 공채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뮤지컬에서 빛을 봤다.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로 데뷔해 11년째 뮤지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개그맨 때는 열심히 안 했어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는 즐거움에 더 빠져 있었죠.”
[전지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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