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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카지’ 주인공 배우 정성화 “내 경험이 내 연기가 되죠”

입력 : 
2015-01-25 17:54:05
수정 : 
2015-01-25 20: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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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티켓파워 연기파 배우…정 많은 게이 가수 앨빈 역 “연습량 많아야 떨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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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양복을 입은 배우 정성화(40)의 에너지가 텅 빈 극장 로비를 꽉 채웠다. 무대를 휘어잡는 존재감은 어느 곳에서나 변함없었다. 최고 티켓 파워를 갖고 있는 그는 지금 뮤지컬 ‘라카지’(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게이 가수 앨빈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넉넉한 몸집에 정많은 푼수 연기를 하는 그는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웠다. 역시 ‘천의 얼굴’이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장발장, 뮤지컬 ‘영웅’ 독립투사 안중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로 다가왔던 그에 대한 기억은 지워졌다. 보수 정치인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게이 엄마를 숨기려는 아들 때문에 속상해하는 앨빈만이 존재했다. 상남자처럼 생겼는데 게이 역할에 주저하지 않았을까.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배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미덕”이라고 답했다. 같은 배역을 맡은 김다현과 이지훈의 ‘미모’와 경쟁할 수 없어 아줌마 스타일의 앨빈을 창조했다. 2012년 ‘라카지’ 초연 때만 해도 여성스러운 몸짓과 말투가 몸에 배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인터뷰 중에 종종 눈을 내리깔고 입을 가린 채 웃었다.

“어머니와 아내 등 주변 아줌마들을 연구해 (특징을) 갖다 쓰고 있어요. 배우 특유의 관찰력이 있죠.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 흉내를 잘 내 주변을 웃겼어요. 또 나를 감동시킨 사람들이 내 안에 들어와 어느 순간 내 것이 되어 있죠. 연기는 기억을 꺼내 쓰는 작업이에요.”

그는 작품에 깊게 개입해 연습을 진행하는 배우다. 1984년 토니상을 휩쓴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카지’ 번역 대본을 쓸 때도 참여했다. 연습실에 가장 먼저 나올 정도로 성실한 배우이기도 하다.

“조급증 때문이에요. 어느 정도 연습량이 있어야 무대에서 떨리지 않죠. 마음 속 깊이 주인공의 고민을 같이 나눠야 해요.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성찰이 사라지니까 되돌리기 위해 연습해야죠.”

지독한 근성 덕분에 지난해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10개월 동안 이끌어갔다. 딱 한 번 목감기가 심해 대타 가수를 무대에 세웠다.

“배우에게 실력 만큼 중요한 게 자기 관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술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참아야 했죠. 하지만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는 (단독 주연이) 당연한 겁니다. 그때 제 노래 문제점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뱃심으로 소리를 밀어냈는데 힘이 빠지니까 안 나오더라고요. 정확한 발성으로 바른 소리를 내야 오랫동안 공연할 수 있어요. 60대가 되어서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치열한 노력 덕분에 노래 울림이 깊고 묵직하다. 성악 전공자 만큼이나 목소리에 윤기가 흐른다.

“교회 성가대 중창단 활동을 했어요. 개그맨 시절에는 인천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테너 박종호 씨 노래만 줄곧 들었어요. 2시간 운전하면서 따라부르고 그 분 목소리를 흉내냈죠.”

1994년 SBS 개그맨 공채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뮤지컬에서 빛을 봤다.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로 데뷔해 11년째 뮤지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개그맨 때는 열심히 안 했어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는 즐거움에 더 빠져 있었죠.”

[전지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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