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속 담낭, 배꼽 아래로 로봇팔 넣어 절제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2015. 1.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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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신모(55)씨는 만성 담낭염으로, 장모(53)씨는 담낭결석으로 수술을 받았다. 아주대병원의 한 의사에게서 똑같이 담낭 제거수술을 받았는데, 퇴원은 다른 날 했다. 신씨는 수술 당일 퇴원한 반면, 장씨는 사흘간 입원을 했다. 이처럼 입원 기간이 달랐던 것은 수술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신씨는 로봇수술을, 장씨는 복강경수술을 받았다. 두 수술은 뭐가 다르길래 수술 후 회복 시간에 차이가 나는걸까.

복강경수술은 몸에 작은 구멍 1개 또는 3개를 뚫은 뒤, 그곳으로 수술기구와 카메라를 넣어 수술하는 것이다. 로봇수술은 몸에 구멍을 뚫는 것은 똑같고, 움직임이 자유로운 로봇 팔을 넣어 수술한다. 로봇 팔은 관절이 있어 몸 속에서 자유롭게 꺾이기 때문에 수술 중 움직임이 자유롭고, 영상을 10배 이상 확대해 보여주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정교한 수술이 필요할 경우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담낭제거 수술에서는 로봇수술이 장점을 발휘하기 어렵다. 담낭을 제거하려면 갈비뼈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로봇수술 기구를 넣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늑간신경과 횡경막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이나 통증 같은 후유증이 비슷하다.

아주대병원 로봇수술센터 김욱환 센터장(췌담도외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키니 라인' 로봇수술법을 고안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쓰지 않던 방법이다. 배꼽 아래 5~10㎝ 지점에 구멍을 뚫고 그곳을 통해 로봇팔을 집어 넣는 방법이다. 구멍을 뚫는 위치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도 감춰질 정도로 아랫배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김 교수는 로봇팔이 뱃속 장기 사이로 이동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뱃속에 가스를 넣는 방법도 고안했다. 로봇수술에 적합한 전기소작기(전기 에너지로 조직을 자르고 지혈하는 기구)도 만들었다. 김 교수는 "비키니 라인 로봇수술법을 쓰면 횡경막 손상이 없다"며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이 방법으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205명을 수술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로봇수술을 하던 중 문제가 생겨 개복수술로 전환한 환자는 2명(0.16%)에 불과했고, 담관이 풀리거나 담즙이 새는 등의 합병증이 생긴 경우는 9명(0.74%)이었다. 같은 기간 복강경수술 중 개복수술로 전환한 환자가 1443명 중 19명(1.3%), 합병증이 생긴 환자가 28명(1.9%)인 것과 비교된다. 회복도 빨라서 복강경수술 환자는 평균 2.9일 입원했지만 로봇수술 환자는 1.7일 입원했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 대부분이 신씨처럼 수술 당일 퇴원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담낭절제 외에도 흉부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에서 활발히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2008년 도입 이후 수술 건수가 2700여 건이다. 해외 의사들을 대상으로 유료 참관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김욱환 센터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도 프로그램을 참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을 들여서 수술을 배우러 오는 의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술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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