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대표' 우현주는 왜 연극 '해롤드&모드' 무대에 섰을까

2015. 1.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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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롤드&모드'에서 체이슨 부인을 연기하는 우현주

[오마이뉴스 박정환 기자]

연극 <해롤드 & 모드>에서 체이슨 부인을 연기하는 우현주

ⓒ 샘컴퍼니

연극 <해롤드&모드>의 막이 열릴 때, 남자 하나가 목이 매달린 채 축 늘어져 있다. 처음에는 마네킹을 걸어놓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체이슨 부인을 연기하는 우현주는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이내 별거 아니라는 듯, 평정을 되찾고는 남자에게 얼른 내려오라고 야단을 친다. 마네킹인 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체이슨 부인의 호통을 듣고 얼른 내려온다. 사실 남자는 해롤드를 연기하는 강하늘이다.

헤롤드의 엄마인 체이슨 부인은 상대방이 주고 싶어 하는 것을 주려기 보다, 내가 주고 싶어 하는 것을 주려는 캐릭터다.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고는 하지만 해롤드가 바라는 소통으로 사랑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재단한 잣대로 사랑을 준다. 체이슨 부인을 연기하는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 우현주를 지난 16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 남편을 잃고, 체이슨 부인은 아들 해롤드를 어떻게 키웠을까.

"체이슨 부인은 내면의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남편이 돈이 많았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판에 박힌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잃고 얼마만큼 외로웠을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남편이 없어서 그 몫을 내가 감당하니 아들은 이런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단 한 순간도 아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없었던 엄마다."

- 아들 해롤드는 엄마의 바람과는 반대로 끊이지 않고 자살 소동을 벌인다.

"해롤드는 고등학교 다닐 때 화학 실험실에 불을 지른다. 지금 해롤드의 나이가 19살이다. 화학 실험실에 불을 질렀을 때가 고등학교 다닐 때니 자살을 꿈꾼 나이는 17~18살 무렵부터일 것이다.

체이슨 부인은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아들을 위해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들이 엄마에게 무엇을 바라는지는 알겠지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심정에서 극이 출발한다.

자살 소동이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또 시작이구나' 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또 장난친다'고 생각하고는 아들의 괴로운 심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연극 <해롤드 & 모드>의 한 장면

ⓒ 샘컴퍼니

- 해롤드가 모드와 눈 맞지 않고 체이슨 부인이 맞선을 보라고 한 세 명의 아가씨 중 한 사람과 눈이 맞았다면 어땠을까.

"해롤드가 모드를 만나지 않았다면 해롤드는 어느 순간 진짜로 자살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어떤 희망도 찾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살을 선택한다. 해롤드가 모드를 만나지 않았다면 체이슨 부인이 소개해 준 아가씨를 만났다 해도, 상상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인물을 떠올리지 않는 한 극 중의 인물만으로는 희망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 해롤드가 사랑하는 모드가 할머니라는 것을 체이슨 부인이 알았을 때 체이슨 부인의 심경이란.

"'마녀 같은(?) 사람이 내 아들을 홀려?' 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모드를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나쁜 사람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해롤드가 모드와 결혼식을 강행했다면, 체이슨 부인은 펄펄 뛰며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연극 <해롤드 & 모드>의 한 장면

ⓒ 샘컴퍼니

-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이면서 동시에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열망이 끓는 상태에서 극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창단했다. 2006년 말에 뜻 맞는 사람들이 뭉쳐서 2007년 <썸걸즈>로 창단 공연을 올렸다. 처음 창단되었을 때 또래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었다. 여배우 중심의 극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성비는 남녀 반반이다.

연극에서 같이 갈 수 있는 동료를 평생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첫 공연작 <썸걸즈>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성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극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극단이다.

맨씨어터는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한 예로 <썸걸즈>는 원 톱 배우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니다. 출연하는 여배우가 골고루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창단 공연으로 선택한 거다. 여성 관객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 작품이다.

창단 공연이 관객의 성원을 많이 받다 보니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정한다. 어느 때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고, 또 어느 때에는 사회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 대표로만 있어도 되지만 현직 배우로 활동하는 이유는.

"대표로 극단을 이끌기보다는 배우로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 창단한 극단이 맨씨어터다. 맨씨어터라는 극단이 크는 가운데서 배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가 결속력을 갖고 연극이라는 길을 갈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처음에는 <썸걸즈>가 대박 나서 재정적인 부분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은 대학로에 있는 많은 극단이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흥행은 대표가 작품을 결정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이 결정하는 일이다. 한 공연이 크게 흥행해서 재연했는데, 반대로 큰 손해를 입기도 한다. 만일 강하늘이 드라마 <미생>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해롤드 & 모드>가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강하늘은 여태까지 만나본 연예인 가운데 인간성이 최고다.(웃음) 배우로서의 자세뿐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좋은 배우다. 누구라도 강하늘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를 하느라 연습량이 부족했지만, 연습을 받아들이는 순발력이 빠르다. 강하늘은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 자체가 열려 있는 배우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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