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아온 아이들의 눈물을 쏟게 하는가

입력 2015. 1. 17. 15:10 수정 2015. 1. 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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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사회] 여야 합의 '4·16 세월호 참사 특별법' 왜곡하는 언론들

1월9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산 단원고 강당에서 제8회 졸업식이 열렸다. 학교를 떠나는 3학년생 505명과 학부모, 1~2학년이 참여한 이날 졸업식은 희생된 2학년생 246명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생존한 2학년생 75명이 모두 참석해 졸업하는 선배들을 축하했다. 여학생은 가수 이선희의 노래 <인연>과 뮤지컬 <그리스> 삽입곡 <wego together>(우리 함께 나가자)를, 남학생은 가수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를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며 후배들이 굳게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자 선배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히며 박수를 보냈다. 추교영 교장은 "4·16 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의 넋을 영원히 기리기 바란다. 해마다 그날이 오면 우리 어른들은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졸업생들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대학이 원한다면 특별전형 실시

살아 돌아온 아이들은 또다시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왜곡 보도한 언론 때문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1월6일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피해 지역에 대한 배·보상, 위로금 지원 방안 등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피해자 배·보상 △피해자 및 피해 지역 지원 △추모사업 등 3가지로 나뉜다.

첫째, 국무총리실 소속인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을 심의, 결정한다. 재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국민성금 1257억원을 쓴다. 다만 부족하면 국고에서 추가로 지원한다. 둘째, 사고 구조 및 수습 활동 등으로 손해를 본 전남 진도민들에게 손실을 보상한다. 셋째, 세월호 피해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과 추모기념관은 국무총리실 소속인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에서 조성한다. 이 사업을 수행할 4·16재단을 세우고 국가가 5년간 예산을 지원한다.

"친구 보고 싶다" 음독자살 시도

이 밖에 여야 합의 사항에는 단원고 2학년생들을 위한 '정원 외 특별전형'이 들어 있다. 단원고 2학년생들이 무조건 특별전형으로 대학을 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원한다면 2016년 대학 입시에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임의규정'이다. 이를 MBC는 1월6일 '단원고 2학년 대입 특례… 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 합의'라는 제목으로 집중 보도하며 "피해 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장동원 생존 학생 학부모 대표는 "희생자 부모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대학 특례입학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과 시민·언론단체는 1월8일 낮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비판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에게 요구하지 않은 법으로 이렇게 또다시 상처 주는 어른들과 언론을 용서할 수 없다. 죄책감에 지금껏 제대로 한번 웃어본 적 없는, 그래서 자신들이 되찾은 목숨마저 끊겠다고 하는 생존 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원고 2학년 ㄱ양은 2014년 12월21일 밤 10시께 안산시 단원구 자택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약물을 과다 복용한 채 쓰러져 있는 ㄱ양을 동생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ㄱ양은 세월호에 함께 탔던 친구가 보고 싶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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