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폭행' 충격과 분노..국회, 후속책 팔 걷었다(종합)

구경민 배소진 황보람 김세관 이현수 김평화 김종훈 입력 2015. 1. 16. 09:30 수정 2015. 1.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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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어린이집 폭력' 대책은]

[머니투데이 구경민 배소진 황보람 김세관 이현수 김평화 김종훈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the300][런치리포트-'어린이집 폭력' 대책은]]

"너무나 큰 충격에 지금까지 심장이 떨리며 진정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의 충격이라 생각한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인천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폭행사건이 전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 정치권도 더이상 일부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대책마련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5일 당정정책회의를 열고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당 차원에서 보육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에도 이 어린이집에서 폭행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는데 철저한 진상파악과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우리 미래에 대해 폭행하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하며 "당정 정책회의를 즉시 열고 당정TF(태스크포스)팀도 만들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오후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을 방문, 대책마련을 위한 사전 현장점검도 실시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당 차원의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며 "새정치연합도 아이들이 학대받지 않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보건복지부가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제가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하면서 보육교사 자질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폭행사건이 발생한 해당 어린이집은 지난해 6월 '어린이집 평가인증'에서 총점 95.3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남 의원은 "문제가 있는 어린이집을 걸러내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평가인증을 대폭 개선하고 질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며 "점수를 매기는 현장 감찰자를 증원하고 불시에 확인하는 대상도 2000개에서 1년에 최소 4000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보육교사 양성과정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육시설 내 발생하는 아동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후속 법안도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이날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을 영구퇴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아동학대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어린이집 폐쇄 명령을 받은 자는 영구적으로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유아에게 상해를 입히면 해당 어린이집과 교사의 자격을 취소하고 자격 재취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도 보육교사의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보육교사 자격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2급과 3급 보육교사의 자격기준에 인성교육을 명시·강화한다는 취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중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정지 처분을 내리고 해당 보육교사에 대해서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내 CCTV(폐쇄회로TV) 의무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어린이집 아동폭행', 있는 법만 제대로 집행해도…

충격적인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이를 내동댕이치는 행패가 드러난데 이어 4살배기 아이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밝혀졌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치권에서는 학대시설 영구 퇴출, 보육교사 인성교육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잇따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육시설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 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진단한다.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이 아동폭력 기준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법적 강화에 앞서 양질의 보육교사 양성, 처우개선, 무상보육 체계 등 보육정책 구조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동학대는 지난해 무상보육 대상이 0~5세로 확대되면서 급속하게 늘어났다. 보육시설을 찾는 수요 증가로 양질의 보육교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자격 미달의 보육교사들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가 증가했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아동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강화된 것도 지난해부터다.

보육시설에서 아동폭력이 발생할 경우 영유아보육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특례법 등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일반 형법의 학대죄보다 아동복지법상의 학대죄를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아동학대를 범죄로 간주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학대로 인해 아동이 사망한 경우 가해자에게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게 됐다. 신고 의무자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아동 폭행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벌금 500만원이 부과된다.

아동폭행이 일어난 보육시설의 원장도 책임을 묻게 된다. 영유아보육법 제45조 4호 및 시행규칙 38조에 따라 아동 폭행 사건이 일어난 해당 어린이집은 시설폐쇄 처분이 내려진다.

또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에는 1년 이내 어린이집 운영정지 또는 폐쇄가 가능하고 원장 또는 보육교사는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아동학대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 해당자는 10년간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부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한번이라도 비리가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도록 하고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을 경우라도 수사통보를 받았다면 보조금 지원도 중단된다. 아동학대 판정시에는 면허취소 뿐만 아니라 재진입도 금지된다.

감시체계도 강화됐다. 어린이집에 부모 모니터링단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보육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계류중이어서 CCTV 설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 근거들은 마련돼 있다"면서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안과 함께 양질의 교사 배양과 처우개선 등 보육정책의 패러다임 구조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믿고 맡긴 보육교사 자격증이…"인터넷으로도 OK"

4살 여아를 폭행한 인천 어린이집의 교사는 '보육교사1급' 자격증 소지자였다.

사후 처벌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사전에 보육교사 자격 요건을 강화해 아동폭력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15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육교사1급 자격은 2급을 취득한 뒤 3년간 경력을 쌓으면 취득할 수 있다. 2급 자격은 정식 대학교육을 받지 않아도 과목 이수를 통해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는데, 이는 유치원교사 자격을 대학 전공자로 엄격하게 제한한 것과 비교된다.

◇보육교사 자격증, 인터넷으로 OK

보육교사 관련법령인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보육교사2급 자격 요건을 '보육관련 교과목 중 17과목 51학점 이상 이수'로 정하고 있다. 대학 졸업 시 주어지는 자격이지만, 학점은행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취득이 가능한 셈이다. 인터넷 등에는 '학점은행제 보육교사2급 자격증 쉽게 취득하기' 등의 광고가 돌아다닌다.

학점은행으로 보육교사2급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경우엔 집에서도 PC를 이용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점수하한도 없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띄워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2급을 취득한 뒤 어린이집에서 3년을 보내면 보육교사1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1급을 따낸 뒤 다시 1년을 보내면 가정어린이집 개원 자격도 주워진다. 이처럼 보육교사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자격미달 교사와 원장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선전하는 학점은행, 평생교육원 등은 정부의 저출산대책 정책과 맞물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부가 지원하면서 어린이집 운영이 '돈이 되는' 사업모델이 된 까닭이다. 보육대란으로 인한 교사 수 부족과 구인난은 이들의 장사를 돕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개선은…

반복되는 아동폭력을 막으려면,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에 대해 애정을 지속적으로 기울일수 있도록 처우도 개선돼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보육대란으로 교사1인당 정원, 교대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는 어린이집이 허다하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은 보육교사 배치원칙을 △만1세 미만, 3명당 1명 △만1~2세 미만, 5명당 1명 △만2~3세 미만, 7명당 1명 △만 4세 이상 미취학 유아, 20명당 1명(유아 40명당 1명은 보육교사 1급 자격 가진 사람)으로 규정한다.

법이 정하는 보육교사 근무시간은 평일 8시간이며, 전후 연장 시간은 교대 근무해야 한다. 보수교육과 출산휴가 등으로 공백이 생기는 경우 어린이집은 대체원장, 대체교사 또는 그 밖의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하루 8시간 근무 중 6시간은 아이들과 같이 있고, 2시간은 정리하거나 다음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어린이집 하루 운영시간이 12시간인데, 2교대 하거나 오전 오후로 나눠 근무하는 교사가 더 배정돼야 근무 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국가가 책임져라?'…유·보통합, 문제는 '돈'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건 고도로 집중해야 되는 일이에요. '점심시간'도 저희에겐 '업무시간'이죠. 아이들이 잘 때조차 교사들은 쉴 수 없어요. 근무시간은 길고 업무 강도는 세고 임금은 낮아요. 3D 업종이에요"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

"엄마들이 '아, 거기 민간이었어.' 그러고요. 구립이면 구청에 민원을 넣고 민간이면 민간대로 확 무시해 버리고요. 엄마들의 인식이 그렇더라고요." (민간어린이집 교사)

교육업계에서는 "교사의 수준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이 통용된다. 고도의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일에 종사하면서도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급여, 신분과 고용의 불안정성이 겹치면 정서적 고갈과 비인간화가 가속화된다는 이론도 내세운다. 지금대로라면 구조적 요인으로 아동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유치원 교사만큼'만 대우가 올라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보(유치원·보육기간)통합이 되려면 교사의 처우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최근 5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보육료를 현실화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연합회는 이를 "보육직원이 최소한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현행 보육료로는 '국가책임보육'을 실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보육교사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고 월 14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각 시·도·군에서 재정상황에 따라 별도로 제공하는 보육교사처우개선비는 0~2세 담당의 경우 월 12만원, 3~5세 담당은 30만원 선이다. 반면 유치원 교사는 처우개선비로 담임교사의 경우 51만원, 비담임교사는 40만원을 받고 있다. 월 급여는 214만원 정도다.

임금 격차 뿐 아니라 근로시간 등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간극이 크다. 2013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주당 근무시간 비교'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는 주 45.7시간, 어린이집 교사는 55.1시간 일했다.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교사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근무조건은 급여 뿐 아니라 교사 대 영유아 비율, 업무량, 전문성 향상 지원, 근무환경, 이직률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육아정책연구소는 "주당 40시간 근무 보장을 위해 방과후교사나 오후 담당 교사 등 보조인력 배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업무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난해 벌어진 누리과정 예산 논쟁을 보면 정부나 지자체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다. 유보통합은 정부가 공약한 사업이지만 교사 처우 개선 등 재정적 후폭풍을 감안하면 섣불리 추진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이 공약했던 보육료 인상도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조금씩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0~2세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비를 2만원 인상하는 등 보육료를 3% 올렸다. 어린이집 교사 겸직 원장의 경우 월 7만5000원을 신규 지원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는 "유보통합이 되려면 결국 어린이집 등 기존 보육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을 교육부가 감당해야 하는데 지금의 교육재정으로 가능하겠느냐"며 "국가책임보육이나 유보통합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해외 아동보호…기사 청소부도 전력 조회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배기 여자 아이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시금 아동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일찍부터 관련 제도를 정비해 온 선진국들의 아동보호 제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1974년에 이미 연방법인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법(Child Abuse Prevention and Treatment Act)'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아동학대 신고의무를 법제화 한 주에만 재정 지원을 해 최초로 아동학대 신고의무제를 정착시켰다.

미국은 주마다 아동학대 보호 체계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각 주마다 공통적으로 아동양육분야의 직원 자격을 규정하는 법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범죄전력 조회, 아동학대 전력 조회, 지문 기록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직원들의 자격기준을 심사한다. 여기에는 교사 뿐 아니라 버스 기사, 청소부, 요리사, 행정보도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대상이 된다.

영국은 2004년 제정된 '아동법2004(Children Act 2004)'에 의해 지역중심의 체계를 마련했다. 학교와 아동센터, 아동복지기관,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아동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아동 보호와 관련된 대대적인 개혁조치였던 '아동법 2004' 제정 과정은 2000년 2월 9살의 여자아이가 가족의 학대로 죽음에 이른 사건에서 비롯됐다. 가해자였던 고모할머니와 그의 남자친구는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에 처해졌고 조사를 통해 지자체와 경찰서, 병원, 특수아동기관이 거의 방관에 가까운 대처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서 아동보호 정책을 전면 수정된 것.

이에 따라 영국은 '아동법2004'를 근거로 모든 아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의무적으로 구축하고 안전이 취약한 아동의 주변에 조기에 개입하고 있다. 현장조사 및 사례판정, 보호조치는 모두 지방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호주의 경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담당 부서가 역할을 분담해 아동학대에 대처한다. 연방정부는 아동학대예방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 기금을 지원하고 전문적인 조사연구를 실시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주정부는 아동학대사례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주정부 차원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사례를 판정해 사후 대처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신고접수는 공공기관과 민긴기관이 동시에 운영하는 24시간 '핫라인(Hot-Line)'으로 가능하다. 신고자가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허용 중이다.

특히 호주는 1973년 설립한 민간기구인 CAPS(Child Abuse Prevention Serveice)를 통해 정부가 아동보호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 특징이다. 호주의 아동학대 방지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핫라인'을 유지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데에 CAPS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과 대만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아동학대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가 없다.

일본은 지역마다 아동상담소가 있어 아동학대의 발견과 신고, 조사, 일시보호, 판단, 처우방침 등을 결정하게 된다.

대만은 아동학대와 관련된 '113' 긴급전화를 운영, 접수된 사건 중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지방자치단체 가정폭력 상담소로 연계돼 담당공무원이 처리한다.

'잊을만하면…'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폭행사건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폭행사건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폭행사건이 발생한 인천에서는 지난 연말 부터 어린이집 학대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 남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 A씨(47)는 낮잠 시간에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2살과 3살짜리 남자 아이 2명을들어 올려 수차례 내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씨의 동료 교사는 그의 폭행을 보고 있으면서도 말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서구의 어린이집 교사 B씨(23)가 네 살배기 어린이의 손목을 노끈으로 묶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에는 B씨가 자신의 얼굴을 밀쳤다는 이유로 원생 C군(4)을 교사실로 데려간 뒤 그의 양 손목을 서랍에 있던 노끈으로 묶어 학대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부천에서도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생 10여명의 뒤통수를 때리고 심하게 밀치는 등 아동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는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교사 유모씨(28)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 받았다. 유씨는 2013년 7월부터 11월까지 부산 해운대구의 어린이집 4세반 교실에서 남녀 아동 8명을 때리거나 강제로 밥을 먹이는 등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해 부산 수영구에서는 공립어린이집 전 원장 민모씨(42)와 전 보육교사 김모(32)씨, 서모(32)씨 등 3명이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민씨는 지난 2012년 11월 초부터 2013년 2월 중순까지 5차례에 걸쳐 1세 아동 3명의 머리와 등을 손바닥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김씨는 2013년 4월 3차례에 걸쳐 1세 아동 2명을 손바닥으로 폭행하고 이불을 뒤집어 씌우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서씨는 같은달 이모(1)양의 허리를 때린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어린이집 CCTV 뒤늦은 의무화 추진…5곳 중 4곳 미설치

전국 어린이집 5곳 중 4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천 연수구 K어린이집 폭력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요구는 2005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는 '찬반 입장이 갈리는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4만3000여 어린이집 중 CCTV를 설치한 곳은 9800여 곳에 불과하다. 21% 수준. 이 어린이집들은 어린이집과 교사, 학부모가 합의를 통해 CCTV 설치를 결정한 곳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13일 게시된 '전국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올라온 지 이틀만에 1만8600여명이 게시글에 서명했다.

게시글은 "어린이집 교사의 인권보다 영유아의 생명보호가 더 시급하다"며 "CCTV는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CCTV가 있는 어린이집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CCTV가 없는 곳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서명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어린이집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학부모들은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해왔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관련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4월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어린이집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육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당시 홍 의원은 잇따라 발생하는 어린이집 내 아동폭행 사고로 인한 영유아 보호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영육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홍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의 보육료 지원으로 어린이집 수는 급증한 반면, 안전사고 관리감독 미비로 인해 다치는 영유아의 수는 매년 3500명을 넘었다.

개정안은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와 설치된 CCTV의 열람대상자, 열람기준 및 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은 홍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유치원·어린이집 CCTV 설치와 관련한 주장은 지난 2005년부터 제기돼왔다.

2005년 4월 우윤근 통합민주당 의원이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도록 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기의사 표현력과 사실전달이 부족한 영유아와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의 예방과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영유아의 권리 및 복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지난 2013년 3월에도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영유아·유아 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논의 끝에 부결됐다.

10년 가까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인권단체와 보육노동조합 등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의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전국의 부모들은 수년째 CCTV 의무화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중립을 지킨다"며 판단을 유보해 왔다. 어린이집과 학부모 당사자들 간 합의로 CCTV 설치 여부를 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어린이집 입장에선 불만 있는 학부모의 아동은 '안받으면 그만'이었다. 학부모 입장에선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CCTV가 없더라도 불안감에 떨며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들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중립을 유지했지만 이번 사건 이후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정부 입장이 정해졌다"며 "법안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 반대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민 배소진 황보람 김세관 이현수 김평화 김종훈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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