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음소리'끊겨 산부인과 10년사이 절반 폐업

박태훈 2015. 1. 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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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1.187명에 그치는 등 저조한 출산율로 인해 전국의 산부인과가 10년만에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저출산은 산분인과, 소아과 병원 등에 치명타를 안겨준 것처럼 한국 경제 잠재성장력에 악재 중 악재로 작용하기에 보다 강력한 '저출산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전국 시군 4곳 중 1곳 산부인과 없어, 1곳 문열면 2곳 문닫아

15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전국에서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병원·의원·조산원 등 의료기관은 64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1311개와 비교하면 49.9%밖에 되지 않아 10년새 반토막이 났다.

분만기관 수는 2008년(954개)에 1000개 아래로 떨어졌으며 2011년 777개, 2012년 739개, 2013년 699개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11년 3.84%, 2012년 4.89%, 2013년 5.41%, 작년 8.30%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국 232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시설이 없어 출산이 어려운 지역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3.7%인 55곳이나 됐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실시한 이래로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2010년 51곳에서 2013년 46곳까지 소폭 줄어들었다가 작년 들어 다시 9곳이 늘어났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보면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전남이 10개 시군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경남(각 9곳), 강원(7곳), 전북·충북(각 6곳), 경기·충남(각 3곳), 부산(2곳) 순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산부인과가 아닌 '여성병원' 등의 간판을 걸고 분만을 돕는 기관이 있을 수도 있어 통계만으로는 확실하지가 않지만 최근 군 단위 여러 군데에서 산부인과들이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2013년 223.3%로 외과 등 다른 과목들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1곳이 문을 열면 2군데 이상이 문을 닫는 것이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 합계출산율 1.187명으로 OECD 평균 1.71명보다 턱없이 낮아

산부인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생아 수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를 분석해보면 작년들어 10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37만1300명에 불과해 2013년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출생아 수가 43만6500명으로 전년대비 9.9%(4만8100명)나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말하는 조출생률이 8.6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았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2013년 1.187명으로 전년보다 0.11명 줄어 '초저출산' 기준선인 1.30명 아래로 내려갔다.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71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34개국 중 가장 낮다.

한 나라의 인구가 장기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 대체 수준 합계출산율(2.1명)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산, 한국경제의 2대 악재

저출산과 함께 초고령화 사회 진입은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올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6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3.0%다.

인구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비중이지만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런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실질 성장률이 2060년에는 0.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돈 버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나다 보니 재정도 견뎌낼 수 없다.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등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7%에서 2060년에는 32.5%로 폭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수십년 내 국민연금 고갈 및 국가재정 파산까지도 우려된다.

인구보건학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고령화 보다는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고령화는 모든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과정이지만, 한국의 저출산 실태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1·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정책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정부 대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여성일자리, 교육여건 개선 등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적 뒷받침이 피부로 와닿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부에선 저출산 문제가 해결기미가 없다면 '이민정책'이라도 펴야한다는 말까지 내놓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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