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회원, '박정희 혈서 조작설' 유포 사과
[한겨레] 허위사실 인정하고 민족문제연구소에 자필 사과문 보내
"내용 숙지 못하고 블로그 글 카피…조작 주장 사과한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박정희 전 대통령 만주군 혈서지원'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조작됐다는 설을 유포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누리꾼이 허위사실을 인정하고 연구소에 사과했다.
연구소는 13일 "'포레000'라는 닉네임으로 일베에서 활동하던 한 누리꾼이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자필 사과문을 1월2일 연구소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지난해 일베에 반복적으로 '박정희 혈서는 조작됐다'는 글을 올려 연구소로부터 고소당했다.
누리꾼은 사과문에서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연구소의 '박정희 혈서 일본 신문기사가 조작이다'라는 어떤 개인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내용을 숙지하거나 하지도 못하고 진위도 확인하지 않고 일간베스트에 해당 블로그 글을 카피하여 글을 게시했다"며 "이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혈서에 대해 18년 이상 연구하였고 일본도서관에까지 가서 당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연구결과로 내놓은 것을 알게 돼 조작이라는 주장의 뿌리가 약함도 확인했다"고 적었다. 이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연구소의 연구성과와 노력을 폄하하고 조작이다는 주장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일베 회원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용석 전 의원과 정미홍 전 아나운서 등 종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10명에게는 같은 민형사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연구소가 소개한 1939년 3월31일자 만주신문 기사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문경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중 일제시대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했다가 연령 초과로 탈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라고 쓴 혈서와 지원 서류 등을 넣어 다시 군관 모집에 응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기사를 더 보면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라며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사진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평소 뉴스도 많이 안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요 이슈에도 둔감하게 직장과 가정만 오가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었습니다. 아마 많은 평범한 다른 가장들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생업에만 열중하던 지난 대선 즈음, 우연히 친구를 통해 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가입했습니다.
그러던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식민시대 활동에 대한 친일여부가 이슈가 된 걸 알게 되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복무사실과 친일충성혈서 맹세를 당시 일본 신문에서 찾아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국사시간에 배워 온 것도 아니고 평소 알고 있던 상식에는 반하는 내용이라 약간의 충격과 함께 이런저런 검색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마침 민문연의 박정희 혈서 일본신문기사가 조작이다라는 어떤 개인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내용을 숙지하거나 하지도 못하고 진위도 확인하지 않고 일간베스트에 해당 블로그 글을 카피하여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혈서에 대해 18년 이상 연구하였고 일본도서관에까지 가서 당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연구결과로 내놓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조작이라고만 주장하던 블로그와 달리 당시 신문을 근거로 민족문제연구소의 노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정희 혈서가 조작이라는 주장의 뿌리가 약함도 확인했습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민문연의 연구성과와 노력을 폄하하고 조작이다는 주장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우리 역사 이면의 숨은 진실들을 밝히려 노력하시는 민문연의 연구와 열정에 피해를 드려 거듭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 사실관계 확인 없는 어떤 것도 주장하거나 옮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게시판 글로 피해를 입으신 민문연의 명예가 제 진심 어린 사과로 복구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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