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거부.. 국민에 '항명'한 대통령

이용욱 기자 입력 2015. 1. 13. 09:48 수정 2015. 1. 13. 09: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신년회견
"문건 유출 송구" 언급했지만 "비서관 교체 이유 없다" 일축
김기춘도 당장 교체는 안 해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 권력개입 의혹'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항명 파동' 등으로 촉발된 청와대·내각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대신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서만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도 제기된 쇄신 요구를 일축한 것이어서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인식과 여론 사이의 간극만 확인한 것이어서 '안 하느니만 못한 회견'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을 보는 '민심'의 표정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생방송되고 있는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회견에서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 정호성·안봉근 1·2부속비서관)을 두고, "교체할, 그런 이유가 없다"며 "그동안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 야당, 이런 데에서 '무슨 비리가 있나, 이권(관련해) 뭐가 있나'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에 대해선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서 그 문제들의 수습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향후 여론추이 등을 보며 교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만, 당장 청와대 비서실 관리 실패 등에 따른 인책 교체는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비선 국정개입 의혹) 문건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은 어떤 말로도 용서할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를 두고는 "국정 근처에 온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선 "그것이 특검 해당 사안이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인적쇄신은 일축하고, 유감 표명 정도로 대신한 박 대통령 입장을 두고, '집권 3년차' 시작부터 여론에 밀리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대대적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정국 수습' 측면에선 오히려 부정적인 회견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정치철학)는 "(인적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일축해버림으로써 이 정권 실세가 누군지, 실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이 천하만방에 공식 인정을 해버린 셈"이라며 "국민 인식과 대통령의 시국 인식 사이에 커다란 괴리 내지 거리가 있다는 것이 또 한번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도 새롭게 조직개편을 하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주요 수석들과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면서 또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주요 부문의 특보단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장관이 공석인) 해수부라든지, 꼭 개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며 소폭 개각 방침을 시사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