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신년회견]정윤회·박지만 의혹 질문 나오자 "답할 가치 없다" "바보 같은.." 목청
모두 발언 절반 이상 '경제' 할애.. 65분간 질의응답
박근혜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은 초반과 중반 이후가 명확하게 갈렸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국정구상을 밝힌 초반에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단호한 어조를 이어갔다. 뒤이은 기자회견에선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불통 논란 등 달갑지 않은 질문에 특유의 차분한 어조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출입기자의 국정 현안 관련 질문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에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옅은 미소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목례를 나눈 뒤 신년 구상을 읽어나갔다.
박 대통령 왼편에는 국무위원들이, 오른편에는 청와대 비서진들이 자리했다. 지난주 '항명 사태'로 사퇴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새해 인사 직후 '문건파동'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시했지만, 전체 방점은 '경제'에 찍혔다. 25분간 이어진 발표에서 18분을 경제 부문에 할애했다.
이어 65분간에 걸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보다 솔직한 국정현안 인식을 밝혔다. 질문자는 16명으로 지난해보다 4명 늘었고, 질문 주제만 청와대에 고지된 상태였다. 지난해 사전에 질문지가 주어져 '답안지 낭독' 비판이 나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견 첫 질문부터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과 인적쇄신 등 '아픈 부분'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답변을 이어가는 동안 수차례 말을 멈추고,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적합한 단어를 찾았다.
인적쇄신 요구의 중심에 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세 비서관(이재만·정호성·안봉근)에 대해선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 "묵묵히 고생" 등의 표현을 동원해 신뢰를 표현했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는 부분에선 양손을 사용해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의 거취에 대한 답변만 6분 이상 이어졌다. 이날 한 질문당 박 대통령의 답변은 짧게는 1분, 대체로 3분 내외였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질문엔 어조가 비격식체인 '해요체'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정씨는) 실세는커녕 전혀 관계가 없어요"라고 했다. 정씨가 문화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할 때는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그간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사용하지 않던 거친 어휘들도 등장했다. 정씨 관련 질문엔 "실세냐, 아니냐 답할 가치도 없다", 박 회장 관련 질문엔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고 답했다. 여야 지도부에 대화를 요청했던 사실을 밝히며 "제가 딱지를 맞았다"고도 했다.
뒤이어 노동·외교안보 등 '정책' 질문이 이어지자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최근 친박계 7인 초청 만찬을 두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이 나오는 데 대해선 "자꾸 친박 얘기가 이어지는데 이걸 언제 떼어내 버려야 될지 모르겠다" "(우연히) 기가 막히게 12월19일이 된 것"이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대통령 기자회견이 자주 있지 않고 연례행사로 있다 보니까 기자들 질문에 (답변이) 경직돼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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