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전동드릴 위협' 초등생 성추행 가해자, 여전히 "장난이었다"

2015. 1. 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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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이라고? 자기 손자에게도 전동드릴 댈 수 있을까?

- 성추행 교직원, 22년 간 성폭력예방교육 단 한번도….

▷ 최영주/사회자: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50대 교직원 두 명이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성추행하는 정말 끔찍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우니까 가해자들이 전동드릴로 위협하면서 상처를 입혔다는데, 참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사건 후에 교직원들이 출근을 계속 했고 피해 아동과 마주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클까, 참 가슴이 아픈데요. 이번 사건 직접 취재한 KBC 이상환 기자와 전화 연결했습니다. 이상환 기자님?

▶ 이상환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 최영주/사회자: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일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사건 내용을 우선 정리해주세요.

▶ 이상환 기자

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시 쯤 광주의 한 초등학교, 인쇄물 발간실입니다. 이 학교 행정실 소속인 54살 오 모씨가 복도를 지나가던 A군을 발간실로 강제로 데리고 들어간 건데요. 발간실에서 오 씨는 "남자인지 확인해보자" 며 피해 학생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만지고 옷까지 벗기려 했습니다. 또 함께 있던 동료 교직원도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에 가담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후 피해학생이 수치심과 두려움에 눈물을 터트리자, 오 씨가 전동드릴로 찌를 듯이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넘어져 부상까지 입었습니다. 피해학생은 사건 직후, 담임교사와 부모님께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부모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어 두 달여 만에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든 겁니다. 경찰은 오늘 중으로 가해 교직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니 성추행도 기가 막힌데, 드릴로 위협했다니까, 진짜 할 말이 없는데요, 중요한 게 성추행 사건이 있고나서도 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같은 학교에 있었단 얘기가 있어요?

▶ 이상환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를 격리 조치시키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와 교육청의 미흡한 조치로 피해 학생은 한 달 넘게 가해 직원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요.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니 계속 아이는 등교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격리, 이거 반드시 해야 되는 조치 아닙니까?

▶ 이상환 기자

맞습니다. 그 피해학생의 부모도 사건 직후 학교 측에 가해 교직원들의 격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의 대응은 가해 교직원들을 고작 2주 동안 휴가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2주일 동안의 휴가 이후에는 피해 학생이 하교한 후인 3시 반 이후에 근무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가해 교직원들은 피해학생과의 격리 조치를 시키려면 인사조치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학교 측은 자신들에게 권한이 없다며 임시 조치만 취했던 겁니다. 그 교육청의 인사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는 대신 2주의 휴가와 오후 출근이라는 학교의 임시방편이 이번 사건의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이런 교육당국의 조치, 문제없는 겁니까?

▶ 이상환 기자

교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광주시 교육청의 조치도 적절하지는 못했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장학사가 감사관에게 좀 더 면밀한 조사를, 또 총무과에 가해 교직원의 인사 조치 검토를 요구했지만 경찰이 수사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관 조사는 중단됐고, 인사조치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만 지켜보던 교육당국의 미흡한 조치로 결국 피해학생은 또 한 번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 참 저도 부모 입장에서 남의 입장 같지 않고 진짜 기가 막힌데, 실제로 피해당한 아이하고 가해 교직원들이 마주친 일도 있었다면서요?

▶ 이상환 기자

네, 실제 마주친 일도 있었는데요. 가해 교직원 정 모씨가 3시 반 이후에 출근하라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피해 학생과 마주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피해 학생은 11월 말쯤 범행현장인 발간실 앞에서 정 씨와 마주치게 됩니다. 정 씨는 당시 통장을 가지러 오전 9시에 발간실을 찾았고 피해 학생은 정 씨와 마주치면서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이의 정신적 충격이 정말 엄청날 것 같은데, 지금 아이는 괜찮습니까?

▶ 이상환 기자

네, 강제적인 신체 접촉과 전동 드릴의 위협은 초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8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피해 학생은 정신적 충격을 입어 사건 이후, 심리 치료까지 받았는데요. 심리 치료 이후에는 지난 주 금요일까지 정상적으로 학교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지금은 당장 괜찮아보여도 이게 나중까지 어른 되어서도 이게 기억이 없어지지 않을 텐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주위 아이들한테도 영향을 미치는데 혹시나 무슨 따돌림 이런 거 2차 피해는 없었습니까?

▶ 이상환 기자

네, 사실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수치스러운 기억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피해 학생에게 쏟아졌고 당장 오늘 피해 학생이 정상적인 등교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학교와 교육청은 피해 학생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전학 등의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요. 이런 일이 생기면 피해당한 사람들이 전학을 가더라고요.

▶ 이상환 기자

네,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겁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 교직원들, 가해자죠, 그 분들은 지금 잘못을 인정한 거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 이상환 기자

그 가해 교직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동 즉, 혐의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동드릴로 위협한 오 씨는 자신의 행동이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으며, 성추행에 가담한 정 씨 역시 "귀엽고 예뻐서 한 행동이었다" 고 말했습니다.

제가 취재 과정에서 정 씨를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요. 정 씨는 "자신의 행동이 성추행이 될 수 있는지 또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몰랐다" 며 억울해 했습니다.

정 씨는 전동드릴로 위협한 행동은 자신이 아니라 오 씨의 범행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습니다. 가해 교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가 되는지 몰랐다", 또 "손자처럼 귀여워서 한 행동이었다" 는 것인데 과연 자신들의 손자에게도 전동드릴을 들이댈 수 있는지는 반문해 볼 일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이런 일 발생하면 왜 가해자들 얘기가 다 똑같아요. 뭐 귀엽다, 장난이었다, 대부분 비슷해요. 그동안 다른 피해학생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 이상환 기자

네, 사건이 터지고 나서 피해학생의 부모는 상습적으로 성추행이 이뤄졌다, 또 다른 피해학생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확인된 성추행 행위는 11월 6일 한 차례입니다. 경찰과 교육청이 교직원과 또 학교 관계자를 불러서 조사를 했지만 피해학생에 대한 추가적인 성추행이나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현재 파악되고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 그거 못 믿겠어요, 솔직히, 저는 못 믿겠고, 경찰 조사 별개로 광주 교육청도 진상 조사에 나서기는 했다고 하는데 이게 작년 11월에 일어난 일인데 이제 와서 언론 보도 하니까 하는 거 아니에요?

▶ 이상환 기자

네, 사실 매우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광주시교육청이 어제 보도 자료를 통해서 자신들의 조치가 늦었음을 '송구스럽다'는 표현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사건 발생 4일 후에야 교육청의 현장 조사가 이뤄진 점, 가해 교직원들을 즉각 격리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공식 사과한 건데요.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잘못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가해 교직원들은 어제 교육청이 인사 조치로 대기발령에 들어갔습니다.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경찰조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언론 보도 이후 입장을 바꾼 건데요. 어제 이뤄진 격리 조치를 왜 사건 직후에는 하지 못했는지 따져볼 일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요. 그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지 그냥 넘어가면 안 되고요. 직장 내에도 성추행방지 뭐 들어라, 저도 그런 얘기 가끔 듣는데 이 학교 내에 제 생각엔 아이들이라서 매뉴얼이 있어도 아이들이 이 매뉴얼대로 할까 생각이 드는데, 아이들이 만약 정말 끔찍한 사건을 당할 때, 학교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매뉴얼이 나와 있어요?

▶ 이상환 기자

교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에 학교 측이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하고 교육청이 현장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매뉴얼과 달랐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피해학생의 학부모는 아이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학교로 찾아가 항의했지만, 학교 측의 신고는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교직원에 대한 처벌도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이에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원스톱지원센터에 직접 신고하게 됐고 그로 인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되게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 직원을 즉각 격리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 매뉴얼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대로 광주시 교육청 장학사가 관련 부서에 가해 교직원들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지만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묵살되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 시간이 다 돼서요. 아무튼 대책이 이제 계속 똑같은 일이 발생하니까 화가 나는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 이상환 기자

현재 대책이 나온 부분은 그 광주시 교육청에서 '교육을 담당하지 않는 교직원에 대해서도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 이런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정 씨는 22년 동안 행정 직원으로 일하면서 단 한 차례도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알겠습니다. 제가 자꾸 흥분하게 되네요, KBC 이상환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상환 기자

고맙습니다.

▶ [8뉴스] '전동 드릴로 위협' 교직원이 男초등생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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