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명예훼손? 홍가혜 '무죄' 배경엔 공익변론 (종합)

류정민 2015. 1. 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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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검찰이 형법 명예훼손죄 남용"..법원 "방송인터뷰, 구조작전 적극 임하라는 취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뭔가 사람 소리와 대화도 시도했고 갑판 하나 사이를 그 벽 하나를 두고 신호도 확인했고 대화도 했고 지금 증언들이 다 똑같습니다."

지난해 4월18일 민간잠수부로 알려진 홍가혜씨 인터뷰가 MBN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뜨겁게 반응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자 구조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황에서 '세월호 내부 생존설'의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씨의 인터뷰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내부에 생존자가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홍씨 발언은 '거짓 인터뷰' 논란으로 번졌고, 그의 과거 행적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의 분노는 폭발했다.

홍씨의 당시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이견이 없다. 다만 홍씨는 '세월호 내부 생존설'만 제기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해양경찰청에서 지원해준다고 했었던 장비며 인력이며 배며 지금 전혀 안 되고 있다"면서 "정부 관련된 사람들이 민간 잠수부들한테 한다는 소리가 시간만 대충 때우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월호 구조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지적은 나름대로 근거도 있었지만, 홍씨의 특정 발언만 집중 부각되면서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양경찰청은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홍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홍씨를 기소했다.

홍씨는 이 사건으로 101일간 구속됐다 풀려났다. 홍씨가 풀려난 배경에는 세월호 가족들의 탄원서가 있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홍씨 발언은 적극적인 구조를 바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홍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검찰은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홍씨의 재판 결과는 1월9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나왔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장정환 판사는 9일 오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홍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 판사는 "홍씨의 카카오스토리 내용과 방송 인터뷰는 구조작업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취지로 구조작업의 실체적 모습을 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허위사실이라고 인식하기 어렵고,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장 판사는 "판결이 피고인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적절치 못한 측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홍씨의 행동이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지만 형법상 처벌할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홍씨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경에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공익변론'이 있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양홍석 변호사가 공익변론을 담당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비록 자신의 신분을 속인 점과 주변의 증언을 다소 과장해서 말했거나 일부 틀린 부분이 있을 지라도, 실제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해양경찰의 부진한 수색활동과 민간잠수사들의 수색활동 통제 등을 보았을 때, 홍 씨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었고, 따라서 해양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할 일도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은 형법의 명예훼손죄 적용을 남용하고 있다. 실제 홍가혜 씨는 이 사건으로 101일간 구속되기도 했고 8개월 가량 형사재판을 받느라 고초를 겪기도 했다"면서 "시민들의 정부기관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인신구속을 가하지 못하도록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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