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같은 양양 일가족 참변..방화 사건의 재구성

2015. 1. 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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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날 줄이야…"

양양 일가족 4명 참변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 주민이 1천800만원의 빚 때문에 저지른 비극으로 결론났다.

30대 주부와 세 자녀의 목숨까지 한꺼번에 앗아간 이 사건은 가까운 이웃 주민이자 목격자 행세를 한 범인이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처음부터 허위 진술을 한 탓에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다.

강원 양양군 현남면 정자리 박모(39·여)씨의 2층 주택에 불이 난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 30분.

1층이 비어 있는 2층짜리 농가주택인 이곳에 박씨는 3년 전인 2011년 2천500만원에 전세를 들어 이사 왔다.

이 즈음 박씨는 이모(41·여)씨를 알게 됐다. 농가주택의 관리인이 이씨와 친족인 탓에 자연스럽게 왕래가 이뤄졌고, 자녀의 학부모 모임을 통해 가까운 사이가 됐다.

박씨는 2013년 4월 교통사고로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남편을 대신해 식당일 등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요양 중인 남편과 따로 떨어져 지내는 등 힘들 나날이었지만 열심히 생활했다.

이혼한 경험이 있는 이씨로서는 서로 처지가 비슷하다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인 2013년 9월 박씨는 '돈을 빌려달라'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1천800만원을 빌려 줬다.

박씨는 이것이 자신과 세 자녀에게 닥칠 비극이 발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3년간 원금과 이자를 갚기로 한 이씨가 지난해 4월부터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서 가까웠던 이들 사이는 조금씩 앙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 26일 박씨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이씨에게 빚 독촉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박씨가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욕설한 것에 격분했다.

이씨는 그대로 박씨의 집을 나왔고, 머릿속에서는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박씨가 평소 자신과 같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남편과 별거 중인 박씨가 생활고나 가정 불화를 고민하다가 세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2시께 강릉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졸피뎀) 28정을 처방받아 40분 뒤 인근의 약국에서 구입했다.

이어 병원 인근 주유소에서 2ℓ짜리 플라스틱 통에 휘발유까지 산 이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7번 국도로 따라 주문진 방면으로 운행하다가 오후 3시 42분께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2개와 음료수까지 준비했다.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수면제 28정을 물에 희석하고서 맥주와 음료수 병에 넣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당일 오후 8시.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박씨의 집에 찾아가 캔맥주를 함께 마셨고 박씨의 세 자녀에게는 음료수를 먹였다.

박씨와 세 자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이씨는 박씨의 집 근처에 숨겨 둔 휘발유를 가져와 안방과 거실에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문을 닫고 나왔다.

오후 9시 40분. 범행 후 이씨는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박씨의 집 인근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멈춰 섰다. 이씨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저 멀리서 119 소방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씨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방차가 지나가고 2분 뒤인 오후 9시 44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씨의 승용차는 소방차량을 뒤따라갔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이씨는 목격자 행세를 했다.

화재 현장에 있던 소방관 등도 이씨가 박씨와 아주 가까운 이웃인 줄만 알았다.

이씨는 '불이 난 집에 박씨뿐만 아니라 세 자녀도 있다'고 말하며 소방관들을 따라 불이 난 주택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다.

경찰에게는 '가깝게 지내던 동생과 그 자녀가 참변을 당해 괴롭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범행 후 차량을 몰고 박씨의 집 근처를 빠져나와 소방차를 기다렸다가 다시 화재현장으로 이동한 행적이 방범용 CCTV에 포착되면서 이씨의 가증스런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

이씨는 '박씨가 평소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다른 이웃 주민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이씨는 자신의 오빠를 통해 '박씨의 옷이 벗겨져 있었다'고 신고하도록 했으나 이마저도 곧 허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오락가락한 진술을 한 이씨를 강하게 의심했다.

결국, 이씨는 현장감식과 부검결과를 토대로 자신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조여오는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 범행 10일 만에 붙잡혔으며 완전범죄의 꿈은 허망하게 끝났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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